
Q. 어린이집에서는 밥을 잘 먹는 아기, 집에서는 안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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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아들 엄마의 질문, "어린이집에서는 밥을 잘 먹는 아기, 집에서는 안 먹어요"
"저희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는 밥을 곧잘 먹는다고 하는데, 집에서는 식판을 밀거나, 몇 숟가락만 먹고 바로 그만두려 해서 걱정입니다.
어린이집과 집에서 식사 태도가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집에서도 잘 먹게 도와주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을 한 크루는,
✔️ 13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예요
✔️ 아이가 1명이에요
영유아 식품 전문가, 김명희 소장님의 답변
왜 집에서는 입도 안 댈까요? 푸드 브릿지로 살펴보는 아기의 식사 행동 이중성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는다는데, 집에서는 밥상을 전쟁터로 만들어요.” 많은 부모가 한 번쯤 경험해 보는 이 상황, 대체 이유가 뭘까요? 아이가 둘 중 하나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영유아의 ‘환경 반응성’이며, 푸드 브릿지(Food Bridge)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푸드 브릿지란 무엇인가요?
푸드 브릿지(Food Bridge)는 아기가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음식을 매개로 새로운 식사 환경이나 식재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음식을 통한 적응을 넘어, 심리적 안정감과 식사 행동 발달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집에서는 거부하던 당근을 어린이집에서 즐겨 먹는다면, 이는 그 식사 환경(또래, 교사, 분위기 등)이 아기에게 심리적으로 안정된 브릿지 역할을 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2. 과학적 측면, 뇌 발달과 환경 적응력의 차이
영유아기의 뇌는 아직 환경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전두엽과 편도체가 빠르게 발달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과 행동 통제를 외부 환경에 따라 달리 나타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규칙적인 루틴, 또래 경쟁심, 긍정적 보상 자극이 식사에 집중하게 합니다.
반면 집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주양육자에 대한 의존심이 강해지며, 먹기보다는 관심과 애정 요구 행동이 앞설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아기의 ‘감각 통합 능력(Sensory Integration)’, 즉 환경 자극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뇌 발달 단계와도 관련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일정한 구조 속에 감각 자극이 조화롭게 제공되므로, 아이가 더 집중해서 식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인 것입니다.
3. 심리적 측면, 애착·관심·권력 구조
영유아기는 애착 관계를 기반으로 ‘자율성’과 ‘경계 실험’을 반복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식사는 애착과 권력의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교사가 다수의 아이를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틀에 따라가며 협조 행동을 보입니다.
반면 집에서는 부모와 1:1 관계이기에, 아이는 더 큰 자율성과 통제를 가지려고 하며 식사 거부는 일종의 자기 표현 수단이 됩니다.
또한 집에서는 음식 외에도 장난감, 스마트폰, 간식 등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소가 많고, 부모의 반응이 더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는 식사 대신 관심 유도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먹지 않음”은 꼭 배가 고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를 봐줘” 또는 “내가 선택하고 싶어”라는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4. 집에서도 푸드 브릿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완그렇다면 어린이집처럼 집에서도 식사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답은 ‘네’입니다. 아기에게 식사의 예측 가능성과 정서적 안전감을 제공해 주는 몇 가지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 식사 루틴 만들기 : 정해진 시간, 장소, 순서(손 씻기 → 착석 → 식사 → 정리) 반복으로 안정감 제공
- 어린이집 음식 일부 활용 :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 잘 먹는 반찬이나 방식(수저, 트레이 등)을 도입
- 또래 효과 활용 : 형제나 또래와 함께 식사하거나, 인형 친구와 먹는 척하며 참여 유도
- 자극 최소화 : TV, 장난감, 스마트폰 제거 후 부모와의 눈 맞춤 중심 식사 권장
- 칭찬보다 인정 : “잘 먹었네”보다 “네가 스스로 먹었구나, 멋지다”처럼 행동 중심 피드백 강조
5. 집과 어린이집, 두 공간 모두에서 아이는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먹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에서 잘 먹는다고 해서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두 공간은 아기에게 전혀 다른 심리적·환경적 자극을 주는 곳이고, 각각의 반응은 아이가 그 환경에 적응한 방식일 뿐입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 차이를 비판하거나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그 차이의 원인을 이해하고 ‘집 안에서도 브릿지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먹는 행동은 아이의 감정과 발달 상태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거울입니다. 비교보다 이해, 강요보다 관찰이 아이의 식사를 즐겁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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