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 후기 나는 언제쯤 온전히 나의 삶을 살게 될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다.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정신적으로도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살아 보니 몸만 독립했을 뿐, 마음은 여전히 부모의 그늘 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육아크루 이벤트를 통해 받아 읽은 김현경 작가의 《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는 그런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 책이다.
심리상담사인 작가 역시 엄마 앞에서는 서툰 딸이었다.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엄마의 삶을 바라보며 여러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엄마를 떠나보내는 시간을 지나며 엄마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자신의 삶과 바람이 있었던 한 사람이었다는 것.
어쩌면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우리는 엄마를 그저 나의 엄마로만 바라보느라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작가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부모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때로는 '내 삶인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제는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며 살아가는 어른이니까. 부모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부모가 원하는 삶과 내가 원하는 삶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마음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아예 무시할 수도 없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 한편에 남는다. 부모의 말 한마디에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내가 내린 선택을 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게 된다.
이제는 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부모의 마음을 살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도대체 나는 언제쯤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까.
어쩌면 독립이라는 건 단순히 부모의 곁을 떠나 사는 것이 아닌가 보다.
부모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부모가 나의 선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선택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부모의 기대에 맞추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것.
그런 상태가 진짜 독립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엄마의 삶을 닮아 가는 딸의 모습이었다.
나는 엄마의 삶을 보며 닮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닮고 싶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싫어했던 모습이 나에게서도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든다.
나는 분명 엄마와는 다르게 살고 싶었는데.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는데. 왜 어느 순간 엄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을까.
딸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걸까.
오랜 시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자란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엄마의 말투와 습관, 생각하는 방식까지 내 안에 쌓여 온 걸까.
어쩌면 엄마를 닮는다는 건 단순히 외모나 습관을 닮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관계를 대하는 태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까지도 조금씩 닮아 가는 것일 테니까.
그렇다고 엄마를 닮은 내 모습을 무조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도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좋은 것들이 있을 테니까.
다만 닮고 싶지 않았던 부분까지 그대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엄마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 엄마의 삶을 그대로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
이 책이 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엄마를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거나, 엄마와의 관계를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엄마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그와 별개로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엄마에게도 엄마만의 삶이 있었듯 나에게도 나만의 삶이 있다는 것.
엄마를 사랑한다고 해서 엄마의 모든 선택을 이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와 다르게 살고 싶다고 해서 엄마에게 받은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부모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야만 독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모를 마음에서 완전히 지워 내는 것이 독립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부모가 신경 쓰이고, 부모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결국 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을 부모의 기대가 아닌 나의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조금씩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제목인 《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를 보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딸이라는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딸이면서 동시에 두 아이의 엄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라는 역할은 점점 커지는데, 정작 내 안의 딸은 여전히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때로는 이해받고 싶어 하고, 때로는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 두 마음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다는 게 참 복잡하다.
그리고 문득 나의 아이들도 언젠가는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갖게 될까 생각했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아이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나와 다른 삶을 선택하고 싶어 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내가 좋은 의도로 했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아이들이 나와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이들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보다는,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자기 마음을 믿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나부터 부모의 기대와 내 마음을 구분하고,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나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도 부모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 있을 것이고, 엄마를 닮은 내 모습을 발견하며 복잡한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독립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받은 삶을 조금씩 나의 삶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나의 선택을 할 수 있고, 부모를 이해하면서도 나와 다른 부분은 다르게 살아갈 수 있고, 엄마를 닮은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꾸어 갈 수 있다고.
언젠가 나는 정말 온전히 나의 삶을 살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부모에게서 받은 삶을 살아가는 것과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반드시 반대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부분을 물려받았는지 돌아보고, 어떤 부분은 이어 가고 어떤 부분은 다르게 만들어 갈지 고민하는 것. 그것부터가 나의 삶을 살아가는 시작일 수 있겠다.
엄마를 이해하는 일이 곧 엄마처럼 살아가는 일은 아니듯, 엄마와 다르게 살아가는 일이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닐 것이다.
아직은 누군가의 딸이라는 마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부모의 마음을 살피느라 내 마음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기대에 맞는 삶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딸이지만, 이제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가고 싶다.
이 책은 엄마를 이해하는 이야기이면서,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로 남았다.

믿었던 아메리카노마저…크흑.. 그래도 하루 2잔 이상만 안 마시면 된다잖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