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그 거리에서 너는 희미하게 서 있었다. 감정이 있는 무언가가 될 때까지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멀어지는 방식은 모두 비슷하다 뒷모양을 오래 쳐다보게 한다
<막차의 시간>, 김소연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어떤 것이 더 난해한가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늙어가고 있다
<목 없는 나날>, 허은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물의 중력>, 신철규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거야 너를 흠뻑 적실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 서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입고 우리는 우리가 좋을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에 서서 비의 냄새를 풍긴다
<소울메이트>, 이근화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음악>, 이성복
저녁은 헤어지기 좋은 시간이다. 지치기도 쉬운 시간이구. 하지만 제 손으로 머리털을 털며 고갤 숙이고 있는 장면만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말도 가능하다. 내가 매일 현관으로 쓰러지며 쏟은 별과 모래를 아침마다 네가 예쁘게 비질한다고.
<가정>, 김상혁
혹시 얘기할 곳 없어 방구석 모서리에 생각만 새기고 있지는 않은지, 우울한 일이 감정선을 흔들어 흘러가는 밤 애써 잡고 있진 않은지, 복잡한 기분 탓에 잠들지 못해 핸드폰만 열고 닫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진 않은지>, 김준
사랑이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되면 나의 일상으로 들어와서 같이 걸어주고 웃어주는 게 쉬우면서도 전부인 일이구나 깨닫게 되는 거지
<산책>, 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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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한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바람의 지문>, 이은규
곰국을 끓이다 보면 더 이상 우려낼 게 없을 때 맑은 물이 우러나온다 그걸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뽀얀 국물 다 우려내야 나오는 마시면 속이 개운해지는 저 눈물이 진짜 진주라는 생각이 든다 뼈에 숭숭 뚫린 구멍은 진주가 박혀 있던 자리라는 생각도 짠맛도 단맛도 나지 않고 시고 떫지도 않은 물 같은 저 눈물을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 뭔가 시원하게 울어내지 않았다는 생각 이 뽀얗게 우러나온다.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성미정
어렵게 멀어져 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기억의 자리>, 나희덕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순간>, 문정희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오십미터>, 허연
햇볕이 따갑다고 해도 좋다 햇볕이 뜨겁다고 해도 좋다 온몸으로 햇볕을 보았다 바람이 포근하다고 말해도 좋다 바람이 부드럽다고 말해도 좋다 온 마음으로 공기를 마셨다 오늘 치 기운이 생겼다 오늘 치 기분이 생겼다
<오늘 치 기분>, 오은
네 관심사는 뭘까 매일 걷는 길은 어디고 좋아하는 향은 어떤 냄새고 어느 정도의 바람이 좋은지 비와 함께 풍겨오는 냄새는 어떤지 나는 하루에도 너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는데
<관심사>, 흔글
누가 그랬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가끔은 이성과 냉정 사이 미숙한 감정이 터질 것 같아 가슴 조일 때도 있고 감추어 둔 감성이 하찮은 갈등에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쁜 숨을 쉬기도 한다 특별한 조화의 완벽한 인생 화려한 미래 막연한 동경 누가 그랬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거다
<누가 그랬다>, 이석희
아는가, 네가 있었기에 평범한 모든 것도 빛나 보였다 네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너가 웃을때 난 너의 미소가 되고 싶었으며 너가 슬플때 난 너의 눈물이 되고 싶었다 너가 즐겨 읽는 책의 밑줄이 되고 싶었으며 너가 자주 가는 공원의 나무의자가 되고 싶었다 네가 보는 모든 시선 속에 난 서있고 싶었으며 네가 가끔 들르는 카페의 찻잔이 되고 싶었다 때론 네 가슴 적시는 피아노 소리도 되고 싶었다 아는가, 떠난지 오래지만 너의 여운이 아직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것처럼 나도 너의 가슴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싶었다 사랑하리라 사랑하리라 네 가슴에 저무는 한줄기 황혼이고 싶었다
<네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이정하
고마웠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기적이야. 우리는 유구한 시간 속에서 우연히 같은 세기에 태어나 서로의 인생을 보내던 중 교차했고, 그순간 삶을 축복하게 됐어. 잘 자, 이제 매일을 기다리며 네 생각에 잠들래.
<클로즈드 노트>, 시즈쿠이 슈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