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할머니의 힘 - 손주 사랑에 담긴 과학 이야기
“외갓집에 가면 아이가 달라져요.” “육아하다가 엄마랑 통화하면 마음이 먼저 놓여요.” 아기 엄마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입니다. 이건 단순한 정서나 추억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Grandmother Effect의 정의
Grandmother Effect란 할머니, 특히 외할머니의 존재가 손주의 생존·성장·번식 성공률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단순한 가족 애정이나 문화가 아니라 인류 진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생물학적·사회적 효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외할머니는 ‘감정적 지원’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
진화생물학에는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여성은 폐경 이후에도 오래 살아남고, 그 시간 동안 손주를 돌봄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기도록 진화했다는 이론입니다.
2004년, 영국 셰필드대학교 연구진은 18~19세기 캐나다·핀란드 여성 3,000여 명의 기록을 분석해 할머니가 있는 가정에서 손자 수가 평균적으로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국제 학술지 <Nature(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즉, 외할머니의 보살핌은 ‘희생’이 아니라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던 셈이죠. 실제로 수명이 한참 남았는데도 폐경을 맞는 현상은 포유류 중 사람, 범고래, 들쇠고래 단 3종에서만 발견된다고 해요.
왜 ‘외할머니’일까? 친할머니와 다른 이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외할머니입니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교 연구팀은 1731~1885년 핀란드 교회 기록에 남은 아이 5,800여 명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는 꽤 명확했습니다.
50~75세 외할머니가 있는 집의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생존율이 약 30% 높았고, 같은 나이의 친할머니는 손자의 생존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Current Biology, 2019). 이유는 무엇일까요?
✔ 모계(母系)의 확실성
외할머니는 손자가 ‘확실히 내 딸의 아이’라는 점에서 유전적 불확실성이 없습니다.
✔ 자원 경쟁이 적음
전통 사회에서 친할머니는 보통 아들 가족과 함께 살며 자원(음식·돌봄·시간)을 손자와 나눠야 했지만 외할머니는 따로 살며 돕는 역할만 했습니다.
거리도 중요하다: 외할머니는 ‘가까울수록’ 강했다
외할머니가 가까이 살수록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아이의 정서 안정도 증가한다고 합니다.
캐나다 비숍대학교 연구진은 1608~1799년 퀘벡 지역 프랑스 이주민 가계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Bergeron et al., Current Biology)
외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녀 수 평균 2명 증가
외할머니와 딸 사이의 거리가 100km 멀어질수록 아이 수는 0.5명씩 감소
350km 이상 떨어지면 외할머니 효과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친정에 기대고 싶은 마음, 괜찮아요!
요즘 육아를 하다 보면 “왜 이렇게 혼자인 것 같지?” 라는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어요. 사실 엄마가 유난히 약해진 게 아니라, 지금의 육아 환경이 너무 혼자 버티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Grandmother Effect처럼, 예전의 육아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어요. 아이 곁에는 늘 여러 어른이 있었고, 돌봄은 자연스럽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여럿이 받쳐주는 구조였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가족은 작아졌고, 육아는 엄마 한 사람에게 모였습니다. 도움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미안한 부탁이 되었어요.
엄마에게 필요한 건 각오가 아니라 연결이에요
육아는 이를 악물고 더 강해진다고 쉬워지는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누군가와 연결될수록 조금씩 숨을 쉴 수 있는 일이죠.
Grandmother Effect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혼자서 다 해내지 않아도 돼.” “도움받는 게 이상한 게 아니야.” 원래 그렇게 해왔고,그게 더 잘 작동하는 방식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최근 서울시의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2세 영아 다수를 조부모가 양육하고 있다고 해요. (돌봄 수행 당사자 중 조부모 비율은 95.8%)
7년 넘게 쌍둥이 손자를 주말 육아하고 있는 할머니의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 책도 살짝 추천해 봅니다. 5개월부터 육아에 참여했는데,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출간하신 책이에요.
'외할머니 효과'가 엄마에게 전하는 메시지
친정에 기대도 괜찮아요. 기대고 싶은 마음은 더욱 괜찮구요! 육아는 엄마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아니니까요. 그러니 혹시 요즘 많이 힘들다면, 그건 엄마가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혼자 하기엔 원래 너무 큰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느슨해지셨길 바라요.
혹시, 육아를 함께할 육아친구가 필요하다면 육아크루에서 만나요!
* 커버 이미지 출처 :Family Doulas of Ott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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