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크루
  • 자유톡
힝꾸리
힝꾸리
24년 11월생 엄마 • 석관동

결혼한 부부가 읽기 좋은 얇은 책 추천해요.

저는 성인이 된 이후로는 책을 거의 읽지 않은ㅋㅋㅋㅋ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들 그러신가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정작 나는 책을 등한시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어보자!라는 다짐으로 소설 읽기라는 독서 모임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어요. 짧은 책부터 읽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아기를 재워놓고 2시간만에 '샤워'라는 책을 읽었는데 결혼한 사람들이 읽으면 생각할 지점이 많아질 것 같은 재미난 소설이라 여기 계신 분들께서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크루톡에 소개해보아요😊 ----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하자면.. 도쿄에서 30대 맞벌이부부로 사는 이쓰미와 겐시. 어느 날 남편 겐시가 직장 내에서 수돗물을 끼얹는 괴롭힘을 당한 이후로 수돗물을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마시는 걸 넘어서 샤워, 세안, 양치까지요. 그래서 아내 이쓰미는 생수를 사서 씻겨보려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비용적인 문제와 남편의 완강한 고집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결국 남편이 해고를 당하고, 두 사람은 도시를 떠나 커다란 강이 흐르는 아내의 고향 마을로 이사하고 다 헤져가는 시골집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강물에 몸을 담가 씻기 시작하며 남편의 상태가 좋아져보이는듯 했으나, 폭우가 쏟아지던 날 불어난 강물에 밀려 사라지고 말아요.. 책을 읽으며 타카세 준코 작가가 '불쾌함'이라는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씻지 않아 더러워진 남편의 상태를 불필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마치 그 때문에 읽는 사람마저도 아내 이쓰미처럼 마음을 다친 남편 겐시를 들여다보기 싫어지게 되더라구요ㅋㅋㅋㅋ (혹시나 비위가 약하신 분이라면 책을 펼치지 않으시길...) ---- 책의 중간중간에 아내 이쓰미가 어린 시절 키웠던 물고기 '다이후 짱'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읽다보면 어느샌가 남편 겐시와 그 물고기가 동일한 존재로 여겨지게 되더라구요. 소중하게 키우지 않고 방치했는데도 더러운 욕조 속에서 잘 자라던 물고기, 그 물고기를 보고 이쓰미의 부모님이 나누던 대화는 정말 씁쓸했어요. "소중히 하고 안하고는 상관없나보다." "아껴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살아갈 수 있구나." 저는 이 말이 삭막한 도시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 대한 대사 같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귀히 여기지 않고 그저 부부라는 관계만 지켜가며 살아가는 평범한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어요. ---- 이쓰미와 겐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서로를 소개받았고, 아무래도 결혼하는 편이 좋겠지? 라는 생각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쓰미와 겐시에게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없고, 아내와 남편이라 으레 하는 말들만 오고가는 듯 했습니다. 이쓰미는 책 중반부 쯤에, 아픈 남편을 위로하고 싶고 괜찮으니 다 그만둬도 된다고 다독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 사람을 부양할 수 있을까? 내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도록 그냥 남편이 조용히 직장을 계속 다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이중적이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이 대목에서 말문이 막히더라구요. 과연 나는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남편에게 어찌 대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저를 비롯하여 외벌이이신 분들이 곰곰히 생각해볼만 한 대목이었어요. ---- 이쓰미의 부모님 에피소드도 잠시 나오는데, 시어머님을 돌보는게 힘들다는 엄마에게 아빠가 "정말로 힘들었다면 병이 났겠지. 당신은 괜찮아." "당신이 병에 걸릴만큼 약해빠진 인간들과는 됨됨이가 달라. 역시 내가 점찍은 여자야." 라고 가스라이팅을 합니다. 이쓰미도 남편 겐시를 그런 존재로 여기진 않았나 문득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 중반부에 이쓰미가 '부부'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 대목이 있는데, 한 번 소개해드리고 싶어 적어보아요. '이혼하고 따로 사는 것도 가능하겠지. 남편은 자식이 아니고, 부모나 형제도 어니다. 피가 이어져있지 않으니 서류 한 장이면 타인이 될 수 있다. 부부는 가족으로 있으려는 의지 없이는 가족으로 있을 수 없다.' 책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묘사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부부란 그만큼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수반되어야하는, 그래서 더 온 마음을 다해야하는 소중한 관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소설 읽기 모임은 정해진 일정, 정해진 책, 정해진 양식 없이 언제든 자유롭게 읽은 책을 공유하고 추천하는 모임이라 관심있으신 분은 언제든 맘편히 들어오셔서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과연 여러분이라면 이쓰미의 상황이 되었을 때 겐시에게 어떻게 말을 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요?

배우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다면?

  • 걱정마. 나만 믿어. 당장 그만두라고 한다!

    7
  • 현실적으로 부담이... 당분간 참고 다니라 한다

    0
  • 기타 (ex. 직장에 쳐들어가서 뒤집어 엎는다)

    1
  • #크루투표
  • #오늘기록
  • #크루일상

지금 많이 보고 있어요!

크루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