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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WL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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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내 삶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싶은 날이 있습니다. 시간은 줄어들고, 책임은 커지고, 예전처럼 도전하는 일은 점점 더 멀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지?"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은 커지는데, 동시에 내 안에 남아 있는 꿈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너무 늦었을까? 너무 무모할까?

그래서 어떤 날은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지금 내 삶에서 새로운 시작 같은 건 너무 늦은 일 아닐까. 실패한 적이 있다면 더더욱, 다시 시작하는 건 무모한 일 아닐까. 그런데 여기, 첫 사업 실패 후 싱글맘이 되어 다시 시작한 사람이 있습니다. 켄드라 스콧(Kendra Scott)은 첫 사업이 무너진 뒤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 됐고, 월세와 대출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주방 테이블에서 작은 주얼리 사업을 시작했고, 그 조용한 출발을 결국 1조 원대 브랜드로 키워냈습니다. 이 이야기가 더 마음에 남는 이유는, 단지 '크게 성공해서'가 아닙니다. 한 번 무너진 뒤에도 다시 자기 손으로 삶을 세웠기 때문이고, 그 시작이 아주 작고 아주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시골 소녀가 처음 본 '패션의 세계'

켄드라 스콧은 미국 위스콘신주의 케노샤라는 소도시에서 자랐습니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었지만, 어린 켄드라에게는 패션 디렉터였던 이모가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이모의 옷장을 들여다보며, 켄드라는 그곳을 마치 마법의 문처럼 느꼈다고 합니다. 뉴욕, 파리, 밀라노 같은 세계가 그 안에 펼쳐져 있었고, 그 경험은 "나도 이 세계에 속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의 씨앗을 남겼습니다. 켄드라는 처음부터 대단한 사업가였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릴 때, 자신이 끌리는 세계를 한 번 본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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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켄드라 스콧 (출처- Kendra scott, 인스타그램)

 

19살, 첫 사업 실패, 그리고 시장이 알려준 진실

켄드라의 첫 사업은 모자 가게 'Hat Box'였습니다. 19살에 시작했지요. 텍사스 오스틴에 자리를 잡고, 5년 동안 운영했습니다. 왜 모자였냐구요? 의붓아버지가 뇌종양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병원에서 만난 여성들이 불편하고 투박한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써야 한다면, 더 예쁘고 편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여성들을 위한 모자 브랜드 Hat Box를 창업했습니다. 그녀는 대학도 중퇴한 채 이 사업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켄드라의 모자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켄드라는 최선을 다했지만, 당시 소비자들에게 모자는 일상적으로 찾는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매장은 여러 차례 위치를 옮겨야 했고, 임대료 부담은 점점 커졌습니다. 백화점 내 첫 매장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했고, 더 저렴한 곳으로 옮기면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다시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후 켄드라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합니다. 이 부분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순간이 분명 존재합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고 제품이 훌륭해 보여도, 고객이 지금 원하는 것과 어긋나면 지속하기 어려워집니다.

엄마가 된 이후에도 비슷한 순간을 겪게 됩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현실은 기대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 말이죠.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내가 부족한 걸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켄드라의 이야기는 이렇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문제가 반드시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수 있고, 단지 시장의 타이밍이나 흐름이 맞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요.

 

폐업 날, 닫힌 문 앞에서 다시 생긴 질문

Hat Box는 결국 5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마지막 정리를 마친 켄드라는 출입구의 표지판을 "Sorry, We're Closed"로 돌려놓고 발걸음을 뗐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뒤를 돌아보니, 표지판이 어느새 "YES, WE'RE OPEN" 쪽을 향해 있었습니다. 켄드라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다가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다시 시작하겠노라고, 다음엔 제대로 해내겠노라고.

실패는 사람을 작아지게 만듭니다. 오래 붙잡아온 것이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을 때는 더더욱. 그럼에도 어떤 실패는 묘하게도 완전한 종결감 대신 하나의 질문을 남깁니다. "그렇다면,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켄드라에게도 그 순간이 있었습니다. 문 하나는 닫혔지만, 자기 삶의 문까지 함께 닫아버리지는 않았던 그 순간이.

 

폐업 후 찾아온 더 큰 현실

더 힘든 일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첫 사업이 무너진 뒤 켄드라는 이혼을 겪었고, 어린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 되었습니다. 월세를 감당하는 것조차 빠듯한 살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포기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켄드라에게는 아이가 있었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패션,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일, 마음을 위로하는 디자인. 그러다 문득 예전 모자 가게 한켠에서 취미처럼 만들어 팔던 주얼리가 떠올랐습니다. 모자는 팔리지 않아도, 그 주얼리만큼은 언제나 반응이 좋았습니다. "시장은 분명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내가 모자에 집착하느라 보지 못했다"고 켄드라는 훗날 회고했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면 선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동시에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남겨야 할 것과 내려놓아야 할 것의 경계가 더 분명해지기도 합니다. 켄드라의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조정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성숙한 형태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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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다시 시작한 500달러의 도전

2002년, 켄드라는 집 저금통에서 500달러를 꺼냈습니다. 당시 한 달 식비와 맞먹는 금액이었고, 매달 내야 할 주택 대출은 1,500달러였습니다. 넉넉함에서 비롯된 결단이 아니었습니다. 없어서는 안 될 돈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얼리 재료 구입에 쏟아부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재운 뒤 밤마다 주방 테이블에 앉아 손을 움직였습니다. 방 하나가 첫 번째 공장이 되었고, 결혼 선물로 받은 티박스는 샘플 케이스가 되었으며, 자동차는 물류창고를 대신했습니다.

거창한 사무실도, 번듯한 설비도, 외부 투자금도 없었습니다. 대신 아이가 잠든 밤과, 작은 주방 한 평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된 이후의 시작이란 흔히 그런 모습입니다. 남는 시간으로 하는 일, 남는 체력으로 붙드는 꿈, 큰소리 없이 조용히 이어가는 시도. 그러나 조용한 출발이 곧 작은 미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출발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과 지속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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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dra scott 목걸이 (출처- Kendra scott 웹사이트))

아기를 안고 찾아간 네 번째 가게

켄드라는 아기를 안은 채 오스틴의 부티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주얼리를 선보였습니다. 처음 세 곳에서는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네 번째 매장에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사장이 제품을 보자마자 "다 살게요"라고 말했고, 켄드라는 1,200달러짜리 첫 주문을 받았습니다. 차에 오르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내가 다시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희망이었다"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1,200달러짜리 거래였겠지만, 켄드라에게 그 순간은 "나는 아직 끝난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도매, 소매까지 사업을 확장하다

이후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켄드라는 도매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나갔습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구조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바이어가 바뀌거나 거래처가 무너지면 매출이 즉각 끊겼고, 가격 정책도 스스로 조율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브랜드가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없었습니다. 켄드라는 그 시절을 두고 "내 브랜드가 내 것이 아닌 느낌이었다. 브랜드의 운명을 바이어들이 쥐고 있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매출은 나고 있었지만, 정작 고객의 얼굴도, 반응도, 기쁨도 직접 볼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유통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브랜드와의 거리감이기도 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켄드라의 사업을 정면으로 강타했습니다. 단 한 해 만에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 달러가 사라졌고, 100개가 넘던 거래처 중 3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은행의 상환 압박도 이어졌습니다. 켄드라는 그날 밤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울며 포기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왜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가?"

도매가 멈추면 브랜드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라면, 이제는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켄드라는 모두가 문을 닫던 그 시기에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이커머스를 시작하자고 팀에 제안했습니다. 직원들은 놀랐지만, 켄드라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다. 모두가 문을 닫을 때 우리가 열면 비로소 눈에 띈다." 이 결정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한 대담함 때문이 아닙니다. 위기를 버텨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할 신호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 켄드라 스콧 공식 홈페이지

켄드라 스콧 1호점 오픈! 

켄드라가 연 첫 매장은 기존 주얼리 매장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유리 진열장 안에 잠겨 있던 제품을 꺼내 자유롭게 만지고 착용해볼 수 있게 했고, 고객이 직접 스톤과 금속 색을 골라 즉석에서 제작하는 Color Bar를 도입했습니다. 매장 안에서는 샴페인과 컵케이크가 제공됐고, 직원들은 고객의 이름과 방문 목적을 기억하며 응대했습니다.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기분 좋게 머무는 곳'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고객들이 몰렸습니다. 스톤 조합을 원하는 사람들로 줄이 생겼고, 주말에는 대기까지 생겨났습니다. 이 1호점의 성공은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매출 곡선은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2008년 150만~200만 달러 수준이던 매출은 2009년 350만 달러, 2010년 600만 달러, 2012년 2,000만 달러, 2014년 1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2017년에는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 경험이 브랜드의 무게를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켄드라는 제품만 판 게 아니라, 고객이 대접받는다는 감각을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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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dra scott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 모습 (출처- Olivia culpo))

여성 창업가들을 위해 켄드라가 연 새로운 문 

2017년 버크셔 파트너스와의 협력으로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어선 후, 켄드라는 처음으로 경제적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으로 집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그 고백이, 오히려 그의 여정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이후 켄드라는 자신의 성공이 다른 여성들의 출발로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 아래, 텍사스 대학에 여성 창업 리더십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전공과 무관하게 누구나 창업 마인드셋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성공이 자기만의 안정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 누군가의 가능성을 여는 방향으로 이어진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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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dra Scott Women's Entrepreneurial Leadership Institute 공식 홈페이지

 

대단한 엄마들 시리즈, 켄드라 스콧

켄드라의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몇 가지 문장이 마음에 남습니다. 첫째, 실패는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첫 사업이 무너졌기에 오히려 더 자기다운 다음 길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 시장과 현실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 용기입니다. 처음의 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반응이 오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두 번째 시작을 살렸습니다. 셋째, 작은 출발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500달러, 주방 테이블, 티박스, 자동차. 그 조용한 시작이 결국 10억 달러짜리 브랜드로 이어졌습니다. 넷째, 엄마가 된 이후의 제약이 가능성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만큼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됩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누구를 위해 만들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켄드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느끼시나요? 예전의 실패가 마음에 걸려 다시 꿈을 꺼내보는 일이 망설여지시나요? 켄드라 스콧의 이야기는 이렇게 말합니다. 완벽한 준비가 갖춰진 뒤에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아이가 잠든 뒤의 한 시간, 아주 작은 자본, 몇 번의 거절 끝에 찾아온 단 한 번의 반응. 그런 것들로도 삶은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내 가능성이 닫힌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시작이 열렸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장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내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그 작은 마음을, 너무 서둘러 접어두지만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다음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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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라 스콧 (출처- kendra scott women's entrepreneurial leadership institute)

켄드라 스콧이 더 궁금하다면?

👉켄드라 스콧 공식 홈페이지

👉 켄드라 스콧 여성 기업가 리더십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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