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고 나서 밥을 거부하는 아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들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고 나서 이유식을 전혀 안 먹어요. 이제 분유만 먹여도 될까요?” 열이 나고, 기침하고, 감기에 걸리면 예전처럼 밥을 잘 먹던 아이도 갑자기 입을 꾹 다물죠. 이유식 그릇만 보면 고개를 돌리고, 분유만 찾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마음은 덜컥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이유식 거부는 아기의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회복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신체적 변화 때문: ‘몸이 회복되는 동안 소화 기능이 쉬고 싶어요’
아기가 아프면 가장 먼저 소화기관이 영향을 받습니다. 열, 감기, 장염, 편도선염 등 어떤 질환이든 몸은 ‘회복’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소화 작용을 잠시 멈추는 모드로 들어가요. 특히 고열이나 항생제 복용 후에는 위 점막이 예민해지고, 위산 분비가 불규칙해져 이전과 같은 식사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아기가 이유식을 거부하는 건 단순한 “편식”이 아니라, 몸이 ‘아직 음식 받을 준비가 안 됐어요’라고 말하는 신호입니다.
또한 아기가 아프고 나면 체질적으로 일시적인 “기력 저하형 식욕부진”이 옵니다. 특히 감기·장염 후에는 소화 중심 기관이 약해져 한동안 차갑거나 질감이 무거운 음식에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이 시기에는 억지로 단백질 식품(고기, 생선)을 늘리기보다 기운을 보충하고 소화를 돕는 음식으로 회복시켜야 해요.
우선, 거부가 심한 며칠간은 분유 위주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도 괜찮아요. 억지로 이유식을 먹이면 오히려 구토나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음, 물, 배즙처럼 부드럽고 수분감 있는 음식으로 서서히 전환하세요.
심리적 변화 때문: ‘아팠던 기억이 음식과 연결돼요’
아기가 아플 때 억지로 약을 먹거나 토한 경험이 있었다면, 그 ‘불쾌한 기억’이 음식과 연결되면서 심리적 식사 거부로 이어질 수 있어요. 특히 생후 8개월~2세 무렵은 감정과 기억이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플 때 먹었던 음식 = 불편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식탁 분위기를 바꿔보세요. 새로운 그릇, 다른 장소, 함께 먹는 식사로 전환하세요. “밥 먹자” 대신 “같이 맛보자”, “한입만 해볼까?”처럼 놀이의 언어로 유도해 보세요. 억지보다는 ‘관심의 전환’을 활용하세요. (예: 엄마가 먼저 한입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기는 안심합니다.)
미뢰(맛 인지)의 변화: ‘맛의 감도가 달라졌어요’
아기가 아플 때는 코가 막히거나 열로 인해 미뢰(맛을 느끼는 세포)가 일시적으로 둔해집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밥맛이 없었던 경험, 어른들도 똑같이 느끼죠. 이럴 때 이유식의 미묘한 냄새, 고기 향, 심지어 야채의 풋내까지 아기에게는 과도하게 강한 냄새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기가 아플 때의 음식, 그리고 아프고 나서 회복기의 음식은 향이 자극적이지 않은 재료(감자, 단호박, 미음)부터 다시 시작하세요. 온도는 너무 차갑거나 뜨겁지 않게, 체온과 비슷한 정도로 조절해 주세요. 한 번에 여러 재료를 섞기보다는, 한 재료씩 맛을 되살려주는 방식이 좋아요. (예: “오늘은 감자 한 입”, “내일은 호박 한 입”처럼 천천히 확장)
아픈 아기를 위한 추천 음식
- 미음류: 쌀미음, 감자미음, 단호박미음
- 과일류: 익힌 배, 사과, 바나나 (소화 잘되는 과일)
- 야채류: 애호박, 당근, 감자
- 보조식: 배즙, 보리차, 유산균
아기가 이유식을 거부하는 건 ‘성장 후퇴’가 아니라, 몸이 회복을 위해 쉬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며칠간 분유만 먹어도 괜찮아요. 분유에는 단백질, 칼슘, 지방이 균형 있게 들어 있어 짧은 기간이라면 충분한 영양을 제공합니다. 단, 분유를 너무 오래 대체식으로 사용하면 씹기 능력, 구강 근육, 식사 리듬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3~5일 정도 회복 후에는 서서히 이유식을 다시 시도하세요.
“이유식은 아기의 발달을 따라가는 여정이지, 경쟁이 아니에요.” 아기가 건강하게 회복되면, 스스로 다시 식탁으로 돌아올 힘을 찾습니다.

이 글을 쓰신 김명희 소장님은?
영유아 식품 및 임산부 식품 전문가이자 연구가예요. 식약처 어린이급식관리센터에서 영양사 교육, 보건복지부의 산모 & 신생아 관리사 교육을 진행하셨어요. 숙명여자대학원에서 전통식생활문화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상명대학원 외식영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어요.
- 영유아 식품 전문가, 임산부 식품 연구가 (식약처 최초 인증, 2015.02)
- 영양사 교육 전문가 : 식약처 강사, 보건복지부 강사
- 숙명여대 대학원 '아동요리과정' 강사
- <EBS 꼬마요리사> 교재 개발, <EBS 육아학교> 자문위원장
- <한눈에 보이는 4-STEP 이유식 & 유아식> 저자
- <꼭 먹여야 할 12개월 이유식> <재료궁합 딱 맞는 튼튼이유식> <아이반찬 대백과> <임신출산 음식백과> <하하하 유아식> <웬만한 아이반찬 다 있다> <활동파 아이를 위한 영양듬뿍 밥반찬> <마마북, 파파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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