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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 누이 커버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펩시코 최초 이민자 여성 CEO, 두 딸의 엄마 인드라 누이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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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소식을 안고 집에 돌아온 날, 세계에서 가장 큰 식음료 기업의 사장이 된 엄마에게 자기 어머니가 건넨 첫마디는 이거였대요. "축하해. 그런데 나가서 우유 좀 사 오렴." 어이없을 만큼 담담한 이 장면, 일하는 엄마라면 어딘가 찔리듯 공감되지 않으세요?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인정받는 사람인데,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다시 밀려드는 '엄마의 자리'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드라 누이(Indra Nooyi)예요. 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이자,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펩시코(PepsiCo)의 CEO를 지낸 사람이죠. 미국 최대 기업들 가운데 유색인종·이민자 여성으로서 최고 자리에 오른 몇 안 되는 인물이자, 두 딸 프리타와 타라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영자였지만, 동시에 매일 '엄마로서 부족했나' 고민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인드라 누이
인드라 누이 (사진: World Economic Forum · Wikimedia Commons (CC BY-SA)) · 출처 보기

첸나이에서 예일까지, 경계를 넘은 소녀

인드라 누이는 1955년 인도 마드라스(지금의 첸나이)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가장 위대한 롤모델"이라고 부릅니다. 딸들에게 매일 저녁 식탁에서 "네가 총리라면 무엇을 하겠니?" 같은 연설을 시키며, 여자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분이었거든요. 경계를 넘으려는 끝없는 열망은 바로 그 어머니에게서 왔다고 누이는 말합니다.

마드라스에서 물리·화학·수학을 공부하고 인도경영대학원(IIM 캘커타)을 거친 그는, 1978년 미국 예일 경영대학원(Yale School of Management)에 진학하기 위해 홀로 태평양을 건넜어요. 낯선 나라에서 학비를 벌려고 한밤중 기숙사 안내 데스크에서 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첫 취업 면접에 입고 갈 정장 살 돈이 없어 고민하던 이민자 유학생이, 훗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인 중 한 명으로 불리게 됩니다.

보스턴컨설팅에서 펩시코 CEO까지

졸업 후 누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모토로라와 ABB를 거치며 전략·기획 분야에서 실력을 쌓았어요. 1994년 펩시코에 합류한 그는 전략기획 담당을 거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지낸 뒤 2006년 마침내 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가 이끈 12년 동안 펩시코의 매출은 약 80% 성장했어요. 하지만 누이가 특별했던 건 숫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목적이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a Purpose)'라는 방향을 내걸고, 탄산음료 중심이던 회사를 건강한 식음료로 조금씩 돌려세우려 했어요. 당장의 실적과 세상에 남길 흔적을 함께 고민한 경영자였죠. 포춘이 뽑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1위에 여러 해 이름을 올린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다시 처음의 그 장면으로 돌아가 볼게요. 펩시코 사장으로 지명된 날, 누이는 들뜬 마음으로 집에 달려왔지만 어머니는 승진 이야기 대신 우유 심부름을 시켰어요. 서운함에 볼멘소리를 하는 딸에게 어머니가 남긴 말은, 지금까지도 일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네가 펩시코의 사장이든 뭐든 될 수 있지만, 집에 들어오는 순간 너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이야. 그 자리는 아무도 대신할 수 없어. 그러니 그 왕관은 차고에 두고 들어오렴."

이 말은 '집에서는 일 얘기 그만하라'는 잔소리로도 들릴 수 있지만, 누이는 이걸 평생의 균형추로 삼았어요. 세상이 주는 화려한 직함과,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 거죠. 사실 그 '왕관'을 완전히 벗어 두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일과 육아를 오가는 엄마라면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인드라 누이
인드라 누이 (사진: World Economic Forum / Michael Wuertenberg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출처 보기

회사 안내 데스크로 걸려 온 딸의 전화

누이는 일하는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감추지 않았어요. 회고록에서 그는 "엄마로서 부족했다고 느낀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출장으로 세계 곳곳을 도는 동안, 그는 아이들과 연결될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 냈어요.

가장 사랑스러운 일화가 하나 있어요. 게임 시간에 제한이 있던 막내딸 타라는, 닌텐도를 하고 싶을 때마다 엄마가 지구 어디에 있든 펩시코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대요. 그러면 안내 데스크 직원이 누이가 미리 적어 준 질문 목록("숙제는 다 했니?" 같은)을 확인한 뒤, 30분쯤 게임을 허락해 주고 "타라에게 닌텐도 허락했어요"라고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누이는 이렇게 말했어요. "비서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과 함께 이런 방식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도저히 굴러가지 않아요." 혼자 다 해내는 슈퍼우먼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촘촘한 지원망을 짠 사람. 그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족이 아이들을 돌봐 준 덕분에,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그 든든한 뒷받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거라고요.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누이는 "여성이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언뜻 힘 빠지는 말 같지만, 저는 이 솔직함이 오히려 위로가 되더라고요. 완벽하게 다 해내는 사람은 없다는 것, 어딘가에서는 저울이 기운다는 것을 세계 최고의 경영자조차 인정한다는 뜻이니까요.

중요한 건 그가 죄책감에 무너지는 대신, 자기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설계했다는 점이에요. 도움을 청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집에 들어올 땐 왕관을 내려놓고요. 2018년 CEO에서 물러난 뒤 그는 회고록 『My Life in Full(나의 일과 삶)』을 펴내 일과 가정, 그리고 돌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자신이 지나온 길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따라올 엄마들에게 "사회가 돌봄을 함께 떠받쳐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요.

포브스 프로필에 따르면 인드라 누이는 2019년 은퇴할 때까지 24년간 펩시코(PepsiCo)에 몸담았고, 그중 12년을 CEO로 지내며 회사를 쪼개려는 시도를 막아내고 매출을 거의 두 배로 키웠습니다. 재직 중에는 더 건강한 제품 라인과 친환경 경영을 앞장서 도입했죠. 포브스는 그를 지금까지 12개 리스트에 올렸고, 2006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온 인물로 소개합니다. 2024년 ‘미국 자수성가 여성(America’s Self-Made Women)’ 명단에서는 순자산 약 3억 4천만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 재산의 대부분은 펩시코 재직 시절 받은 주식에서 나온 것입니다. 은퇴 후에는 아마존 이사회와 도이체방크 글로벌 자문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아요. 멋진 남편과 훌륭한 두 아이, 아주 끈끈한 가족, 좋은 팀과 함께하는 근사한 일까지 가졌으니까요. 하지만 여기까지 오고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절충과, 수면 아래 감춰진 수많은 희생, 그리고 적지 않은 부수적 피해가 있었습니다.”

포브스 참고: 기사 보기

당신의 왕관도, 당신의 저녁 식탁도 소중하니까

인드라 누이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재능과 남다른 노력, 그리고 온 가족의 지원이라는 배경이 함께 있었어요. 누구나 펩시코 CEO가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가 보여 준 태도만큼은 우리 모두의 저녁 식탁에도 놓아 둘 수 있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쓰던 왕관을 잠시 차고에 벗어 두고 아이의 눈을 맞추는 저녁, 혼자 다 짊어지는 대신 "도와줘" 하고 손 내미는 용기,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는 마음. 아이를 키우며 나의 일도 지켜 가는 당신은, 이미 매일 그 어려운 균형을 잡고 있는 대단한 엄마예요. 오늘 하루도 왕관과 앞치마 사이를 씩씩하게 오간 당신에게, 인드라 누이의 이야기가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참고: 위키피디아 'Indra Nooyi', 인드라 누이 회고록 『My Life in Full: Work, Family, and Our Future』(2021), CBS News, Fortune, National Women's History Museum, Quartz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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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라이프#대단한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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