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안고 나스닥 종을 울린 범블 창업자, 휘트니 울프 허드
아이를 재우고 겨우 앉아 노트북을 열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칠 때가 있어요. "지금 내가 일하는 게 맞나? 아이 옆에 더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반대로 아이와 놀아주다가도 머릿속엔 미뤄둔 일이 둥둥 떠다니죠. 어느 쪽에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미안한, 그 익숙한 감정. 이걸 아주 솔직하게 말한 사람이 있어요.
데이팅 앱 범블(Bumble)을 만든 창업자이자 CEO, 휘트니 울프 허드(Whitney Wolfe Herd)예요. 그는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던 역사적인 날, 정장 대신 18개월 된 아들을 품에 안고 개장 종을 울린 사람이랍니다.

스물세 살, 세상을 바꾸는 앱의 이름을 짓다
휘트니는 1989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났어요.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그는 스물두 살이던 2012년, 지금은 누구나 아는 데이팅 앱 틴더(Tinder)에 합류합니다. 마케팅 부사장으로 일하며 '틴더'라는 이름 자체를 지은 것도 그였다고 해요. 불씨를 붙이는 마른 장작(tinder)에서 따온 이름이었죠.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시작 뒤에는 아픈 시간이 있었어요. 함께 일하며 연인 사이가 된 공동창업자와의 관계가 어긋나면서, 그는 2014년 회사를 떠나며 성차별과 괴롭힘에 대한 소송을 겪게 됩니다. 스물넷의 나이에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을 거예요. 그는 이 시기에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악플로 크게 힘들어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어요.
"여자가 먼저 말을 건다면?" 상처를 발판 삼은 창업
많은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을 텐데, 휘트니는 다른 선택을 해요. 여성이 온라인에서 겪는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여성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야만 대화가 시작되는 새로운 데이팅 앱을 구상합니다. 그게 바로 2014년 세상에 나온 범블이에요.
이 작은 규칙 하나에는 큰 철학이 담겨 있었어요. 여성이 대화의 주도권을 쥐면 무례한 접근이 줄어들고,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간이 된다는 믿음이었죠. 범블은 데이팅을 넘어 친구를 찾는 '범블 BFF', 비즈니스 인맥을 넓히는 '범블 비즈'로 확장하며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쓰는 서비스로 성장했어요.
아들을 품에 안고 울린 상장 종
2021년 2월, 범블은 나스닥에 상장합니다. 그리고 그 개장 종을 울린 건, 정장을 빼입은 임원이 아니라 18개월 된 아들을 허리에 안은 엄마였어요. 그날 휘트니는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가 되었고, 동시에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이끈 가장 젊은 여성으로 기록됩니다.
이 장면이 많은 엄마들의 마음을 울린 건, 단지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일과 아이를 굳이 분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그 자리에 선 모습 때문이었죠. 물론 그가 가진 배경과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가 보여준 '엄마인 나를 숨기지 않는 태도'는 우리 모두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에요.

산후우울증, 그리고 그가 꺼낸 솔직한 이야기
세상이 부러워하는 성취 뒤에서도, 휘트니는 여느 엄마와 똑같은 시간을 통과했어요. 첫아이를 낳은 뒤 산후 합병증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산후우울증도 겪었다고 해요. 그는 이 경험을 감추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산후우울증은 정말 교묘해요. 내가 괜찮지 않다는 건 아는데, 얼마나 괜찮지 않은지는 나조차 모르거든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는 그 감정, '엄마의 죄책감(mom guilt)'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했어요. 인터뷰 전화를 하는 이 순간에도 아이를 바라보지 못해 죄책감이 든다면서요. 하지만 그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출산 전에 나에게 기쁨을 주던 일들을 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수는 없어요."
"모든 엄마가 워킹맘이에요"
휘트니가 남긴 말 중 가장 많은 엄마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건 이 문장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워킹맘'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하지 않아요. 모든 엄마가 다 워킹맘이거든요."
일을 하든 안 하든, 아이 하나 혹은 여럿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워내는 일 자체가 이미 풀타임 직업이라는 뜻이었어요. 그는 두 아들을 키우며 회사를 이끄는 지금도, 아이들과 온전히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머리를 다른 방식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둘 다 진심이라고 말해요.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두 마음을 다 안고 가는 것. 많은 엄마가 매일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죠.
재미있는 건, 아이를 키우며 얻은 관점이 오히려 일의 방향을 바꿨다는 거예요. 그는 임신과 육아를 겪으면서 회사의 부모 지원 정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고, 아이를 낳은 뒤 "범블에 더 깊이 몰입하고 싶어졌다"고 했어요. 엄마가 되는 일이 커리어의 공백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목적이 되어준 셈이에요.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온 자리
휘트니는 2023년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한 걸음 뒤로 갔어요. 그러다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던 2025년, 그는 다시 CEO로 복귀합니다. 자신이 만든 회사를 스스로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였죠.
물러날 줄도, 다시 돌아올 줄도 아는 것. 어쩌면 이것도 육아하는 우리가 매일 배우는 감각과 닮았어요. 지금은 잠시 속도를 줄여야 할 때인지, 아니면 다시 힘껏 나아갈 때인지를 스스로 가늠하는 일 말이에요. 휘트니는 범블이라는 회사를 통해, 그 리듬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랍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휘트니 울프 허드는 2021년 2월 자신이 창업한 데이팅 앱 범블(Bumble)을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에 올랐습니다. 상장 첫 거래일 주가가 공모가를 훌쩍 넘겨 마감하면서, 당시 31세였던 그의 지분 가치는 약 15억 달러로 뛰었죠. 미국에서 기업을 상장시킨 최연소 여성 CEO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주가 하락으로 약 10개월 만에 억만장자 지위는 내려놓았고, 2024년 5월 포브스 추정 순자산은 4억 달러 수준입니다. 그가 상장의 순간에 남긴 말은 이 성취가 개인의 부를 넘어 여성의 자리에 관한 이야기임을 보여줍니다.
“파워 런치는 더 이상 남성만의 것이 아니에요. 우리 모두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있습니다.”
포브스 참고: 기사 보기
두 마음을 다 안고 가도 괜찮아요
휘트니 울프 허드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억만장자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에요. 아이 옆에 있고 싶은 마음과 내 일에 몰입하고 싶은 마음, 그 둘 사이에서 흔들리는 게 잘못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 위에서 아이를 안은 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오늘도 어느 쪽에 있든 마음 한편이 미안했던 당신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 죄책감은 당신이 두 세계를 모두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모든 엄마는 이미 워킹맘이고, 그 자체로 충분히 대단하답니다.
📚 참고: 위키피디아 'Whitney Wolfe Herd', TIME 인터뷰 'Bumble CEO Whitney Wolfe Herd on Parenthood and Mom Guilt', Forbes 프로필, CNBC·Fast Company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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