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를 갈아 넣는 게 초능력이 아니었어요" 연쇄 창업가, 줄리아 콜린스
일과 육아를 함께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더 잘하려면 잠을 줄여야 하는 걸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조금 포기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걸까? 지금보다 더 많이 참고 버텨야 성공할 수 있는 걸까? 회사에서도 잘하고 싶고, 아이에게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보니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대개 '나를 위한 시간'이에요. 쉬는 시간을 줄이고, 아파도 버티고, 도움이 필요해도 혼자 해결하려 하죠.
미국의 창업가 줄리아 콜린스(Julia Collins)도 한때 자신이 얼마나 고통받는지가 성공의 크기와 연결돼 있다고 믿었어요. 하버드에서 생명공학, 스탠퍼드 MBA를 마치고 여러 회사를 만들어 온 연쇄 창업가인 그가 결국 깨달은 건 제 초능력은 저를 얼마나 갈아 넣느냐가 아니라, 저를 얼마나 잘 대하느냐에 있었어요였어요. 유니콘 기업을 만든 창업가는 왜 성공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게 됐을까요?
🍳 마음은 늘 음식으로 향했습니다

줄리아 콜린스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를 마쳤어요. 누구나 부러워할 학력을 갖췄지만, 그가 오래전부터 마음을 빼앗긴 분야는 따로 있었어요. 바로 음식이었죠. 줄리아는 휴가를 갈 때도 요리책을 챙겼고,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어떤 식재료를 고르는지 유심히 관찰했어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을 때도 좋은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데 기꺼이 돈을 썼다고 해요.
가족은 줄리아가 의사나 변호사처럼 안정적이고 인정받는 직업을 갖길 바랐어요.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분야로 곧장 가지 못하고 여러 길을 돌아야 했죠. 하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늘 음식이었어요.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좋은 음식은 어떻게 사람에게 전달될까? 식품 산업은 어떻게 더 지속가능해질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훗날 줄리아가 만든 회사들의 출발점이 됐어요.
커리어의 방향을 찾을 때 완전히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힌트는 이미 내 안에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계속 찾아보게 되는 것, 돈이 되지 않아도 자꾸 이야기하게 되는 것, 다른 사람은 지나치는데 나만 유독 마음이 쓰이는 문제처럼요.
🧥 후드티를 입고 자신을 숨기던 때

줄리아가 실리콘밸리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는 자신이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가 본 전형적인 테크 창업가는 후드티를 입고,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었죠. 반면 줄리아는 밝은 색의 드레스와 뮬을 좋아했고, 높고 명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줄리아는 투자자에게 인정받으려면 자신도 다른 창업자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좋아하던 옷을 벗고 후드 집업을 입었어요. 자신의 말투와 분위기도 감췄죠.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투자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잘 반응하지 않았고, 농담도 통하지 않았으며, 피칭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어요. 그는 당시의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저는 창업가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어요.
결국 그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일을 멈췄어요. 다시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말투로 사업을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사람들이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예정된 미팅 시간은 길어졌고, 거래도 성사되기 시작했죠. 줄리아는 그때 깨달았어요. 자신을 숨겼을 때보다, 자신이 무엇을 다르게 보고 있는지 드러냈을 때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육아 후 다시 일터로 돌아갈 때도 우리는 비슷한 '코스프레'를 하곤 해요. 아이 때문에 일정에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경력 공백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예전과 똑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죠.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쌓은 경험까지 지워야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에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 작은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감각, 매일 예상 밖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도 모두 일의 자산이 될 수 있으니까요.
🍕 유니콘 기업을 만들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줄리아는 여러 식품 사업을 경험한 뒤, 2015년 알렉스 가든과 함께 푸드테크 기업 Zume을 공동창업했어요. Zume은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피자를 만들고 배달하는 회사로 시작했어요. 이후 식품 생산과 포장, 배송 시스템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했죠. 회사는 초기부터 빠르게 자금을 모으며 주목받았고, 이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겉으로 보면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창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압박도 함께 커졌어요. 조직은 커졌고, 사업 방향과 의사결정은 복잡해졌어요. 공동창업자와 투자자, 이사회와의 관계도 처음과 달라졌죠. 줄리아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점점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는 나중에 당시 자신이 성공하려면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이 참고, 더 심하게 고통받아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어요.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성공의 증거처럼 여겼던 거예요. 하지만 회사를 떠난 뒤 줄리아는 그 믿음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고통을 많이 견뎌야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나를 소진시키지 않고도 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성공하면서도 나와 가족의 삶을 지킬 수는 없을까?
🌏 엄마가 된 뒤 다시 찾은 질문

Zume을 떠난 뒤 줄리아는 바로 다음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일기를 쓰며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앞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다시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한 가지 질문에 도달했어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지구를 회복시키는 일에 기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떠올리자 기후위기는 더 이상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답은 다시 줄리아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음식'으로 이어졌죠. 줄리아는 사람들이 매일 먹는 간식에 주목했어요. 기후위기처럼 크고 복잡한 문제는 일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기 쉬워요. 하지만 과자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도, 부모도, 마트의 바이어도 직접 집어 들고 먹어볼 수 있죠. 그렇게 시작한 브랜드가 Moonshot Snacks였어요.

Moonshot은 단순히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원료와 공급망을 활용해 크래커를 만들었어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를 마트에서 손에 잡히는 제품 하나로 번역한 거죠. 육아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어요. 아이의 식사 기록을 편하게 남기려고 만든 표, 어린이집 준비물을 잊지 않으려고 만든 체크리스트, 동네 부모들과 정보를 나누려고 만든 작은 모임처럼요. 처음에는 나에게 필요해서 만든 것이지만,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많다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제품이 될 수도 있어요.
🌱 불편함을 해결하다가 또 다른 사업을 발견했습니다
Moonshot을 운영하면서 줄리아는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어요. 브랜드가 정말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려면 탄소배출량과 공급망의 영향을 실제 데이터로 측정해야 했어요. 그런데 작은 식품 브랜드가 사용하기에 적합한 도구가 거의 없었어요. 전문 컨설팅은 너무 비쌌고, 기존 프로그램은 복잡하거나 필요한 기능이 부족했죠. 결국 줄리아의 팀은 직접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스프레드시트였어요. 데이터가 쌓이면서 코드가 더해졌고, 점점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했어요. 주변의 다른 브랜드들도 그 도구를 사용하고 싶어 했어요.
줄리아는 그때 깨달았어요. 세상에 지금 이 도구가 필요하며, 그것을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게 세 번째 회사 Planet FWD가 시작됐어요.

Planet FWD는 식품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더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만들도록 돕는 플랫폼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줄리아가 처음부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자기 사업 안에서 반복해서 겪은 불편을 해결하려고 만든 도구가 또 다른 사업이 된 거죠.
육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나에게 필요해서 만든 기록표, 반복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만든 루틴,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사업의 아이디어는 완전히 새로운 발명보다 내가 이미 반복해서 해결하고 있는 문제에서 발견되기도 해요.
🧭 성공보다 중요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줄리아는 다음 회사를 만들면서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단지 더 큰 투자를 받는 것보다 누구의 투자를 받을 것인지를 중요하게 봤어요. 자신을 평가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순간에도 솔직하게 조언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이사회에 두려고 했어요. 지분 구조와 계약도 처음부터 꼼꼼하게 살폈어요. 회사를 얼마나 크게 성장시킬지만큼,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일하게 될지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줄리아에게 좋은 회사는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만을 뜻하지 않았어요.
- 🌟 창업자가 최선의 모습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
- 🌟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안전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회사
- 🌟 삶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고도 지속할 수 있는 회사
엄마가 된 뒤에도 일에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성공을 위해 감당할 수 있는 대가와 감당하고 싶지 않은 대가가 더 분명해질 수 있어요. 아이와의 시간, 건강, 관계, 나다운 삶을 모두 포기한 뒤에야 얻을 수 있는 성공이라면 그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성공인지 질문하게 되죠. 줄리아는 꿈의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기후위기와 식품 시스템이라는 더 큰 문제에 도전했어요. 달라진 것은 목표가 아니라 방법이었어요.
💛 나를 잃지 않고 오래 일한다는 것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사람에게 성공은 단순하지 않아요. 일에서는 더 큰 성과를 내고 싶지만, 아이의 오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지만, 내 건강과 관계를 모두 희생하고 싶지는 않죠. 그래서 우리는 종종 욕심을 줄여야 할지, 더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할지 고민해요. 하지만 줄리아 콜린스의 이야기는 그 둘 사이에 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요.
- ✨ 꿈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방법을 바꾸는 것
- ✨ 나를 다른 사람처럼 꾸미지 않고, 내가 가진 경험과 관점을 일의 자산으로 사용하는 것
- ✨ 혼자 견디는 힘보다 함께 일할 사람과 나를 지켜줄 구조를 만드는 것
줄리아는 유니콘 기업을 만든 뒤에야 자신을 소진시키는 능력이 초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진짜 힘은 자신을 잘 돌보면서도 중요한 문제를 오래 해결하는 데 있었죠. 엄마가 된 뒤에도 우리는 계속 꿈꿀 수 있어요. 다만 이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성공할 필요는 없어요. 나와 아이의 삶을 함께 지키면서도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일을 계속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성공의 모습일지도 몰라요.
🔗 줄리아 콜린스가 더 궁금하다면
- 🌐 Planet FWD 공식 홈페이지 – 줄리아가 세 번째로 창업한 지속가능성 소프트웨어 플랫폼
- 📸 줄리아 콜린스 인스타그램 – 창업·엄마·기후위기 이야기를 이어가는 개인 계정 (인스타그램에서 '줄리아 콜린스'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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