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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라 카츠 커버

오라클 CEO 사프라 카츠, 이스라엘 출신 이민자 엄마의 뒤에는 남편과 두 아들이 있었다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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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 아이는 누가 볼까?” 많은 집에서 이 질문의 답은 자연스럽게 엄마 쪽으로 기울고, 그렇게 한 사람의 커리어가 조용히 멈추곤 합니다. 그런데 그 답을 반대로 뒤집은 부부가 있습니다. 아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의 최고 자리로 향했고, 남편이 두 아들의 주 양육자를 맡았습니다.

그 아내가 바로 사프라 카츠(Safra Catz)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온 이민자 소녀는 훗날 오라클(Oracle)의 CEO가 되어 130건이 넘는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오늘은 화려한 성공담 뒤에 있는 조금 다른 이야기, 즉 한 가정이 ‘역할을 나눠 맡는다’는 선택을 실제로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사프라 카츠
사프라 카츠 (사진: Wikimedia Commons) · 출처 보기

이스라엘에서 온 여섯 살 이민자 소녀

사프라 카츠는 1961년 이스라엘 홀론(Holon)에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여섯 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으로 건너왔습니다. 낯선 언어와 낯선 나라에서 새로 시작한 이민자 아이였던 셈입니다.

공부는 그가 붙잡은 확실한 사다리였습니다. 브루클라인 고등학교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학사(1983년)를, 이어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1986년)를 받았습니다. 특권을 물려받은 출발선이 아니라, 실력으로 한 칸씩 올라선 자수성가형 경로였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 오라클로

사프라 카츠는 곧바로 기업이 아니라 금융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투자은행 도널드슨·러프킨 앤 젠렛(DLJ)에서 1986년부터 약 14년간 일하며 수석부사장과 전무이사까지 올랐고, 그 시절 그가 집중적으로 분석한 산업이 바로 소프트웨어였습니다. 숫자와 계약서로 산업을 읽는 훈련을 이때 몸에 새긴 겁니다.

1999년, 그는 오라클에 수석부사장으로 합류했습니다. 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곁에서 2001년 이사회 멤버, 2004년 사장,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11년에는 공동 사장 겸 CFO에 올랐습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회사의 재무와 운영을 실제로 돌리는, ‘실무형 2인자’로 존재감을 키워갔습니다.

130건의 딜을 성사시킨 ‘협상 테이블의 실력자’

사프라 카츠를 설명하는 가장 상징적인 숫자가 있습니다. 오라클 재직 기간 동안 그가 진두지휘한 인수합병(M&A)이 130건이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딜만 봐도 규모가 남다릅니다.

  • 피플소프트(PeopleSoft) — 2005년, 약 103억 달러 규모의 격전 끝에 인수
  • 선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 하드웨어와 자바(Java)를 품은 대형 딜
  • 넷스위트(NetSuite) — 2016년, 약 94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인수
  • 서너(Cerner) — 의료 IT로 사업을 넓힌 대형 인수

그는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비전을 외치는 유형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숫자를 끝까지 파고들어 계약을 성사시키는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겸손한 편이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더 나은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이력을 담담하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사프라 카츠
사프라 카츠 (사진: Wikimedia Commons) · 출처 보기

두 아들, 그리고 역할을 바꾼 부부

2014년 9월, 사프라 카츠는 마크 허드(Mark Hurd)와 함께 오라클의 공동 CEO가 되었습니다. 2019년 허드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단독 CEO로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IT 기업의 수장. 이 자리를 감당하려면, 집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 축을 맡은 사람이 남편 갈 티로시(Gal Tirosh)였습니다. 두 사람은 1997년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습니다. 한때 축구 코치였던 갈 티로시는, 아내가 점점 더 무거운 리더십을 짊어지게 되자 스스로 주 양육자를 맡기로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챙기고 가정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역할을 남편이 맡으면서, 사프라 카츠는 커리어를 멈추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프라는 여러 인터뷰에서 남편의 이 헌신을 공개적으로 고마워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역할 분담은 아무 집에서나 그냥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커리어를 멈추고 가정으로 들어오기로 부부가 함께 합의해야 하고, 그 선택이 가능한 경제적·정서적 여건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사프라 카츠 부부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엄마가 당연히 아이를 본다’는 전제를 당연하게 두지 않고 누가 무엇을 맡을지 다시 협상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협상의 결과를, 부부 모두 부끄러워하지 않고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사프라 카츠는 자신의 개인사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그가 “남편 덕분”이라는 사실만큼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는 것. 워킹맘의 현실에서 이 문장은 생각보다 큰 울림을 줍니다.

순자산 29억 달러,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사프라 카츠의 순자산은 약 29억 달러(2026년 7월 기준)에 이릅니다. 부의 원천은 ‘소프트웨어’, 그리고 자수성가 점수는 만점에 가깝습니다. 그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는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포브스의 미국 자수성가 여성 부호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보상 규모도 상징적입니다. 그는 2011년 포춘 1000대 기업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여성이었고, 이후에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고액 연봉 CEO 명단에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 소프트웨어를 분석하던 애널리스트가, 그 소프트웨어 회사를 직접 이끄는 최고 경영자가 되어 정상에 오른 셈입니다.

그런 그가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정직이었습니다.

“어리석은 실수는 회복할 수 있지만, 거짓말한 사람은 결코 신뢰를 되찾지 못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정직함입니다.”

후배 여성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담백하고 씩씩합니다. 그는 “여성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것”이라며, “회사 안에서 리더로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새 길을 내라”고 말했습니다. 2025년 9월, 그는 10년 넘게 지킨 CEO 자리를 내려놓고 오라클 이사회 부회장(executive vice chair)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정상에서 스스로 다음 무대를 고른 것 역시, 그다운 선택이었습니다.

‘누가 아이를 볼까’를 다시 물을 용기

사프라 카츠의 이야기는 “여자도 CEO가 될 수 있다”는 뻔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편, “그 자리를 지키는 동안 집은 누가 지탱했는가”라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답은 남편이었고, 부부는 그 사실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육아 앞에서 한쪽이 멈추는 일이 늘 엄마의 몫일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맡을지는 부부가 함께 다시 정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며 내 세계가 바뀐 모든 엄마에게, 사프라 카츠 부부의 선택이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멈춤이 아니라, 가정을 새로 설계하는 또 하나의 도전이니까요.

참고 자료

· Forbes — Safra Catz Profile
· Wikipedia — Safra Catz
· Oracle — Safra A. Catz Executive Biography
· Jewish Women's Archive — Safra C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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