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COO이자 두 아이 엄마, 셰릴 샌드버그
회의실에서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의견을 내다가도, 아이 하원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 한쪽이 조급해진 적 있으신가요? "일도 제대로, 엄마 역할도 제대로"라는 두 개의 목표 사이에서 매일 저울질하는 건 어쩌면 일하는 엄마의 숙명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고민을 전 세계 여성의 화두로 끌어올린 사람이 있습니다. 페이스북(현 메타)을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으로 키워낸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입니다. 그는 실리콘밸리 최정상에 오른 경영자이자, 두 아이를 키운 엄마이고, 남편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뒤 다시 일어선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화려한 이력 뒤에 숨은,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간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게요.

워싱턴의 소녀에서 실리콘밸리 2인자까지
셰릴 샌드버그는 1969년 워싱턴 D.C.에서 태어났습니다. 안과 의사 아버지와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어머니 아래 삼 남매의 맏이로 자랐죠. 어릴 때부터 남다른 승부욕과 리더십을 보였던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최고 우등으로 마쳤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매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세계은행과 미국 재무부에서 일하며 개발도상국의 부채 탕감 프로젝트를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아직 작은 회사였던 구글에 합류해 온라인 광고·영업 조직을 4명에서 4,000명 규모로 키워냈죠. 그의 진가가 드러난 건 2008년, 마크 저커버그가 스물넷의 나이에 그를 페이스북 COO로 영입하면서였습니다. 당시 적자를 보던 페이스북을 광고 모델로 흑자 전환시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키운 주역이 바로 샌드버그였습니다. 그는 2012년 페이스북 이사회에 합류한 첫 여성이기도 했습니다.
『린 인』, 일하는 여성의 언어를 바꾸다
샌드버그의 이름을 경영의 세계 밖으로까지 알린 건 2013년 출간한 책 『린 인(Lean In)』입니다. '기회 앞에서 뒤로 물러서지 말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lean in) 주도적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는 전 세계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커리어의 결정적 순간에 지레 물러서는 경향을 짚었습니다. "떠나기도 전에 미리 떠나지 말라(Don't leave before you leave)"는 말처럼, 아직 오지도 않은 육아를 걱정하며 지금의 도전을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였죠. 2014년에는 여자아이에게만 붙는 '나댄다(bossy)'는 꼬리표를 지우자는 '밴 보시(Ban Bossy)' 캠페인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커리어 결정은, 인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누구로 정하느냐다.”
다만 『린 인』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버드를 나오고 억만장자가 된 성공한 경영자의 조언이, 당장 생계와 돌봄을 홀로 감당하는 대다수 여성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었죠. 흥미로운 건 샌드버그 본인도 이런 한계를 솔직히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자신이 좋은 교육, 든든한 파트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라는 특권을 가졌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여성이 나처럼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이죠. 완벽한 롤모델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조건을 정직하게 마주했다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더 신뢰가 갑니다.
가장 단단했던 사람에게 찾아온 가장 큰 시련
샌드버그는 2004년 야후 임원이자 서베이몽키 CEO였던 데이브 골드버그와 결혼해 2005년 아들, 2007년 딸을 낳았습니다. 서로의 커리어를 존중하며 집안일과 육아를 함께 나누는 부부로도 유명했죠. 그런데 2015년 5월, 가족 여행 중이던 남편이 심장 부정맥으로 마흔여덟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계 최고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였지만, 두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마흔다섯 살 엄마의 슬픔 앞에서는 그도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이 시기를 "발밑에서 땅이 사라진 것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부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다시 웃어도 되는 건지, 매일이 물음표였다고 해요.

“Option A는 없어. 그러니 Option B를 끝내주게 살아보자”
남편을 잃은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샌드버그는 아이의 학교 행사에 '아빠 대신' 함께해 줄 사람을 이야기하다 무너졌습니다. 그때 곁에 있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Option A(원래의 계획)는 이제 없어. 그러니 우리 Option B를 끝내주게 살아보자." 이 한마디는 그가 슬픔을 통과하는 방식이 되었고, 훗날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와 함께 쓴 책 『옵션 B(Option B)』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Option A는 없어. 그러니 Option B를 끝내주게 살아보자.”
2017년 출간된 『옵션 B』는 역경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힘, 즉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관한 책입니다. 샌드버그는 자신의 상실 경험을, 그랜트는 심리학 연구를 더해 '사람은 큰 고난 뒤에 그저 제자리로 돌아오는(bounce back)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다(bounce forward)'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슬픔을 억누르지 말고 인정하기, 혼자 견디지 말고 도움을 청하기, 그리고 아주 작은 일상의 기쁨을 다시 발견하기. 이 책은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삶의 어떤 상실을 겪은 수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육아 역시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죠. 계획했던 'Option A'가 어긋나 버린 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되돌림이 아니라 지금 손에 쥔 'Option B'를 그럭저럭이 아니라 끝내주게 살아내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사랑하고 성장하기로
시간이 흐르며 샌드버그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2022년, 그는 사업가 톰 번탈과 재혼했습니다. 번탈에게는 이전 결혼에서 얻은 세 아이가 있었고, 샌드버그의 두 아이까지 다섯 아이가 함께하는 대가족이 되었죠. 결혼식에서 다섯 아이가 모두 들러리로 함께한 장면은, 상실 이후에도 삶은 새로운 형태로 계속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해 그는 14년간 몸담은 메타 CO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제 그는 여성의 리더십을 지원하는 '린인 재단', 그리고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름을 딴 '셰릴 샌드버그 & 데이브 골드버그 재단' 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상의 자리를 떠난 뒤에도, 자신이 통과해 온 이야기로 다른 사람을 돕는 길을 택한 셈입니다. 그의 이야기와 활동은 린인 공식 사이트와 옵션 B 커뮤니티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셰릴 샌드버그의 순자산은 약 24억 달러로, 세계 부자 순위 172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2026년 7월 기준). 하버드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와 맥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구글의 온라인 영업·운영 담당 부사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2022년까지 페이스북(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며 회사를 광고 매출 중심의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베스트셀러 『린 인(Lean In)』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리더십 담론에 불을 지핀 그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떠나보낸 뒤 펴낸 책 『옵션 B(Option B)』에서 상실과 회복탄력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회복탄력성의 씨앗은, 우리가 삶의 부정적인 사건들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방식 속에 심어집니다.”
포브스 참고: 기사 보기
흔들려도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에게
셰릴 샌드버그의 삶은 '완벽한 슈퍼우먼'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흔들렸고, 무너졌고, 자신의 한계와 특권을 솔직히 인정했으며, 그럼에도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건 "너도 노력하면 다 된다"는 채찍질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조용한 확신입니다.
오늘 하루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부지런히 저울질했을 당신에게, 'Option B를 끝내주게 살아보자'는 그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우리 손에 쥔 하루를, 우리답게 씩씩하게 살아내면 되니까요.
📚 참고: 위키피디아(Sheryl Sandberg), 브리태니커, 『Lean In』(2013)·『Option B』(2017), TIME·Forbes·Hollywood Reporter 관련 보도, LeanIn.org·OptionB.org 공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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