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명품발레_호두까기인형 추천
간만에 모교인 이대를 갔어요. 김용걸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해설이 있는 명품발레"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오랜만에 이대 캠퍼스를 걷는 것만으로도 설레더라구요. 이씨씨도예전 그대로 아름답고, 캠퍼스 풍경이 참 좋았어요. 사실 호두까기 인형은 매년 연말마다 올라오는 작품이라 '또 호두까기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어? 이거 뭔가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놀라웠던 건 드로셀마이어가 여성으로 나온 거였어요.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등장하는데 목소리가 여자 목소리인 거예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김용걸 감독이 의도적으로 바꾼 설정이더라구요. "마법의 힘이 꼭 남성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하던데, 정말 신선한 발상이었어요. LED 영상을 정말 잘 활용했어요. 특히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에서 도시의 밤거리가 펼쳐지는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무대 뒤쪽 전체가 대형 스크린처럼 되어서 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는데, 마치 무대가 몇 배나 커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런 무대 연출은 정말 처음 봤어요. 1막에서 클라라가 호두까기 인형을 받고 잠들어서 꿈속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정말 아름다웠어요. LED 영상으로 눈송이가 내리면서 무대 전체가 환상의 세계로 바뀌는 걸 보는데, 정말 함께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쥐 군대와 호두까기 왕자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영상과 무용이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긴장감이 대단했어요. 2막 디베르티스망에서는 각국의 특색 있는 춤들이 나왔는데, 스페인 춤의 정열적인 모습, 아랍 춤의 신비로운 분위기, 중국 춤의 경쾌함이 정말 볼거리였어요. 특히 러시아 춤에서는 남자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점프가 인상적이었구요. 마지막 꽃의 왈츠는 정말 화려하고 우아해서 넋을 놓고 봤어요. 다만 군무 규모가 기존보다는 축소된 느낌이었어요. 보통 호두까기 하면 눈송이 장면에서 발레리나들이 우르르 나와서 춤추는 게 볼거리인데, 여기서는 7명 정도만 나오더라구요. 처음엔 조금 아쉬웠는데, 보다 보니 오히려 한 명 한 명이 더 잘 보이고 동작도 더 정확하게 맞아서 나름 좋았어요. 무용수들의 실력은 정말 훌륭했어요. 특히 클라라 역할을 맡은 분이 너무 좋았어요.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호두까기 인형을 받는 모습부터 꿈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모습까지,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했어요. 호두까기 왕자와의 파드되도 정말 환상적이었고, 설탕요정도 그 유명한 음악에 맞춰서 정말 우아하게 춤췄어요. 공연 끝나고 로비에서 무용수들이 직접 나와서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처음엔 '이런 것도 하는구나' 했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정말 좋았어요. 무용수들이 생각보다 친근하고 따뜻하더라구요. 클라라 역할 맡은 분께 "정말 아름다웠어요"라고 했더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악수도 해주시고요. 이런 건 다른 공연에서는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특별했어요. 해설이 있어서 이해하기도 쉬웠어요. 중간중간 드로셀마이어가 나와서 "지금부터 환상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이 춤은 각 나라의 특색을 표현한 거예요" 이런 식으로 설명해주니까 발레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오랜만에 모교에서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보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어요. 학생 때 자주 지나다녔던 이씨시홀에서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전통적인 호두까기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잘 살린 작품이었고, 특히 여성 드로셀마이어라는 파격적인 시도가 정말 인상 깊었어요. LED 영상 활용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몰입도를 엄청 높여줬구요. 티켓 가격이 조금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값어치는 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모교에서 이런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어요. 내년에도 또 한다면 꼭 보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