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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카펜터 커버

헛간에서 세계 1위 스노보드 브랜드로! 버튼을 키운 엄마 도나 카펜터

공룡언니

·

스무 살 무렵, 버몬트의 작은 바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가 있었어요. 그는 헛간에서 나무판을 깎아 '스노보드'라는 걸 만들고 있었죠. 대부분은 그저 별난 취미로 여겼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가능성을 봤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했고, 함께 폴리우레탄 통에 나무판을 손으로 담가가며 브랜드를 키웠습니다.

그 여자가 바로 도나 카펜터(Donna Carpenter)예요. 세계 스노보드 시장의 30% 이상을 쥔 브랜드 버튼(Burton Snowboards)의 회장이자, 세 아들을 키운 엄마. 그리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회사를, 그리고 여성들이 설 자리를 지켜낸 경영인이죠. 오늘은 '눈 위의 여자들'을 위해 판을 새로 짠 도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도나 카펜터
도나 카펜터 (사진: Forbes (도나 카펜터 프로필)) · 출처 보기

바에서 만난 남자, 헛간에서 시작된 회사

1981년 새해 전야, 스무 살의 도나는 버몬트 론더리의 한 바에서 제이크 버튼 카펜터를 만났어요. 제이크는 1977년부터 헛간에서 스노보드를 만들던 창업가였죠.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했고, 도나의 신혼은 낭만적이라기보다 지독하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의 연속이었어요.

도나가 회상하는 초창기 데이트는 이래요. 방호복을 입고, 얇게 붙인 나무판을 폴리우레탄에 손으로 담가 스노보드를 만드는 것. 그녀의 첫 업무는 보드를 폴리우레탄에 담그는 일과, 침실에서 울리는 고객센터 전화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회사와 집의 경계도, 부부와 동료의 경계도 없던 시절이었죠.

1980년대 중반, 도나는 버튼의 사업을 유럽으로 넓혔어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회사의 첫 해외 사무소를 열고 직접 운영했죠. 그리고 1989년에는 버튼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되었습니다. '창업자의 아내'가 아니라, 숫자와 유통을 아는 경영자로 회사 안에 자리 잡은 거예요.

"여성들은 이곳에서 환영받는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2003년, 남편 제이크는 도나에게 한 가지 숙제를 건넸어요. 버튼을 여성이 일하고 싶은 회사이자, 여성이 사고 싶은 브랜드로 만들어 달라는 것. 도나가 여성 고객과 직원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여성들은 이 회사에서도, 스노보드 커뮤니티에서도 환영받는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도나는 2004년 여성 리더십 이니셔티브(Women's Leadership Initiative)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아주 구체적인 규칙을 하나 세웁니다. 리더 자리를 뽑을 때 최종 후보에 반드시 여성을 최소 한 명 포함시키도록 한 거죠.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어요.

  • 2004년 10% 미만이던 여성 리더 비율이 40% 이상으로 올라갔어요.
  • 버튼의 미국 오픈 대회는 처음부터 남녀 상금을 동일하게 지급해 왔어요.
  • 후원 계약을 고쳐, 여성 선수가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뒤에도 지원을 이어가도록 했어요.

엄마들을 위한 회사를 만든 엄마

세 아들을 키운 도나에게 '일하는 부모'의 어려움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버튼은 남다른 육아 정책을 도입합니다. 새로 부모가 된 직원이 출장을 갈 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함께 동행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것도 출산 후 첫 18개월 동안이나요. 아이를 두고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게, 회사가 먼저 길을 터준 셈이죠.

도나의 마케팅 조직은 "대부분 여성이고, 대부분 엄마들"로 채워졌어요. 그녀에게 엄마가 된다는 건 커리어의 공백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관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버튼의 시니어 리더십은 여성과 남성이 절반씩을 이루게 됐어요.

도나 카펜터
도나 카펜터 (사진: Wikimedia Commons (CC) · 버튼이 개척한 스노보딩의 설원) · 출처 보기

도나는 자신이 누린 조건에 대해서도 솔직했어요. 창업자의 곁에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자리, 백인이자 경영권을 가진 위치가 주는 특권이 있었다는 걸 인정했죠. 그래서 그녀의 관심은 '나만의 성공'이 아니라, 뒤따라올 여성들과 엄마들이 더 쉽게 설 자리를 만드는 일로 향했습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회장의 자리에서

도나는 2010년 사장, 2016년에는 버튼 최초의 여성 CEO가 되었어요. 그리고 2019년 11월, 남편이자 창업자인 제이크 버튼 카펜터가 세상을 떠납니다. 이듬해 2월, 도나는 남편이 지키던 이사회 의장(회장) 자리에 올랐어요. 슬픔 속에서도 그녀는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았습니다.

제이크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2019년 10월, 버튼은 환경·사회 기준을 인증받는 B 코퍼레이션(B Corp) 인증을 받았어요. 여섯 개 나라에 약 1,000명의 직원을 둔 세계 최대 스노보드 브랜드가, 창업 부부의 가치를 그대로 이어간 거죠.

이런 여정 덕분에 도나는 2023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어요. 포브스는 그녀를 스노보드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소개하며, 남편과 함께 회사를 공동 창업한 여성으로 기록했습니다. 일부 매체는 그녀의 순자산을 약 7억 달러 규모로 추정하기도 했죠. 하지만 도나가 남긴 진짜 유산은 숫자가 아니라, 눈밭 위 여성들의 몫을 넓힌 데 있을 거예요.

눈 위에, 여자의 자리를 넓히다

미국에서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 중 여성의 비율은 30~35% 사이를 오가요. 도나는 이 숫자를 절반, 즉 5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헛간에서 시작된 작은 회사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 그녀는, 이제 더 많은 여자아이와 엄마들이 눈 위에서 자유롭게 미끄러지는 미래를 만들고 있어요.

스무 살에 만난 남자와 함께 폴리우레탄 통 앞에서 시작한 일이, 세 아들을 키우며 이어온 커리어가, 결국 수많은 여성의 길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건 멈추는 일이 아니라, 더 넓은 판을 짜는 일이라는 걸 도나 카펜터는 눈 위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참고 자료

· Forbes, Donna Carpenter Profile
· Forbes, 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2023
· REI Uncommon Path, Burton CEO Donna Carpenter Prioritizes Gender Equity
· Forbes, How Women's Leadership Helps Burton Snowboards Keep Its Edge
· Burton, Jake + Do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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