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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청 커버

미국 최대 중식체인 판다 익스프레스 세운 세 딸 엄마, 페기 청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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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느 쇼핑몰 푸드코트, 빨간 판다 로고 아래 길게 늘어선 줄. 새콤달콤한 오렌지 치킨 한 접시를 받아 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어쩐지 익숙한 표정이 스칩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중식, 판다 익스프레스는 그렇게 매년 4,000만 kg이 넘는 오렌지 치킨을 팔아 치우는 미국 최대의 중식 체인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 거대한 외식 제국의 주방을 전기공학 박사가 설계했다면 믿으시겠어요? 미얀마에서 태어나 전투 시뮬레이터를 코딩하던 엔지니어가, 남편의 작은 식당을 컴퓨터와 데이터로 무장시켜 2,600개 매장의 기업으로 키운 이야기. 세 딸의 엄마이기도 한 페기 청(Peggy Cherng)의 삶입니다.

페기 청
페기 청 (사진: Wikimedia Commons (Coolcaesar, CC BY-SA 4.0) — 판다 익스프레스 매장) · 출처 보기

미얀마에서 태어난 소녀, 공학 박사가 되기까지

페기 청은 1947년 무렵 영국령 버마(현 미얀마)의 항구도시 몰라먀잉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라가 막 독립을 향해 가던 시절, 그녀는 홍콩에서 성장했어요. 당시 미얀마와 홍콩에서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지만, 페기의 가족은 딸의 공부를 적극적으로 응원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캔자스의 베이커 대학교에서 훗날 남편이 될 앤드루 청을 만났고, 오리건 주립대학교에서 응용수학 학사를, 미주리 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석사와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74년 그녀의 박사 논문은 흉부 X-레이 이미지를 디지털로 분석해 선천성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패턴 인식 알고리즘에 관한 것이었어요. 훗날 식당을 데이터로 경영하게 될 사람의 이력이라고 하기엔, 시작부터 남달랐던 셈이죠.

전투 시뮬레이터를 짜던 엔지니어, 주방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페기는 곧장 첨단 기술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맥도넬 더글러스에서 미 공군용 전투 시뮬레이터를 코딩했고, 3M 계열사 콤탈에서는 소프트웨어 부서를 이끄는 기술 엔지니어로 일했어요. 누구보다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여성 공학자였죠.

한편 남편 앤드루는 1973년 아버지와 함께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중식당 '판다 인'을 열고 외식업에 뛰어든 상태였습니다. 사업이 커지자 페기는 큰 결심을 합니다. 1982년, 잘 나가던 엔지니어 자리를 내려놓고 남편의 식당 운영에 합류한 거예요. 그리고 1983년, 부부는 글렌데일 갤러리아 쇼핑몰에 첫 번째 판다 익스프레스 매장을 열었습니다.

페기 청
페기 청 (사진: Wikimedia Commons (Flickr, CC BY-SA 2.0) — 판다 익스프레스 오렌지치킨) · 출처 보기

식당을 '데이터'로 경영한 사람

페기가 주방에 들여온 건 조리법이 아니라 컴퓨터였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감(感)과 경험으로 굴러가던 시절, 그녀는 판매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축했어요. 어느 매장에서 무엇이 얼마나 팔리는지, 재고와 식자재 재주문은 언제 해야 하는지를 숫자로 관리했고, 레시피와 운영 방식을 매장마다 표준화했습니다. 외식업계에서는 상당히 앞서간 시도였습니다.

이 데이터 경영이 판다 익스프레스를 미국 아시아 패스트푸드 시장의 압도적 1위로 만든 힘이었어요. 페기 청은 자신의 강점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외식업을 하는 사람 중에 엔지니어로 교육받은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에겐 그게 강점이죠.”

그녀는 1997년 판다 레스토랑 그룹의 사장이 되었고, 1997년부터 2003년까지 CEO 겸 사장을 맡았습니다. 2004년부터는 남편과 함께 공동 회장이자 공동 CEO로 회사를 이끌고 있어요. 상장도, 프랜차이즈 대량 매각도 하지 않고 부부가 직접 매장을 소유·운영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말이죠.

세 딸의 엄마, 그리고 나눔의 방식

페기와 앤드루는 1975년 결혼해 세 딸 안드레아, 니콜, 미셸을 키웠습니다. 회사를 키우는 일과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이 동시에 굴러가던 시절이었어요. 세 딸은 자라서 모두 가업과 투자, 그리고 가족 재단의 자선 활동에 참여하며 부모가 만든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부의 나눔은 페기의 이력만큼이나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어요. 이들은 2017년 캘텍(Caltech)에 3,000만 달러를 기부해 '앤드루·페기 청 의공학과'를 세웠습니다. X-레이로 심장질환을 진단하던 공학도의 꿈이, 다음 세대의 의공학 연구로 이어진 셈이죠. 2023년에는 동서양 치료법을 접목한 암 치료를 위해 시티 오브 호프에 1억 달러를 기부했는데, 이는 미국 암 치료 분야 단일 기부로는 최대 규모였습니다.

엔지니어 출신다운 정밀함과 이민자로서 받은 것을 돌려주려는 마음이, 그녀의 나눔에는 함께 담겨 있습니다.

포브스가 기록한 '자수성가한 엄마'

포브스는 페기 청을 순자산 64억 달러(2026년 7월 기준)의 자수성가 억만장자로 소개합니다. 세계 부자 순위 611위, 그리고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자수성가 여성 12위에 올랐어요. 미국 밖에서 태어난 자수성가 여성 중에서는 두 번째로 부유한 인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미얀마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란 이민자 여성이,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들고 미국 외식업의 지형을 바꿔놓기까지. 그 여정에는 분명 남다른 재능과 노력, 그리고 함께 도전한 부부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포브스가 그녀에게 붙인 '자수성가'라는 수식어는 학위와 안정된 커리어를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순간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강점은, 걸어온 모든 길에 있다

페기 청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단순히 '큰돈을 벌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녀는 수학과 공학을 공부한 경험, 시뮬레이터를 코딩하던 손끝, 그리고 세 아이를 키우며 익힌 균형 감각까지 지나온 모든 길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음 무대의 무기로 삼았어요.

엄마가 되기 전의 나, 엔지니어였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페기 청은 그 모든 시간이 끊긴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지금 여러분이 걸어온 길도, 언젠가 가장 든든한 강점이 되어줄 거예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엄마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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