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의 시작을 함께한 다섯 아이 엄마 수잔 보이치키
1998년,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의 한 작은 집. 이제 막 결혼한 서른 살의 여성이 매달 대출금을 갚느라 자기 집 차고를 스탠퍼드 대학원생 두 명에게 세로 내줍니다. 월세는 1,700달러. 그 대학원생들의 이름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었고, 그들이 차고에서 만들던 것은 훗날 세상을 바꾼 검색엔진 구글이었어요.
그 집주인이 바로 수잔 보이치키(Susan Wojcicki)입니다. 차고를 빌려준 인연으로 구글의 16번째 직원이 되었고, 구글의 광고 사업을 통째로 설계했으며, 마침내 유튜브를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키워낸 사람. 그리고 그 모든 커리어를 다섯 아이를 키우며 해낸 엄마이기도 합니다.

차고에서 시작된 인연, 구글의 16번 직원이 되다
수잔 보이치키는 1968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던 스탠퍼드 캠퍼스 안에서 자랐습니다. 하버드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해 우등으로 졸업했지만, 대학 시절 우연히 들은 컴퓨터 수업이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았어요. 이후 그는 UC 산타크루즈에서 경제학 석사를, UCLA 앤더슨에서 MBA를 마칩니다.
차고를 빌려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잔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 막 문을 연 스타트업 구글에 합류합니다. 구글의 첫 마케팅 매니저이자 16번째 직원. 지금은 전 세계인이 아는 구글 두들(Google Doodle)을 처음 기획한 사람도 바로 그였습니다.
광고를 설계하고, 유튜브 인수를 밀어붙이다
수잔의 진짜 업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습니다. 그는 구글의 광고·커머스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서 애드센스(AdSense), 애드워즈(AdWords), 더블클릭, 구글 애널리틱스를 총괄했어요. 오늘날 구글을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만든 '돈 버는 엔진'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그였습니다.
그리고 2006년, 수잔은 회사 안에서 낯선 스타트업 하나를 눈여겨봅니다. 바로 유튜브였어요. 그는 구글이 유튜브를 1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도록 강력히 밀어붙였고, 이 판단은 훗날 구글 창업자상(Founders' Award)으로 이어집니다. 당시엔 '무모한 베팅'이라 불렸지만, 지금 우리는 그 결정이 얼마나 옳았는지 알고 있죠.
다섯 아이의 엄마, "커리어와 육아는 서로에게 배운다"
2014년, 수잔은 유튜브의 CEO가 됩니다. 재임 기간 동안 유튜브는 월 20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TV를 선보였으며,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열 가지 모델을 만들어냈어요. 오늘 우리가 아는 '유튜버'라는 직업은 상당 부분 그의 손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일을 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해냈다는 사실입니다. 남편 데니스 트로퍼와 함께 다섯 아이를 기른 수잔은, 일과 육아를 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로 봤어요.
“아이들은 당신의 커리어에서 무언가를 얻고, 당신의 커리어는 아이들에게서 무언가를 얻습니다.”

워킹맘을 위해 목소리를 낸 CEO
수잔은 자신의 경험을 개인의 일로만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출산휴가를 앞둔 2014년 12월,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유급 출산휴가는 기업에도 이득이다(Paid Maternity Leave Is Good for Business)"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씁니다.
그 글에서 수잔은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들었어요. 구글이 유급 출산휴가를 12주에서 18주로 늘리자, 출산 후 회사를 떠나는 엄마의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엄마들을 위한 정책이 결국 회사의 인재를 지키고 비용을 아끼는, 모두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엄마들은 아기와 유대를 쌓을 시간을 충분히 얻고, 자신감을 되찾아 일터로 돌아옵니다.
- 회사는 값비싼 이직 비용을 피하고, 숙련된 직원의 경험과 관점을 지킬 수 있습니다.
여성 인재에 대한 그의 소신도 뚜렷했습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면, 그 힘을 만드는 사람의 절반은 여성이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기술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놀라운 힘입니다. 그 힘을 만드는 사람이 20~30%만 여성이라면, 그건 문제입니다.”
포브스가 기록한 이름
수잔 보이치키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입니다. 그의 순자산은 약 8억 달러로 추정되며, 포브스는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쌓았음을 뜻하는 자수성가 점수(Self-Made Score)를 부여했어요.
다만 수잔이 최상위 부자들과 견주어 특권 없는 출발점에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스탠퍼드 교수의 딸로,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어요. 그가 대단한 이유는 '흙수저 신화'여서가 아니라, 주어진 자리에서 남들이 지나친 기회를 알아보고 끝까지 밀어붙인 판단력, 그리고 자신의 성공을 다른 워킹맘을 위한 제도로 되돌린 태도에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남편과 함께 트로퍼-보이치키 재단(Troper Wojcicki Foundation)을 세워 2016년 이후 1억 6천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기부해 왔습니다.
그가 남긴 것
수잔 보이치키는 2024년 8월, 2년간 비소세포폐암과 싸운 끝에 56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너무 이른 이별이었어요.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유튜브라는 거대한 플랫폼만이 아닙니다. 차고를 빌려주던 서른 살의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기업의 핵심에 서기까지, 그는 일과 육아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따라올 엄마들을 위해 문을 조금 더 넓혀두었습니다. 다섯 아이의 엄마가 세상에 증명한 건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커리어와 육아가 서로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어요.
그가 믿었던 것처럼, 아이들은 엄마의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엄마의 일 또한 아이들에게서 자랍니다. 수잔 보이치키가 남긴 그 문장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 Wikipedia — Susan Wojcicki
· Forbes — Susan Wojcicki Profile (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 Britannica Money — Susan Wojcicki
· TIME — Paid Maternity Leave Is Good for Business (Susan Wojcicki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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