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살 싱글맘에서 미국 1위 자수성가 여성으로, ABC서플라이 다이앤 헨드릭스
열일곱 살, 아직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나이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위스콘신의 어느 낙농 농장, 아홉 자매 중 한 명으로 자란 소녀는 그 이른 봄에 첫아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아이를 키우는 10대 싱글맘이 되었죠.
그 소녀의 이름은 다이앤 헨드릭스(Diane Hendricks). 오늘날 그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으로 불립니다. 순자산 약 223억 달러(약 30조 원), 미국 최대 건축자재 유통기업 ABC 서플라이(ABC Supply)의 공동창업자이자 회장. 농장 소녀에서 여기까지 온 그의 이야기는, 삶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해줍니다.

"도시로 가고 싶었어요, 정장을 입고 싶었어요"
다이앤은 1947년 위스콘신의 낙농 농장에서 태어났습니다. 아홉 자매 중 한 명. 새벽부터 소젖을 짜고 흙을 만지는 성실한 노동이 몸에 밴 집안이었지만, 어린 다이앤의 마음은 늘 농장 담장 너머를 향해 있었어요.
"저는 늘 도시로 가고 싶었어요. 정장을 입고 싶었죠."
그 바람이 채 여물기도 전, 열일곱의 다이앤은 임신을 했고 학교를 떠나야 했습니다. 만 열여덟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첫아이를 낳았고, 결혼했지만 몇 해 만에 헤어졌어요.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되고, 이른 나이에 혼자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집에서 공부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습니다.
펜 조립공에서 스물한 살 부동산 브로커까지
아이를 키우려면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다이앤은 파커 펜(Parker Pen) 공장에서 펜을 조립했고, 생계를 위해 플레이보이 클럽의 바니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그는 이 시절을 미화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해야 할 일은, 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그가 그 자리에 멈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이앤은 스물한 살에 부동산 브로커 자격증을 땄고, 위스콘신 남부를 누비며 커스텀 주택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집을 보여주고, 저녁에는 아이를 돌보는 나날. 그 성실함이 그의 인생을 다음 장으로 넘겼습니다.
지붕공 켄과의 만남, 그리고 ABC 서플라이의 시작
커스텀 주택을 팔던 다이앤은 지붕 시공을 하던 켄 헨드릭스(Ken Hendricks)를 만납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의 지붕 사업을 돕던 남자였죠. 두 사람은 1975년 결혼했고, 낡은 집을 사서 고쳐 되팔고 임대하는 일부터 함께 시작했습니다. 부부는 손이 잘 맞았어요.
그리고 1982년, 두 사람은 위스콘신 벨로이트에 ABC 서플라이 1호점을 엽니다. 지붕재·창호·사이딩을 시공업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도매 유통.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업계에서 고객에게 진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단순한 생각이 출발점이었습니다. 회사의 슬로건은 지금도 "1982년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배달합니다"입니다. 회사는 1994년 매장 100개를 넘겼고, 1998년에는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남편을 잃은 자리에서, 홀로 회사를 키우다
2007년 12월, 삶은 다시 한번 다이앤을 세게 흔듭니다. 남편 켄이 자택 신축 현장에서 지붕을 살피다 추락해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평생의 동업자이자 배우자를 잃은 그에게, 업계는 한 가지 결말을 예상했습니다. 회사를 팔 것이라고요.

"사람들은 그저 제가 여자니까 회사를 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이앤은 팔지 않았습니다. 회장직에 올라 전문 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고,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오히려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두 건의 인수를 성사시켰습니다. 2010년 경쟁사 브래드코(Bradco)를 사들였고, 2016년에는 6억 7,400만 달러에 건축자재 유통사 L&W 서플라이를 인수했죠. 켄이 살아 있던 시절과 비교해 회사는 몇 배로 커졌습니다.
포브스가 주목한 숫자, 그리고 그 뒤의 사람
오늘날 ABC 서플라이는 미국 전역에 900개가 넘는 지점을 두고, 2024년 한 해 약 20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다이앤 헨드릭스는 순자산 약 223억 달러로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에 여러 해 연속 1위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포브스는 그를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성 창업가"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다이앤은 여전히 매일 출근합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특유의 투박하고 솔직한 말투로 답했습니다.
"나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데도 아직 출근해요. 아직 머리가 돌아가니까요."
물론 그의 이야기를 무조건적인 성공담으로만 읽을 수는 없습니다. 남편과 함께 사업을 일군 든든한 동반자가 있었다는 점, 미국 특유의 건설 호황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분명 그의 편이었죠. 하지만 열일곱 살 싱글맘이 스스로 자격증을 따고, 배우자를 잃은 뒤에도 도망치지 않고 회사를 몇 배로 키운 그 선택과 태도만큼은, 어떤 배경으로도 대신 설명되지 않습니다.
일곱 아이의 엄마, 그리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
다이앤은 일곱 아이(네 명의 의붓자녀 포함)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그중 여럿은 지금 가족의 사업 곳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요. 2025년에는 딸 코냐(Konya)와 함께 벨로이트라는 도시를 되살리는 이야기를 담은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한 생명을 키워낸 손이 하나의 도시와 하나의 산업을 함께 키운 셈입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종종 "이제 내 커리어는 끝인가" 하는 두려움과 함께 옵니다. 하지만 다이앤의 삶은, 엄마가 되는 일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한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켜야 할 아이가 있었기에 그는 더 단단해졌고, 더 멀리 갔으니까요. 오늘 하루가 유난히 버거운 엄마들에게, 열일곱의 그 소녀가 걸어온 길이 조용한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가 쌓는 하루하루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참고 자료
· Diane Hendricks (Wikipedia)
· Diane Hendricks Profile (Forbes)
· Blue Collar Pride: Diane Hendricks' Rise From Teen Mom To Billionaire Entrepreneur (Forbes, 2017)
· Meet The Most Successful Female Entrepreneur In American History (Forbes, 2022)
· Richest self-made woman in U.S. Diane Hendricks grew up on a dairy farm (CNBC,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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