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열기
케이시 필즈 커버

기저귀 살 돈으로 여드름 치료제를 만든 두 아들 엄마! 케이시 필즈

공룡언니

·

여드름 하나가 유난히 크게 올라온 아침, 거울 앞에서 마음이 무너져 본 적 있으신가요. 사춘기 아이도, 산후에 피부가 뒤집힌 엄마도, 밤새 뒤척이다 결국 손이 가고 마는 그 마음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30여 년 전, 진료실에서 하루 종일 이 고민을 마주하던 두 피부과 의사가 있었어요. "우리가 처방하고 싶은 제품이 세상에 없다면, 우리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 이 한마디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케이시 필즈(Kathy Fields)입니다.

여드름 치료제 프로액티브(Proactiv)와 스킨케어 브랜드 로단+필즈(Rodan + Fields). 이름은 낯설어도 제품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두 개의 억대 브랜드를 만든 이 여성은, 사실 두 아들을 키우며 주방 식탁에서 밤마다 크림을 섞던 엄마이기도 했습니다.

케이시 필즈
케이시 필즈 (사진: Forbes · 케이티 로단(왼쪽)과 케이시 필즈, 2016) · 출처 보기

피부과 의사가 된 의사 집안의 딸

케이시 필즈는 195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안과 의사였고, 어릴 때부터 의학은 그의 삶에 가까이 있었어요. 솔직히 짚고 넘어가면, 그는 안정된 의료인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입니다.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해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신경생물화학을 전공했고, 마이애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죠.

그리고 1984년, 스탠퍼드대학교 피부과 레지던트 과정에서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납니다. 바로 평생의 동료 케이티 로단(Katie Rodan)이었어요. 진지한 의학도들 사이에서 필즈는 새하얀 스커트에 핫핑크 펌프스를 신고 나타났고, 로단 역시 남다른 감각으로 눈에 띄었다고 해요.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통했고, 전문의 시험을 함께 준비하며 우정을 다졌습니다. 필즈는 1987년 샌프란시스코에 자신의 개인 피부과를 열었어요.

"이 하나만 닦으라는 치과의사는 없잖아요"

1989년의 어느 긴 하루, 환자를 다 보고 난 로단이 필즈에게 전화를 겁니다. "우리가 진짜 처방하고 싶은 여드름 제품, 그걸 우리가 만들어보면 어때?" 당시 두 사람은 제약회사가 내놓는 제한된 여드름 치료 옵션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여드름은 한 단계가 아니라 여러 단계로 관리해야 하는데, 세상엔 그런 제품이 없었거든요.

필즈가 그 답답함을 설명하며 남긴 말이 두 사람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치과의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아요. 이는 다 닦지 말고, 딱 이 한 개만 닦으세요, 라고요.”

여드름도 세안, 각질 관리, 진정까지 여러 단계를 함께 써야 효과가 난다는 확신. 이 믿음 하나로 두 사람은 겁 없이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참고로 필즈의 남편은 치주과 전문의였으니, 이 치과 비유가 괜히 나온 건 아니었겠죠.

기저귀 살 돈을 쪼개 만든 시제품

여기서부터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낮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밤과 주말에는 로단의 집 주방에서 직접 원료를 섞으며 시제품을 만들었어요. 둘 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였습니다. 포브스는 당시를 이렇게 전해요. 시제품 하나에 100달러를 쓰는 일이 곧 그달 기저귀 예산을 바닥내는 일이었다고요.

브랜드 하나 없이, 투자자 하나 없이, 육아와 진료 사이의 시간을 쪼개 만든 제품. 1990년에는 다섯 문장짜리 계약서 한 장으로 서로가 동등한 동업자임을 선언했고, 이 종이는 훗날 로단의 사무실 벽에 두 사람의 우정의 상징으로 걸립니다.

1994년, 필즈가 힘든 임신기를 보내던 때에는 로단이 사업의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며 그가 몸을 회복할 수 있게 했어요.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동업. 엄마가 된 두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방식인지도 모릅니다.

케이시 필즈
케이시 필즈 (사진: Wikimedia Commons (CC) · 두 사람이 만난 스탠퍼드) · 출처 보기

거절, 그리고 프로액티브의 탄생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1994년 뉴트로지나에 제품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고, 5년 동안 사비 3만 달러를 쏟아부은 끝에 1995년 인포머셜 기업 거시-렌커(Guthy-Renker)와 손잡고 마침내 프로액티브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어요. 프로액티브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드름 치료제 중 하나가 되었고, 저스틴 비버와 바네사 윌리엄스 같은 스타들의 광고에 힘입어 2015년 무렵 연 매출 약 10억 달러를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두 번째 브랜드, 로단+필즈

여드름 다음은 안티에이징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2002년 자신들의 이름을 건 로단+필즈를 백화점 유통으로 선보였어요. 에스티로더가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자, 2007년 두 사람은 브랜드를 되사와 직접 판매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필즈는 그 결정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효과가 있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결과는 다시 한번 놀라웠습니다. 2008년 1,350명이던 컨설턴트는 15만 명으로, 매출은 2010년 2,400만 달러에서 2015년 6억 2,700만 달러로 뛰었어요. 두 사람은 지금도 스탠퍼드 의대 겸임교수로, 또 일주일에 이틀은 피부과 진료를 이어가는 현역 의사이기도 합니다.

포브스가 주목한 자수성가 여성

2018년, 사모펀드 TPG가 로단+필즈의 지분 25%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필즈는 약 3억 달러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해 그는 순자산 15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포브스 '미국 자수성가 여성' 명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어요. 의사 가운을 입은 두 여성이 맨손으로 세운 부(富)였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마냥 우상향의 성공담만은 아닙니다. 로단+필즈의 다단계 판매(MLM) 방식은 꾸준히 논란이 되었고, 매출은 2018년 16억 달러에서 2024년 약 6억 달러로 크게 줄며 부채 위기를 겪었어요. 회사는 다단계 모델에서 벗어나 2025년 3월부터 울타(Ulta) 매장 판매로 전환했습니다. 이런 부침 속에 2025년 포브스 기준 필즈의 순자산은 약 4억 7천만 달러로 조정됐고,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미국 자수성가 여성' 명단에 오른 인물입니다.

숫자가 오르내려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어요. 주방 식탁에서 크림을 섞던 두 엄마가,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의 피부 고민을 바꿔놓았다는 것. 케이시 필즈는 남편 게리 레이언트와 두 아들을 키우며 이 모든 걸 해냈고, 지금은 부부가 함께 아동·청소년을 위한 기부와 후원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엄마의 눈

케이시 필즈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단순히 큰돈을 벌어서가 아닙니다. 매일 아이 기저귀 예산을 걱정하면서도, 진료실에서 마주한 진짜 불편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는 데 있어요.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럼 우리가 만들자"로 바꾼 용기. 그리고 경쟁 대신 서로의 임신과 회복을 지켜준 동업. 육아와 커리어를 저울질하는 대신, 엄마로서 쌓은 눈과 손을 그대로 무기로 삼은 사람이었죠.

지금 내 손 안의 작은 불편, "이런 건 왜 없지?" 싶은 그 순간이 어쩌면 다음 이야기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케이시 필즈가 그랬던 것처럼요.


참고 자료
· Forbes, Kathy Fields Profile (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 Forbes, How Two Dermatologists Built A Billion Dollar Brand In Their Spare Time
· Forbes, A Wrinkle In Time: Why Rodan + Fields' Founders Lost Their Billionaire Status
· Wikipedia, Kathy A. Fields

대단한 엄마들의 이야기, 더 읽어볼까요?

“내 딸을 위해 뷰티의 기준을 다시 묻다” 글로벌 메이크업 제국 Huda Beauty 창업자, 후다 카탄

“내 딸을 위해 뷰티의 기준을 다시 묻다” 글로벌 메이크업 제국 Huda Beauty 창업자, 후다 카탄

해고와 산후우울증에서 시작된 바디케어 브랜드, 살테어 - CEO 이스크라 로렌스

해고와 산후우울증에서 시작된 바디케어 브랜드, 살테어 - CEO 이스크라 로렌스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모든 걸 가질 수 있어도 동시에는 안 돼요” 세계적인 패션기업을 이끄는 네 아이 엄마, 엠마 그레데

“모든 걸 가질 수 있어도 동시에는 안 돼요” 세계적인 패션기업을 이끄는 네 아이 엄마, 엠마 그레데

네 아이의 엄마이자 SKIMS 창업자, 킴 카다시안의 두 얼굴

네 아이의 엄마이자 SKIMS 창업자, 킴 카다시안의 두 얼굴

#맘라이프#대단한 엄마들

육아크루 앱 설치하고

동네 육아친구를 찾아요!

육아크루 앱 설치 배너 QR코드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육아크루> 앱 다운로드 받으세요!

육아크루 앱 설치 배너 이미지

“그거 아세요?”
동네 육아친구들끼리 진짜 정보 공유하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