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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 크로포드 커버

유기농 에너지바 클리프바를 키운 세 아이의 엄마, 키트 크로포드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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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팔면 큰돈이 들어오는 계약서가 눈앞에 놓였는데, 마지막 순간 펜을 내려놓는다면 어떨까요? 대부분은 "그래도 서명해야지"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그 선택을 실제로 뒤집고, 대신 사람과 지구를 먼저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기로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유기농 에너지바 브랜드 클리프바(Clif Bar & Company)의 공동소유주이자 공동회장, 키트 크로포드(Kit Crawford). 그는 한때 샌프란시스코에서 춤을 추던 무용수였고, 국립공원에서 청소부와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청년이었어요. 그런 그가 남편 게리 에릭슨과 함께 세운 작은 에너지바 회사는 훗날 29억 달러에 팔리는 브랜드가 되었고, 키트는 포브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에 이름을 올린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키트 크로포드
키트 크로포드 (사진: Wikimedia Commons (CC) · 클리프바 제품) · 출처 보기

무용수, 그리고 자연에서 자란 사람

키트 크로포드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 가까이에서 지냈고, 그 경험은 훗날 그의 삶과 사업 철학을 관통하는 뿌리가 되었어요.

본격적인 커리어의 출발은 뜻밖에도 무용이었습니다. 키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7년간 모던 재즈 댄서로 활동했어요. 여름이면 국립공원에서 춤을 추고 안무를 짜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공원에서 객실 청소부, 트럭 운전사, 나무를 패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출발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 시절 몸으로 익힌 자연에 대한 애정이 이후 '유기농'과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집니다.

키트는 올론 칼리지에서 준학사를, 소노마 주립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동반자이자 사업 파트너가 될 게리 에릭슨을 만나게 되죠.

한 번의 자전거 여행에서 시작된 회사

클리프바의 시작은 게리 에릭슨의 자전거 위였습니다. 하루에 175마일(약 280km)을 달리는 라이딩 도중, 그는 도무지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맛없는 에너지바를 씹다가 생각했어요. "이보다 나은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브랜드 이름 '클리프(Clif)'는 그를 야생과 모험의 세계로 이끌어 준 아버지 클리퍼드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키트는 이 여정에 초창기부터 함께한 파트너였습니다. 두 사람은 1994년 결혼했고, 부엌에서 출발한 작은 회사를 함께 키워 나갔어요. 그런데 회사가 자리를 잡아 가던 2000년, 인생을 뒤흔든 결정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당시 클리프바에는 대형 식품기업 퀘이커로의 매각이 거의 성사 직전이었어요. 서명만 하면 약 1억 2천만 달러가 손에 들어오는 계약이었죠. 하지만 게리는 마지막 순간에 그 자리를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키트와 함께 회사를 독립 기업으로 남기기로 결심해요. 대신 두 사람은 남과 다른 경영 모델을 세우기로 합니다.

'다섯 가지 지향'으로 회사를 경영하다

키트와 게리가 세운 원칙은 다섯 가지 지향(Five Aspirations)이었습니다. 사업, 브랜드, 사람, 지역사회, 그리고 지구. 이 다섯 가지를 모두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키트는 이 가치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이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람과 지구를 회사의 손익 항목 중 하나로 계산합니다."

말뿐인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클리프바는 직원과 지구를 위해 실제로 이런 일들을 해왔어요.

  • 2010년, 회사 지분의 20%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우리사주제도(ESOP)를 도입했습니다.
  • 7년 근속한 직원에게는 안식휴가를, 모든 직원에게는 매년 350달러의 운동 경비를 지원했어요.
  • 사내 피트니스 센터와 개인 트레이너, 유연근무제, 그리고 사내 어린이집까지 운영했습니다.
  • '프로젝트 2080'을 통해 직원들이 매년 최소 20시간을 지역사회 봉사에 쓰도록 유급으로 지원했어요. 산불 이후 묘목 심기, 하이킹 트레일 만들기, 오하이오강에서 2만 5천 킬로그램이 넘는 쓰레기 수거 같은 프로젝트가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재료를 고르는 기준도 분명했습니다. 키트는 유기농 원료 구매가 지구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믿었고, 유기농 농부들과 그 지역사회에 투자하며 제빵 공장에서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키트 크로포드
키트 크로포드 (사진: Wikimedia Commons / Flickr (joiseyshowaa, CC BY-SA 2.0) · 클리프바가 시작된 자전거 라이딩) · 출처 보기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삶과 일을 함께 짓다

키트에게 '지속가능한 삶'은 회사 안에만 있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했어요. 그중 한 아이는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했고, 이런 가정의 경험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더 절실하게 만들었습니다.

키트는 직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려 애쓴 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려 했다고 말합니다. 1997년 부부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로 삶의 터전을 옮겨 클리프 패밀리 와이너리와 농장을 일궜어요. 요리와 정원 가꾸기는 그가 오래도록 사랑해 온 일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잼을 만들고, 농장에서 가까운 친구들과 길고 여유로운 저녁을 보내던 기억이 제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에요."

솔직히 짚자면, 지금의 키트는 나파밸리에 와이너리와 80에이커 농장을 가진 억만장자입니다. 아이의 식사와 일 사이에서 매일 발을 동동 구르는 대부분의 부모와는 출발선도, 가진 자원도 다르죠. 다만 그가 보여준 것은, 돈이 우선순위의 맨 앞은 아니라는 선택이었습니다. 큰 매각 대금을 뿌리치고, 직원에게 지분을 나누고, 재료 하나까지 사람과 지구를 기준으로 골랐던 태도 말이에요.

포브스가 주목한 자수성가 여성

키트 크로포드의 이름은 포브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포브스가 매기는 '자수성가 점수'에서 그는 10점 만점에 8점을 받았어요. 무용수와 공원 노동자로 출발한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점수입니다.

인생의 큰 전환점은 2022년 8월에 찾아왔습니다. 키트와 게리는 클리프바를 오레오와 캐드버리로 유명한 스낵 대기업 몬델리즈에 29억 달러에 매각했어요. 지분 80%를 보유했던 두 사람은 세금을 제하고 약 15억 달러를 손에 쥐었고, 이 가운데 키트의 몫만 현금 약 7억 6,500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2000년 그 매각 자리를 걸어 나온 지 22년 만에, 두 사람은 자신들이 지킨 방식대로 회사를 세상에 넘긴 셈이었습니다.

더 인상적인 건 그다음이었어요. 부부는 매각으로 만들어진 약 16억 달러의 재산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5억 5,500만 달러를 클리프 패밀리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이 재단은 지금까지 1,200곳에 가까운 비영리단체를 지원해 왔고, 딸 리디아 에릭슨도 재단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요. 회사를 키우던 원칙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키트가 후배들에게 건넨 리더십에 대한 말은, 그의 지난 선택들을 그대로 요약해 줍니다.

"리더십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에요. 설령 대세를 거스르더라도, 당신의 결정에 용감해지세요."

내 신념대로 키운 것들은 사라지지 않아요

키트 크로포드의 이야기는 '성공한 창업가'라는 한 줄로만 담기지 않습니다. 그는 남과 다른 길에서 시작했고, 큰돈을 눈앞에 두고도 사람과 지구를 기준으로 삼는 쪽을 택했으며, 그 원칙을 세 아이를 키우는 일상 속에서도 놓지 않았어요.

엄마가 된다는 건 어쩌면, 무엇을 지키며 살 것인가를 매일 새로 고민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안전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 키트가 회사에 담아낸 가치도 결국 그 마음과 닮아 있었죠. 오늘 내가 신념대로 키워낸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는 것. 키트의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입니다.

참고 자료
· Forbes, Kit Crawford Profile (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 Forbes, "Clif Bar Couple Donate A Third Of Their Fortune To Charity" (2024)
· Clif Bar & Company, "The Clif Bar Story"
· Inc., "How Clif Bar Made Sustainability Cool"
· Wikipedia, Clif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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