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곱 아이의 엄마, 마리안 일리치의 부엌 식탁에서 시작된 피자 제국!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떠올려 볼까요? 한 사람은 주방을 지키고, 다른 한 사람은 장부를 맞추고 손님을 응대합니다. 그런데 그 부엌 식탁에서 아이 일곱을 키우며 내린 결정들이, 훗날 미국을 대표하는 피자 제국과 프로 스포츠 구단, 카지노로 자라난다면 어떨까요?
오늘 만날 마리안 일리치(Marian Ilitch)는 미국 디트로이트를 상징하는 여성 사업가입니다. 남편 마이크 일리치와 함께 리틀 시저스 피자를 시작해, 일곱 아이를 키우면서도 회사의 재무를 도맡은 '숨은 사령탑'이었죠. 지금은 90대의 나이에도 그 제국의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마케도니아 이민자의 딸, 디어본에서 자라다
마리안 바이오프(Marian Bayoff)는 1933년 1월,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지금의 그리스 북부(당시 마케도니아) 작은 마을에서 건너온 이민자였어요. 넉넉하지 않은 이민 가정에서 자란 그는 일찍부터 손으로 벌고 손으로 셈하는 감각을 몸에 익혔습니다.
성인이 된 마리안은 델타항공의 티켓 판매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1954년, 마이크의 아버지가 주선한 블라인드 데이트에서 마이크 일리치를 만나요. 두 사람은 이듬해인 1955년 결혼했고, 이 만남은 61년을 함께한 인생과 사업의 동반자 관계로 이어집니다.
1959년, 부부가 함께 연 피자 가게
1959년, 부부는 미시간주 가든시티에 첫 리틀 시저스 매장을 열었습니다. 역할은 자연스럽게 나뉘었어요. 마이크가 주방에서 피자를 굽는 사람이었다면, 마리안은 장부·고객 응대·전략을 책임진 사람이었습니다. 회사가 커진 뒤에도 그는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놓지 않았죠.
여러 매체는 마리안을 리틀 시저스의 '재무의 귀재(financial whiz)'이자 조용한 실세로 기록합니다. 초창기에는 인심 좋은 남편이 손님들에게 공짜 피자를 자꾸 내주려 하자 그것을 말리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고 해요. 화려함보다 숫자와 원칙으로 회사를 지탱한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리틀 시저스는 오늘날 북미 전역에서 연간 시스템 매출 50억 달러 이상을 올리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습니다.
일곱 아이와 함께 굴러간 회사
마리안과 마이크에게는 일곱 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데니즈, 론, 마이클 주니어, 리사, 아타나스, 크리스토퍼, 캐롤. 사업을 키우는 일과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분리된 두 세계가 아니었어요. 두 가지는 한 식탁 위에서 동시에 굴러갔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결정들은 대부분 부엌 식탁에서 내려졌다.”
실제로 일곱 자녀는 저마다 한 번쯤 회사 일을 거들며 자랐고, 굵직한 사업 결정 역시 집 안 식탁에서 오갔다고 전해집니다. 아이를 돌보는 시간과 회사를 살피는 시간이 같은 공간, 같은 하루 안에 포개져 있었던 것이죠. 엄마가 된 뒤에도 일을 놓지 않았고, 일하는 중에도 엄마이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훗날 자녀들은 그 식탁에서 배운 감각을 안고 각자 회사의 여러 자리에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부부가 일군 제국, 디트로이트를 품다
피자로 다진 힘은 도시 전체로 뻗어 나갔습니다. 부부는 1982년 NHL 아이스하키단 디트로이트 레드윙스를 사들였고, 1987년 폭스 극장, 1992년 MLB 야구단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잇따라 인수했습니다. 레드윙스는 일리치 가문 소유 아래 스탠리컵을 네 차례(1997·1998·2002·2008) 들어 올렸고, 마리안과 세 딸의 이름은 그 트로피에 새겨진 몇 안 되는 여성들 사이에 나란히 남았어요.
마리안의 이름을 다시 세운 결정적 사건은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시티 카지노를 단독으로 인수한 것입니다. 파트너 지분을 정리하며 이뤄진 이 인수로, 그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성 소유 카지노 사업체 중 하나를 이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아닌, 마리안 개인의 이름으로 세운 성이었죠.
2017년 마이크가 세상을 떠난 뒤, 마리안은 지주회사 일리치 홀딩스의 회장으로서 제국의 중심을 지켰습니다. 오늘날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는 아들 크리스토퍼 일리치가 맡고 있어요. 부부가 함께 시작해 일곱 자녀와 함께 키운 사업이, 다음 세대의 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포브스가 기록한 '자수성가한 여성'
2026년 7월 기준 포브스는 마리안 일리치 가족의 순자산을 약 76억 달러로 집계하며, 세계 부자 순위 500위권에 올려놓았습니다. 포브스가 부여한 자수성가 지수(Self-Made Score)는 최고 수준인 9점. 물려받은 부가 아니라 직접 일군 부라는 뜻입니다.
포브스는 그를 미국에서 손꼽히는 자수성가 여성 부호로 소개하며, 델타항공 티켓 직원에서 출발해 블라인드 데이트로 만난 남편과 함께 제국을 세운 이력을 짚습니다. 부부가 오랜 세월 조용히 로자 파크스의 집세를 대신 내주었다는 일화도 함께 전해지죠. 숫자에 밝은 사람이었지만, 그 숫자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도 아는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그의 이야기를 온전히 '맨손의 신화'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부부가 함께 쌓은 자본과 디트로이트라는 도시의 성장, 그 안에서 잡은 기회들이 배경에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배경 위에서 재무와 원칙을 놓지 않고, 엄마의 자리와 경영자의 자리를 동시에 지켜낸 태도는, 규모와 상관없이 오늘의 우리에게도 분명한 울림을 줍니다.
부엌 식탁에서 시작된 이야기
마리안 일리치의 삶은 '엄마가 되면 커리어가 멈춘다'는 오래된 통념을 조용히 뒤집습니다. 그는 일곱 아이를 키우는 시간을 사업에서 멀어지는 공백으로 여기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이를 키운 그 식탁이 회사를 키운 회의실이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학교가 되었습니다.
거창한 규모가 핵심이 아닙니다. 내 자리에서 숫자를 챙기고, 원칙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오래 이어가는 태도. 아이를 키워낸 경험이 결코 멈춤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사실을, 마리안의 90여 년은 담담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식탁에서 하루를 굴려가는 모든 엄마들에게, 그의 이야기가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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