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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버치 커버

세 아들 워킹맘이 주방 식탁에서 시작한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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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나면, 세상은 종종 우리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엄마이거나, 일하는 사람이거나. 그 사이에서 "나는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 하고 스스로를 검열해 본 적, 한 번쯤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세 아들을 키우던 한 엄마는, 마흔을 앞두고 자기 집 주방 식탁 위에서 패션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었죠. 20년 뒤 그 브랜드는 전 세계 37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회사가 되었고, 그는 "야망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여성들에게 말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오늘 만나볼 <대단한 엄마들>의 주인공, 토리 버치(Tory Burch)예요.

토리 버치
토리 버치 (사진: Wikimedia Commons / Alms1119 (CC BY 3.0)) · 출처 보기

배우의 딸, 예술사를 공부한 소녀

토리 버치는 196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밸리포지 근처의 조지안 양식 농가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 아이라 로빈슨은 투자자였고, 어머니 레바는 한때 배우로 활동했던 사람이었죠. 세 명의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그는, 훗날 자신도 세 아들의 엄마가 됩니다.

솔직히 짚고 넘어갈게요. 토리 버치의 출발선은 많은 사람보다 앞에 있었어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예술사를 공부하며 안목과 인맥을 자연스럽게 쌓았죠. 이런 배경이 그의 성공에 밑거름이 된 건 분명해요. 다만 그가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다는 점, 그 태도에서 우리가 배울 지점을 찾아보려 해요.

패션계 밑바닥부터, 브랜드 뒤편에서 배운 시간

1988년 대학을 졸업한 뒤, 그는 곧장 자기 이름을 내걸지 않았어요. 대신 랄프 로렌, 베라 왕, 그리고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 같은 회사에서 홍보와 기획, 디자인을 곁에서 익혔죠.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팔리는지를,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차근차근 배운 15년가량의 시간이었어요.

커리어가 무르익을 무렵, 로에베에서 아메리카 대륙 총괄직을 제안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그는 셋째 아들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많은 엄마가 마주하는 그 갈림길 앞에서, 그는 남의 회사에서 더 높이 올라가는 대신 전혀 다른 길을 택했어요. 바로 자기 브랜드를 세우는 일이었죠.

주방 식탁에서 시작된 브랜드, 그리고 오프라

2004년 2월, 토리 버치는 뉴욕 놀리타 지역에 첫 부티크를 열며 'TRB by Tory Burch'를 세상에 내놓았어요. 화려한 투자자도, 거대한 사무실도 없었죠. 그는 집 주방 식탁에 앉아 직접 전화를 돌리며 브랜드를 알렸어요. 시그니처가 된 발레 플랫 슈즈에는 어머니의 이름 '레바(Reva)'를 붙였고요. 엄마에게서 받은 것을 다시 제품에 새겨 넣은 셈이에요.

브랜드의 운명을 바꾼 건 2005년이었어요. 오프라 윈프리가 토리 버치의 튜닉을 두고 "패션계의 다음 대세"라고 소개했거든요. 방송이 나간 뒤 하루 만에 홈페이지에는 접속이 폭주했고, 무명에 가깝던 브랜드는 순식간에 전국구 이름이 되었어요.

토리 버치
토리 버치 (사진: Wikimedia Commons / Rubenstein (CC BY 2.0)) · 출처 보기

세 아들의 엄마, "야망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토리 버치는 크리스토퍼 버치와 결혼해 헨리, 니콜라스, 소이어 세 아들을 낳았고, 남편의 이전 결혼에서 온 세 딸까지 함께 키운 대가족의 엄마예요. 2006년 이혼한 뒤에도 그는 아이들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브랜드를 키워냈고, 2018년에는 전 LVMH 임원이자 현재 자기 회사의 CEO인 피에르이브 루셀과 재혼했어요.

그런데 브랜드가 막 알려지던 시절, 한 기자가 그에게 "야망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움찔했다고 해요. 자기도 모르게 그 단어를 피하고 말았죠. 나중에 이 인터뷰를 본 영화 제작자 제인 로젠탈이 "왜 야망이라는 말을 피했느냐"고 짚어주면서, 토리 버치는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나는 왜 이 단어가 불편했을까?

"저는 야망을 둘러싼 해로운 이중잣대를 제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야망은 남자에게는 칭찬이지만, 여자에게는 비난이 되니까요."

그 깨달음은 개인의 반성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2017년, 그는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앰브레이스 앰비션(Embrace Ambition)'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야망이라는 말이 여성에게 붙을 때만 유독 부정적으로 쓰이는 이중잣대를 정면으로 다루는 캠페인이었죠. 이듬해에는 링컨센터에서 첫 서밋도 열었고요. 그가 이 캠페인을 아들들이 사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세 아들이 "여자와 남자 모두 최고의 자신이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자라길 바랐거든요.

제품을 넘어, 여성 창업가를 위한 사다리

토리 버치의 야망은 자기 브랜드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2009년 그는 토리버치재단을 세우고 여성 창업가들에게 자본과 교육, 멘토링을 잇는 일을 시작했어요. 자신이 주방 식탁에서 겪었던 막막함을, 다른 여성들은 조금 덜 겪게 하고 싶었던 거죠.

  • 2023년 말 기준, 재단은 5,500명이 넘는 여성 창업가에게 1억 달러 이상의 저리 대출을 연결했어요.
  • 여성 사업가를 위한 자본 지원에 총 10억 달러 규모를 약속하기도 했고요.
  • 2015년에는 <워킹마더>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워킹맘 50인'에 이름을 올렸어요.

포브스가 기록한 자수성가 여성

이런 여정은 숫자로도 남았어요. 포브스에 따르면 토리 버치의 순자산은 2025년 6월 기준 약 9억 1천만 달러로, 그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명단에 이름을 올린 몇 안 되는 패션계 인물이에요. 그가 세운 토리버치는 2024년 한 해에만 약 1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전 세계 37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지금 그는 회사의 이그제큐티브 체어맨이자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서 브랜드의 방향을 이끌고 있어요. 2024년에는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고요. 디자인을 배운 적 없던 세 아이의 엄마가, 20년 만에 패션계가 주목하는 이름이 된 거예요.

내 안의 야망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토리 버치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져갈 건, 수백 개의 매장이나 억 단위의 순자산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보다는 "나는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라는 질문 앞에서 움츠러드는 대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태도예요.

아이를 키우는 일도,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도, 둘 다 나의 진짜 모습이에요. 엄마가 된 뒤에 찾아온 새로운 야망은 부끄러워할 일이 결코 아니고요. 오늘 마음속에 조용히 품고 있던 그 작은 야망을, 토리 버치처럼 한번 당당하게 꺼내 보면 어떨까요.

참고 자료

· Forbes — Tory Burch Profile
· Wikipedia — Tory Burch
· CNBC — Why self-made millionaire Tory Burch used to hate the word 'ambition'
· CNN Style — Tory Burch: 'We need to talk about ambition'
· Tory Burch Foundation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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