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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앤서니 커버

제왕절개 수술대 위에서 해고당한 세 아이 엄마 에이프릴 앤서니의 창업 이야기

공룡언니

·

제왕절개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던 스물아홉 살의 워킹맘이 있었어요. 곧 둘째 아이를 만난다는 설렘으로 가득하던 그날, 집으로 한 장의 팩스가 도착합니다. 다니던 회사의 해고 통보서였어요.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아야 할 날에 날아든 차가운 종이 한 장. 그런데 이 사람은 훗날 이렇게 말합니다.

"그날은 알고 보니, 제 커리어에서 최고의 날이었어요."

회계사 출신으로 스물다섯 살에 망해가던 재택간호 회사의 주인이 되어, 훗날 미국을 대표하는 7억 달러 규모의 홈헬스·호스피스 기업을 일궈낸 사람. 포브스가 꼽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린, 세 아이의 엄마 에이프릴 앤서니(April Anthony)의 이야기예요.

에이프릴 앤서니
에이프릴 앤서니 (사진: Forbes (에이프릴 앤서니 프로필 사진)) · 출처 보기

스물다섯, 망해가는 회사의 주인이 되겠다고 손을 들다

에이프릴 앤서니는 텍사스의 애빌린 크리스천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텍사스주 공인회계사(CPA) 자격을 딴 뒤 세계적인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숫자를 읽는 눈, 무너져가는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는 능력. 그게 그의 첫 번째 무기였습니다.

1992년, 스물다섯 살의 앤서니는 포트워스의 작은 재택간호 회사 리버티 헬스 서비스(Liberty Health Services)의 경리 담당으로 들어갑니다. 회사는 이미 15만 달러의 적자를 안고 무너지는 중이었고, 사장은 열두 번이나 인수자를 찾아 헤맸지만 아무도 이 회사를 원하지 않았어요. 그때 앤서니가 대담한 제안을 합니다. "7개월 안에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으면, 이 회사를 저에게 파세요."

시아버지가 보증을 서 준 15만 달러의 신용 대출을 발판 삼아, 그는 1년 만에 적자를 흑자로 뒤집습니다. 직접 회계 장부를 붙들고, 간호사들을 따라 환자의 집을 방문하며 의사들과의 관계를 다졌어요. 1996년 리버티의 매출은 3,200만 달러까지 자랐고, 회사는 4,000만 달러에 매각됩니다. 스물다섯에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도 인정했던 자리에서, 그는 첫 번째 회사를 성공적으로 키워 팔아낸 거예요.

제왕절개 수술대 위에서 날아든 해고 통보

리버티를 인수한 큰 회사에서 앤서니는 남서부 지역 부사장이 됩니다. 하지만 그곳의 문화는 그의 원칙과 부딪혔어요. 환자를 소개받는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그가 보기엔 불법 소지가 있는 관행에 그는 참여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1997년 12월, 둘째 아이의 제왕절개 수술을 앞둔 바로 그날, 집으로 해고 통보서가 팩스로 도착했어요.

공교롭게도 그를 내보낸 그 회사는 이후 텍사스 사업을 접고, 연방정부의 리베이트 조사를 받은 끝에 파산합니다. 원칙을 지킨 대가로 쫓겨났던 앤서니에게, 해고는 오히려 새로운 문을 열어 준 셈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그날은 알고 보니, 제 커리어에서 최고의 날이었어요."

리버티를 팔아 손에 쥔 돈과 퇴직 정산금을 밑천 삼아, 앤서니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메디케어 상한제로 경쟁사의 3분의 1이 무너지던 업계의 격변기에, 그는 헐값에 나온 부실 재택의료 업체 17곳을 통틀어 50만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사들여요. 이렇게 세운 회사가 바로 인컴패스 홈헬스 앤 호스피스(Encompass Home Health & Hospice), 1998년의 일입니다. 남들이 도망치는 시장에서, 회계사의 눈으로 위기를 기회로 읽어낸 선택이었어요.

에이프릴 앤서니
에이프릴 앤서니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재택 돌봄을 상징하는 이미지) · 출처 보기

아이 셋을 키우며, 회사 둘을 함께 키운 시간

앤서니는 대학 동창이자 훗날 증권 중개인이 된 남편 마크(Mark)와 1991년 결혼해, 세 아이를 키웠어요. 1995년 첫딸, 1996년 둘째, 2000년 셋째. 그는 사무실 바로 옆에 아기방을 마련해 두고, 회사와 아이들을 함께 품었습니다.

복잡한 정부 규제를 감당하기 위해, 앤서니는 250만 달러를 들여 재택의료 전용 의료기록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어요. 2001년 이 사업부를 홈케어 홈베이스(Homecare Homebase)라는 별도 회사로 떼어냅니다. 초반엔 적자였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어요. "저는 너무 고집이 세서, 실패하기를 거부했어요." 훗날 이 소프트웨어 회사는 허스트(Hearst)에 6억 2,500만 달러 가치로 팔립니다.

두 회사를 20년 가까이 동시에 이끄는 동안에도, 앤서니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기보다 일하는 엄마의 뒷모습으로 가르쳤어요. 훗날 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엄마는 우리를 시시콜콜 간섭할 만큼 한가하지 않았어요. 대신 무엇이 중요한지를 늘 몸소 보여줬죠." 앤서니 본인도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아이들이 오히려 삶을 더 단단하게 준비하게 됐다고 믿습니다.

7억 달러의 자산, 그리고 포브스가 주목한 자수성가 여성

인컴패스는 2014년, 상장사인 헬스사우스(HealthSouth, 현 인컴패스 헬스)에 7억 5,000만 달러에 인수됩니다. 앤서니는 매각 후에도 재택의료·호스피스 부문 CEO로 남아 8,000명이 넘는 간호사와 치료사를 이끌며, 미국에서 손꼽히는 메디케어 재택의료 사업을 운영했어요.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는 원격 진료를 앞장서 도입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환자가 가족만 마주하는 자기 집 안에서 돌봄을 받게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재택의료와 소프트웨어 회사를 단계적으로 매각하며 앤서니가 쌓은 자산은 약 7억 달러. 포브스는 그를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올렸고, 2023년 명단에서 34위(약 7억 4,000만 달러), 최근 집계로는 약 7억 8,000만 달러로 평가했어요. 회계법인 신입에서 출발해, 물려받은 재산 없이 오롯이 자기 힘으로 이룬 부입니다.

물론 그 여정에 유리한 조건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첫 대출에 시아버지의 보증이 있었고, 증권 중개인 남편이라는 든든한 버팀목도 있었죠. 앤서니 스스로도 자신의 출발점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는 그 발판 위에서, 남들이 등을 돌린 시장을 향해 기꺼이 손을 들었어요.

"하나님은 준비된 사람을 부르시는 게 아니라, 부르신 사람을 준비시키신다고 믿어요."

지금도 앤서니는 멈추지 않았어요. 인컴패스에서 물러난 뒤, 2022년 그는 텍사스 댈러스를 기반으로 한 새 재택의료·호스피스 기업 바이탈케어링 그룹(VitalCaring Group)의 CEO로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세 번째 회사를 처음부터 다시 키우는 중이에요.

스물다섯에 손을 든 그 용기가, 오늘의 당신에게도 있어요

에이프릴 앤서니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단순히 '7억 달러'라는 숫자 때문이 아니에요. 아무도 원하지 않던 회사에 "제가 해볼게요" 하고 손을 든 스물다섯의 용기, 제왕절개 수술대 위에서 받은 해고를 새로운 시작으로 뒤집은 회복력, 그리고 사무실 옆 아기방에서 아이 셋과 회사 둘을 나란히 키워낸 그 씩씩함. 그건 특별한 누군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지켜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엄마가 된다는 건 세상이 멈추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담대한 도전이 다시 시작되는 일. 오늘도 당신 안에는 스물다섯의 그 손이 여전히 살아 있어요.

참고 자료

· Forbes, April Anthony 프로필
· Forbes, "How April Anthony Made A $700 Million Fortune In One Of The Toughest Corners Of U.S. Healthcare" (2020)
· Home Health Care News, VitalCaring Group 및 리더십 관련 보도 (2021~2023)
· Abilene Christian University 동문·이사회 소개 및 "Anthony kids know their CEO-mom's balancing act"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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