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세요" 에어비앤비를 지킨 COO, 두 아이 엄마 벨린다 존슨
회사가 커질수록 세상과 부딪히는 순간이 늘어납니다. 규칙이 없던 자리에 규칙을 만들고, 때로는 도시 전체를 상대로 싸워야 할 때도 있죠. 그럴 때 앞에 나서서 “이건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이에요”라고 말해 줄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낯선 골목의 작은 방 하나까지 여행지로 바꿔 놓은 회사 에어비앤비(Airbnb)에는 바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텍사스 출신의 변호사, 두 아이의 엄마 벨린다 존슨(Belinda Johnson). 그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던 시절 에어비앤비에 첫 임원으로 합류해, 세계 곳곳의 규제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회사를 지켜 낸 사람입니다. 2023년 포브스는 그를 미국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이름 올렸어요. 오늘은 “결국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고,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텍사스의 변호사에서 실리콘밸리로
벨린다 존슨은 1967년생으로,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학사와 법학 학위(J.D.)를 모두 받았습니다. 1991년 로스쿨을 졸업한 뒤에는 댈러스 지역 로펌에서 소송 변호사로 일했어요. 그가 좋은 법률 교육을 받고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은 솔직히 인정할 부분입니다. 다만 그가 남다른 지점은, 안정된 변호사의 길 대신 아무도 정답을 모르던 인터넷 산업으로 뛰어든 선택에 있었죠.
1996년, 그는 인터넷 라디오 스트리밍 기업 오디오넷(훗날 브로드캐스트닷컴, 마크 큐반이 세운 회사)에 사내 변호사로 합류합니다. 웹으로 소리를 실어 나른다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이었어요. 그는 3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이끌었고, 1999년에는 야후(Yahoo)에 57억 달러 규모로 매각되는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로 옮겨 야후의 법무를 맡아 약 12년을 일했어요.
야후 시절의 한 사건은 그의 가치관을 오래도록 붙들었습니다. 2005년, 회사가 사용자 정보를 넘긴 일이 한 언론인의 수감으로 이어진 일이었죠. 이 경험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결국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야 하고, 인간적이어야 합니다.”
에어비앤비 첫 임원, 규제와 정면으로
2011년, 벨린다 존슨은 에어비앤비의 첫 임원으로 합류합니다. 사내 변호사이자 첫 정식 채용 임원이었죠. 당시 에어비앤비는 “남의 집을 여행객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빠르게 커 가고 있었지만, 그만큼 세계 곳곳에서 “이게 합법이냐”는 물음과 부딪혔습니다. 숙박업 규제, 세금, 주거 문제까지 얽힌 싸움의 최전선에 그가 섰어요.
존슨은 훗날 스스로 그 시절을 이렇게 되돌아봤습니다.
“그 초창기에는 우리가 너무 빨리 움직이느라, 모든 도시와 깊이 협력할 자원이나 여력이 없었어요.”
2016년, 그는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에게 샌프란시스코시를 상대로 한 첫 소송을 제안합니다. 특정 도시에서 사업을 이어 가려면 꼭 필요한 싸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이후 에어비앤비는 산타모니카, 애너하임, 마이애미, 뉴욕시 등을 상대로도 법정에 섰고, 그 결과 규제가 한결 유연해졌습니다. 존슨은 단순히 맞서기만 한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각 도시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규칙을 함께 만드는 쪽으로 팀을 이끌었어요. 싸울 때와 손잡을 때를 아는 사람이었던 거죠.

COO로 오른 자리, 그리고 이사회로
법무에서 시작한 그의 역할은 점점 넓어졌습니다. 사업·법무를 총괄하는 최고사업책임자를 거쳐, 2018년에는 마침내 에어비앤비의 첫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올랐어요. 65,000곳이 넘는 도시, 191개국으로 뻗어 나간 회사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였습니다. 2020년 3월 그는 COO에서 물러나 이사회로 자리를 옮겼고, 2023년 6월에는 이사회에서도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페이팔(PayPal) 등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2020년 에어비앤비가 상장하면서, 초기부터 회사를 함께 키운 그의 여정은 숫자로도 증명됐습니다. 포브스는 2023년 미국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서 벨린다 존슨을 96위에 올렸고, 순자산을 약 2억 5,000만 달러로 추산했어요.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 스스로 일군 부라는 의미의 ‘자수성가 점수(self-made score)’는 6점이었습니다. 변호사로 시작해 세 번의 회사(브로드캐스트닷컴·야후·에어비앤비)를 거치며, 그는 ‘법무’를 비용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을 지키는 힘으로 바꿔 놓았죠.
두 아이 곁에서 지킨 시간
커리어가 정점을 향하는 동안에도 그는 두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에어비앤비에 합류하기 전, 그는 야후를 잠시 떠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안식 기간을 갖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의 그 시간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그 작은 순간들이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그 시간은 꽤 빠르게 지나가 버리죠.”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와의 시간을 지켜 냈습니다. 열세 살 딸과는 단둘이 하는 ‘2인 북클럽’을 열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요. 리더십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니, 그 순간에 온전히 있으려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지금 눈앞의 사람에게 집중하려는 태도가 닮아 있죠.
일하는 방식에서도 그는 담백한 원칙을 세워 두었습니다. “원하는 결과에서 거꾸로 시작해 방법을 찾는다”, “사람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같은 말들처럼요. 밤에 제때 잠들기 시작하니 곧바로 더 잘 해내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솔직한 고백도, 완벽함보다 지속 가능함을 택한 워킹맘의 지혜처럼 들립니다.
내가 지켜야 할 선을 아는 사람
벨린다 존슨의 이야기는 화려한 창업 신화라기보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아는 사람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회사를 위해 도시와 싸울 줄도, 손잡을 줄도 알았고, 커리어의 한복판에서도 아이가 자라는 순간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했으니까요. 그가 남긴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고,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통하는 문장이라,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잔잔히 남습니다.
엄마가 된 뒤 마주하는 세상은 종종 규칙이 다시 쓰이는 낯선 골목 같습니다. 그 골목에서 내가 지켜야 할 선을 스스로 정하고 걸어가는 일. 벨린다 존슨의 걸음이,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어 가는 엄마들에게 작은 응원이 되면 좋겠어요.
참고 자료
· Forbes, ‘Belinda Johnson’ 프로필(America’s Self-Made Women 2023)
· Wikipedia, ‘Belinda Johnson’
· Marie Claire, ‘Airbnb’s Belinda Johnson’
· Sequoia Capital, ‘Seven Questions with Belinda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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