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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시 코헨 커버

은행을 세우고 핀테크를 연 세 아이의 엄마 벳시 코헨, 여든이 넘어서도 월가에서 딜을 성사시키는 현역!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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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 순간을 겪어보셨나요? 분명 준비도 실력도 갖췄는데, "여자라서요"라는 한마디에 문 앞에서 돌아서야 했던 순간요. 억울함을 삼키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내가 문을 하나 새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겠죠.

오늘 소개할 벳시 코헨(Betsy Cohen)은 후자를 택한 사람입니다. 1965년, 로펌은 "여자"라는 이유로 그를 정규직으로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그는 아홉 해 뒤 아예 자기 은행을 세워버립니다. 필라델피아 최초의 여성 은행장, 인터넷 시대의 핀테크 금융을 가장 먼저 설계한 개척자, 그리고 여든이 넘어서도 월가에서 딜을 성사시키는 현역. 그 모든 시간 동안 그는 세 아이를 키운 엄마이기도 했습니다.

벳시 코헨
벳시 코헨 (사진: Forbes 프로필 포트레이트 (imageio.forbes.com)) · 출처 보기

"그건 당신 손해예요"

벳시 코헨은 1941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어요. 브린모어 칼리지에서 철학을,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연방 항소법원 판사의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일했습니다. 실력은 분명했죠. 그런데 1965년, 한 로펌은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규직 채용을 거절합니다.

그때 스물넷의 그가 남긴 대답은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그건 당신 손해라고 생각해요(I think it's your loss).”

실제로 그건 그들의 손해였어요. 코헨은 러트거스 로스쿨로 가 반독점법과 금융규제를 가르치는 미 동부 두 번째 여성 법학 교수가 됩니다. 참고로 그보다 앞선 첫 번째 여성 법학 교수는, 훗날 연방대법관이 되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였어요. 어떤 시대의 문을, 두 여성이 나란히 밀고 있었던 셈이죠.

서른둘, 직접 은행을 세우다

강단에 서고 법률 실무를 하며 홍콩 해운업·브라질 리스회사 같은 국제 사업에도 손을 댄 그는, 1974년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서른둘의 나이에 제퍼슨 은행(Jefferson Bank)을 창업한 거예요. 펜실베이니아주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내준 신규 은행 인가였고, 코헨은 필라델피아 최초의 여성 은행 CEO가 됩니다.

"여자라서 안 된다"던 세상에, 그는 은행 하나를 통째로 지어 답한 셈이에요. 이 은행은 그의 손에서 자산 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1999년 허드슨 유나이티드에 약 3억 3,700만 달러에 매각됩니다. 사반세기를 이끌어온 은행을, 성공적인 엑시트로 마무리한 거죠.

  • 1974년 창업 · 서른둘 · 펜실베이니아 11년 만의 신규 은행 인가
  • 필라델피아 최초의 여성 은행장
  • 자산 18억 달러로 성장, 1999년 약 3.37억 달러에 매각

은행이 인터넷을 만났을 때, 뱅코프

보통은 여기서 은퇴를 이야기하죠. 하지만 코헨은 은행을 판 바로 그해, 완전히 새로운 판을 다시 엽니다. 1999년 설립한 뱅코프(The Bancorp)예요. 지점 하나 없이 인터넷으로만 굴러가는 은행, 그중에서도 은행이 아닌 회사들에게 은행 기능을 빌려주는 백엔드 금융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래요. 우리가 쓰는 수많은 핀테크 앱과 선불카드, 결제 서비스 뒤에는 사실 '진짜 은행'이 숨어 있어야 하거든요. 코헨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남들보다 훨씬 먼저 만들었습니다. 페이팔 같은 회사들이 그 위에서 서비스를 굴렸고, 뱅코프는 약 1,600곳의 핀테크 기업에 은행 기능을 제공하는 회사로 자랐어요. 코헨은 2014년까지 이곳의 CEO를 맡았습니다.

지금이야 '핀테크'가 익숙한 단어지만, 그가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벳시 코헨
벳시 코헨 (사진: Wikimedia Commons (CC) · 벳시가 개척한 금융의 상징 월가) · 출처 보기

여든에도 멈추지 않는 딜메이커

2015년부터 코헨은 또 한 번 무대를 바꿉니다. 이번엔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예요. 유망한 비상장 기업을 상장시키기 위한 '껍데기 회사'를 먼저 증시에 올린 뒤, 좋은 회사와 합병시켜 상장하는 방식이죠. 코헨은 아들 대니얼 코헨과 함께 투자사 코헨서클(Cohen Circle)을 이끌며, 페이오니어·이토로·파야 같은 핀테크 기업들을 잇달아 증시에 올렸습니다. 이렇게 모은 자본이 50억 달러가 넘습니다.

포브스는 2023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코헨을 98위로 올렸어요. 이때 추정 재산은 약 2억 4,500만 달러.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시장의 흐름을 냉정하게 읽고 있었습니다.

“SPAC은 다시 돌아올 거예요. 필요를 채워주니까요(It will come back, because it serves a need).”

시장이 흔들려도 산업을 통째로 버리는 대신, 벤처투자와 임베디드 금융으로 방향을 다시 잡는 사람. 은퇴할 나이를 한참 넘겨서도 그가 일을 놓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단순합니다.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I think I would like to keep going until I can't).”

세 아이를 키우며, 이 모든 걸

여기서 솔직히 짚을 부분도 있어요. 코헨은 사업가였던 남편 에드워드 코헨과 함께 자산과 인맥을 갖춘 환경에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권이 아예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죠. 그럼에도 로펌 문 앞에서 성별을 이유로 거절당하고, '여성 은행장'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던 시대를 정면으로 통과한 건 온전히 그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도전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했어요. 큰아들 대니얼은 어머니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전부 다 해내야 했죠(There was no work-life balance, she just had to do everything).”

은행을 세우고, 회사를 키우고,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을 동시에. 게다가 코헨은 막내 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깊은 슬픔까지 견뎌야 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온 그가 지금은 큰아들 대니얼과 수십 년째 나란히 일하는 동료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삶에서 일과 가족이 얼마나 촘촘히 엮여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균형'이라는 깔끔한 단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 그냥 전부를 끌어안고 걸어온 시간이었던 거죠.

문이 없으면, 만들면 되니까

벳시 코헨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건네는 건 "당신도 은행을 세우라"는 무리한 주문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태도에 가깝습니다. 누군가 내게 "안 된다"고 문을 닫을 때, 그 말을 나에 대한 판정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건 당신 손해"라고 말할 수 있는 단단함 말이에요.

아이를 키우며 세상과 다시 마주한 지금의 자리에서, 균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코헨처럼 그냥 '전부 다 해내며' 걸어온 하루하루가, 결국 아무도 못 만든 문을 열어젖히는 힘이 되니까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문을 만들고 있는 모든 엄마들을, 육아크루가 응원합니다.

참고 자료
· Forbes, 「How This 80-Year-Old Female Banking Pioneer Built A Fortune On Fintech SPACs」 (2022) 링크
· Forbes, 「Why Dealmaker Betsy Cohen Believes SPACs Will Make A Comeback」 (2023) 링크
· Forbes, 벳시 코헨 프로필 (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링크
· Wikipedia, 「Betsy Z. Cohen」 링크
· Cohen Circle 공식 사이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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