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하는 건강검사 키트, 에벌리웰 창업자, 줄리아 치크
몸이 자꾸 피곤하고 어딘가 삐걱대는 것 같아서 병원을 찾은 적, 있으신가요? 이 검사 저 검사를 받고 나면 어느새 청구서는 수백, 수천 달러가 되어 있고, 정작 받아 든 결과지는 알 수 없는 숫자와 용어로 가득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싶은 순간, 대부분은 그냥 한숨을 쉬고 넘어가죠.
그런데 바로 그 불편함을 붙잡고 "그럼 내가 만들면 되잖아"라고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집에서 손가락 끝을 콕 찔러 피 한 방울을 우편으로 보내면, 며칠 뒤 이해하기 쉬운 결과를 받아 보는 건강검사 키트 회사 에벌리웰(Everlywell). 그 회사를 홀로 세우고, 미국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 탱크(Shark Tank)’에서 역대급 투자를 이끌어 낸 자수성가 창업자, 줄리아 치크(Julia Cheek)의 이야기입니다.

수천 달러짜리 검사비 청구서에서 시작된 질문
줄리아 치크는 미국 텍사스에서 자랐고, 밴더빌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마쳤습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에서 MBA를 받으며 상위 5%에게만 주어지는 ‘베이커 스칼라(Baker Scholar)’에 선정됐고, 국제 송금 기업 머니그램에서 기업 전략 부사장까지 지낸 인재였어요. 이력만 보면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커리어였습니다.
그런 그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뜻밖에도 자기 자신의 몸이었습니다. 원인 모를 피로와 컨디션 난조로 여러 검사를 받던 그는, 비타민과 호르몬 불균형 하나를 확인하겠다고 수천 달러를 쓰고도 결과를 제때, 알기 쉽게 받아 보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혔죠. 검사는 비싸고, 과정은 번거롭고, 결과는 불친절했습니다. "왜 내 건강 데이터인데 이렇게 접근하기가 어렵지?"라는 질문이 남았고, 2015년 그는 그 질문을 회사로 바꿔 냈습니다. 집에서 직접 채취해 우편으로 보내면 되는, 이해하기 쉬운 가정용 건강검사 키트 에벌리웰의 시작이었어요.
“수없이 노(No)를 들었어요. 하지만 필요한 건 단 한 번의 예스였죠”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여성 단독 창업자가 투자를 받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MBA 학위와 탄탄한 인맥을 가지고도,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거절을 마주해야 했어요. 줄리아는 이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자신이 누린 조건까지 함께 이야기합니다.
“저에게도 힘들었어요. 그러니 유색인종, 특히 유색인종 여성에게는 이 과정이 얼마나 더 힘들지 상상해 보세요.”
자신에게 주어진 학벌과 네트워크라는 특권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거절 끝에 줄리아가 얻은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단단했어요.
“수없이 노(No)를 들었어요. 제가 배운 건, 필요한 건 단 한 번의 예스(Yes)라는 사실이었죠.”
그리고 그 ‘단 한 번의 예스’는, 미국 전역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찾아옵니다.

샤크 탱크에서 세운 역대급 기록
2017년, 줄리아는 창업가들이 투자자(‘샤크’) 앞에서 사업을 발표하는 TV 프로그램 샤크 탱크 시즌 9 무대에 홀로 섰습니다. 그가 제안한 조건은 지분 5%에 100만 달러. 대부분의 샤크들은 “건강검사는 돈이 훨씬 더 많이 드는 사업”이라며 발을 뺐지만, 단 한 명, 로리 그라이너(Lori Greiner)가 손을 들었어요.
로리는 지분 5%를 받는 조건으로 100만 달러 신용 한도를 제안했고, 줄리아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거래는 당시 샤크 탱크 역사상 여성 단독 창업자가 성사시킨 최대 규모 밸류에이션 딜로 기록됐어요. 혼자 무대에 올라, 혼자 회사를 대표해서 만들어 낸 결과였습니다.
- 제안 조건: 지분 5%에 100만 달러
- 투자자: ‘샤크’ 로리 그라이너
- 의미: 여성 단독 창업자 기준 프로그램 사상 최대 규모 밸류에이션 딜
이 방송 이후 에벌리웰은 무섭게 성장합니다. 훗날 로리 그라이너가 “당시 250만 달러 수준이던 매출이 14억 달러까지 커졌다”고 밝혔을 만큼, 에벌리웰은 샤크 탱크 역사상 두 번째로 매출이 큰 회사가 되었어요.
팬데믹, 그리고 ‘엄마’가 되어 마주한 새로운 사명
에벌리웰의 성장에 결정적 순간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두려워하던 시기, 집에서 검체를 채취해 보내는 에벌리웰의 방식은 곧바로 시대의 해답이 되었죠. 회사는 가정용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선보이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출범 4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에 올랐습니다. 2022년 초에는 약 36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어요. 지금 에벌리웰은 모회사 에벌리 헬스(Everly Health) 아래에서 약 30종의 검사를 온라인과 CVS·라이트에이드 같은 약국을 통해 판매합니다.
같은 시기, 줄리아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회사를 키우는 일과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일을 동시에 감당하면서, 그는 여성과 가족의 건강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깊어졌다고 말해요. 실제로 에벌리웰은 배란 테스트기, 임신 테스트기, 영양제 등 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를 돕는 브랜드 ‘내탈리스트(Natalist)’를 한 식구로 맞이하며 난임·임신 건강 영역으로 사업을 넓혔습니다. 자기 몸의 불편에서 출발한 회사가, 이제는 엄마가 되어 가는 여성들의 곁을 지키는 방향으로 자라난 셈이에요.
줄리아의 이런 여정은 숫자로도 증명됩니다. 포브스(Forbes)는 2023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그를 이름 올렸고, 순자산을 약 2억 6,000만 달러로 평가했습니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그는 이 밖에도 포춘 ‘헬스케어 분야 40세 이하 40인’, 포브스 ‘2021년 주목할 여성 10인’ 등에 선정되며, 집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어요.
당신이 원하는 삶과 일을, 직접 지어 올리세요
줄리아 치크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그가 단지 성공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신이 겪은 불편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질문으로 바꿨고, 수많은 거절 앞에서 ‘단 한 번의 예스’를 믿었으며, 엄마가 되는 변화를 커리어의 공백이 아니라 사명을 넓히는 계기로 삼았다는 데 있어요. 그런 그가 다른 여성들에게 건네는 말은 이렇습니다.
“여성 창업가로 사는 건 특히 더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놀랍도록 멋진 일이기도 하죠. 당신이 원하는 삶과, 원하는 사업을 직접 지어 올리세요.”
내 몸의 작은 불편에서 출발한 질문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회사가 되기까지. 오늘도 아이를 키우며 자기 삶을 함께 가꿔 가는 우리 모두에게, 줄리아의 여정은 ‘시작해도 괜찮다’는 다정한 응원처럼 들립니다.
참고 자료
· Forbes – Julia Cheek 프로필(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2023)
· Forbes – How This Female Founder Is Making The Healthcare Industry More Accessible (2018)
· Wikipedia – Julia Cheek
· Harvard Business School MBA Blog – How Julia Cheek Founded Everly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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