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열기
케이티 로단 커버

부엌 식탁에서 프로액티브를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를 키운 두 아이 엄마 케이티 로단

공룡언니

·

여드름 때문에 거울 앞에서 한숨 쉬어본 적,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그런데 그 흔한 고민을 수천억 원짜리 사업으로 바꿔낸 두 명의 피부과 의사가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케이티 로단(Katie Rodan)이에요.

낮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밤에는 두 아이를 재운 뒤 부엌 식탁에 앉아 시제품을 만들던 엄마. 우리가 TV 홈쇼핑에서 수없이 봤던 여드름 치료제 프로액티브(Proactiv)와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 로단+필즈(Rodan + Fields)가 모두 그 식탁에서 시작됐습니다.

케이티 로단
케이티 로단 (사진: Wikimedia Commons (CC) · 스킨케어를 상징하는 이미지) · 출처 보기

판사 아버지, 미생물학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

케이티 로단은 1955년경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케이티 프레저슨(Katie Pregerson)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해리 프레저슨은 연방 항소법원 판사였고, 어머니 버나딘은 미생물학 교수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는 교육과 지적 환경이라는 든든한 출발선 위에 서 있던 사람입니다. 그 배경을 빼놓고 그의 성취만 이야기하는 건 공정하지 않겠죠.

다만 그가 그 출발선을 어떻게 달렸는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었습니다.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진로를 의학으로 틀어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의과대학에 진학했고, 스탠퍼드대학교 피부과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며 1987년에는 수석 레지던트로 임명됩니다.

스탠퍼드에서 만난 평생의 동업자

1984년, 스탠퍼드 피부과 레지던트 시절 케이티는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납니다. 바로 동료 피부과 의사 케이시 필즈(Kathy Fields)였어요. 두 사람은 진료실에서 매일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합니다. 여드름으로 자신감을 잃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 제품이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도는 모습이었죠.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자." 두 사람은 하나의 제품에 여러 단계의 케어를 담은 여드름 치료 시스템을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그때 이미 바쁜 개원의이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다는 것. 실험을 위한 시간도, 자본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기저귀를 살까, 시제품을 만들까"

연구는 대부분 케이티의 부엌에서, 밤과 주말에 이뤄졌습니다. 훗날 그는 이 시절을 웃으며 이렇게 회상했어요.

“시제품에 돈을 쓸지, 기저귀를 살지 결정해야 했어요.”

육아와 창업을 동시에 굴리던 현실이 이보다 솔직할 수 있을까요. 회사 이름을 "케이티의 부엌(Katie's Kitchen)"이라고 지을 뻔했다고 농담할 만큼, 초기의 모든 것은 그의 식탁 위에서 자랐습니다.

1995년, 두 사람은 완성한 제품을 인포머셜(정보형 광고) 전문 기업 거시-렝커(Guthy-Renker)에 라이선스 형태로 넘깁니다. 제품 이름은 프로액티브 솔루션. TV 홈쇼핑을 타고 프로액티브는 순식간에 문화 현상이 됐고, 연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는 초대형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부엌에서 만든 여드름 크림이 세계인의 욕실로 들어간 거예요.

케이티 로단
케이티 로단 (사진: Wikimedia Commons (CC) · 로단이 수련한 스탠퍼드) · 출처 보기

브랜드를 팔았다가, 되사오다

여기서 멈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두 의사는 여드름을 넘어 노화, 색소침착 등 더 넓은 피부 고민을 다루는 브랜드를 꿈꿨고, 2002년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로단+필즈를 세웁니다. 이 브랜드는 2003년 화장품 공룡 에스티 로더에 인수됐다가, 2007년 두 사람이 직접 되사오는 승부수를 둡니다. 대기업의 손에서는 이 브랜드가 충분히 크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되사온 뒤 이들이 선택한 길은 백화점 매대가 아니라 직접 판매(다이렉트 셀링) 모델이었습니다. 수많은 개인 컨설턴트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특히 육아나 커리어 공백기의 여성들에게 유연한 일의 기회를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다단계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함께 존재하는 모델이라는 점은 짚어둘게요.) 이 전략에 힘입어 로단+필즈는 한때 연 매출 16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합니다.

포브스가 주목한 '자수성가 여성'

케이티 로단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자수성가 여성(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입니다. 2015년 상위 50인에 처음 포함된 이래 꾸준히 리스트에 오르내렸어요.

2018년에는 사모펀드 TPG가 로단+필즈 지분 25%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두 창업자는 각각 약 3억 달러를 손에 쥐었습니다. 2025년 기준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순자산은 약 4억 달러. 흥미롭게도 그의 순자산이 동업자 필즈보다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가족 재단을 통해 약 1억 1천만 달러를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부와 명성을 다 얻은 뒤에도 그가 후배 창업가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옳은 일을 하세요. 개인적이든 금전적이든, 이익을 위해 당신의 신념이나 정직함을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평판이 전부예요.”

'평범한 엄마'가 만든 특별한 궤적

정작 케이티 자신은 스스로를 대단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두고 "평범한 엄마지만 요리는 못하는 사람"이라고 농담했죠. 요리 대신 그가 부엌에서 만든 건, 수백만 명의 피부 고민을 바꾼 제품이었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좋은 교육과 안정된 배경이라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료와 육아로 꽉 찬 하루의 남은 틈을 시제품 실험에 쏟아붓기로 한 선택, 안정적인 대기업 매각을 뒤로하고 브랜드를 되사와 자기 방식대로 키운 뚝심은 배경이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만의 것이었어요.

기저귀와 시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던 부엌 식탁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실험실이 됐습니다. 엄마가 된 뒤에도 자신의 전문성과 호기심을 놓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오늘 하루를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도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 Forbes, Katie Rodan Profile (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 Forbes, How Two Dermatologists Built A Billion Dollar Brand In Their Spare Time (2016)
· Wikipedia, Katie Rodan
· Entrepreneur, The 2 Simple Ideas Behind Rodan + Fields

대단한 엄마들의 이야기, 더 읽어볼까요?

“내 딸을 위해 뷰티의 기준을 다시 묻다” 글로벌 메이크업 제국 Huda Beauty 창업자, 후다 카탄

“내 딸을 위해 뷰티의 기준을 다시 묻다” 글로벌 메이크업 제국 Huda Beauty 창업자, 후다 카탄

해고와 산후우울증에서 시작된 바디케어 브랜드, 살테어 - CEO 이스크라 로렌스

해고와 산후우울증에서 시작된 바디케어 브랜드, 살테어 - CEO 이스크라 로렌스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모든 걸 가질 수 있어도 동시에는 안 돼요” 세계적인 패션기업을 이끄는 네 아이 엄마, 엠마 그레데

“모든 걸 가질 수 있어도 동시에는 안 돼요” 세계적인 패션기업을 이끄는 네 아이 엄마, 엠마 그레데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펩시코 최초 이민자 여성 CEO, 두 딸의 엄마 인드라 누이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펩시코 최초 이민자 여성 CEO, 두 딸의 엄마 인드라 누이

#맘라이프#대단한 엄마들

육아크루 앱 설치하고

동네 육아친구를 찾아요!

육아크루 앱 설치 배너 QR코드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육아크루> 앱 다운로드 받으세요!

육아크루 앱 설치 배너 이미지

“그거 아세요?”
동네 육아친구들끼리 진짜 정보 공유하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