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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면 누구나 활동가가 됩니다” 유기농 분유 보비를 만든 네 아이 엄마, 로라 모디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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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이 ‘안도’가 아니라 죄책감이라는 걸 아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젖이 돌지 않아서, 아이가 잘 물지 않아서, 복직을 해야 해서, 몸이 아파서. 이유는 저마다 다른데 마음은 이상하게 비슷합니다.

TIME이 발표한 ‘2025 올해의 여성’ 명단에 오른 인물을 소개합니다.

2016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트, 분유 코너 앞에 선 한 여성도 그랬습니다. 아일랜드에서 건너와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던 로라 모디(Laura Modi). 그는 이 코너에서 느낀 감정을 그냥 넘기지 않았고, 몇 년 뒤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아용 조제분유 회사 보비(Bobbie)를 세웁니다.

로라 모디
2016년 샌프란시스코, 분유 코너 앞에 선 로라 모디 (사진: 보비(Bobbie) 공식 브랜드 스토리) · 출처 보기

분유 코너 앞에서 느낀 죄책감

로라 모디는 구글과 에어비앤비를 거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첫아이를 낳고 마주한 건, 커리어와 전혀 상관없는 벽이었어요. 모유 수유가 뜻대로 되지 않아 분유를 사러 간 마트에서, 그는 성분표를 읽으며 당황합니다. 미국의 많은 분유에는 옥수수 시럽 같은 성분이 들어 있었거든요.

그리고 더 이상했던 건, 분유를 고르는 일이 왜 이렇게 시험대처럼 느껴지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도 대놓고 뭐라고 하지 않는데, 마음이 자꾸 작아지는 그 감각이요.

“그럼 우리가 만들자”

2018년 로라는 동료였던 세라 하디와 함께 회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목표는 분명했어요. 유럽식 기준으로, 옥수수 시럽 같은 첨가물을 넣지 않은 유기농 분유를 만드는 것. 브랜드 이름은 보비(Bobbie)였습니다.

2021년 정식 출시 이후 성장 속도는 놀라웠습니다.

  • 출시 18개월 만에 매출 1억 달러 돌파
  • 기업가치 약 3억 8,800만 달러 평가
  • 미국에서 손꼽히는 완전 수직계열화 유아용 조제분유 제조사로 성장
  • ‘엄마가 창업하고 엄마가 이끄는’ 최초의 유아 수유 기업을 표방

투자 유치 과정에서 한 남성 투자자가 그의 사업을 폄하하자, 로라는 이렇게 되물었다고 해요.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없는’ 여성에게는 뭐라고 말하시겠어요?”

로라 모디
보비의 유기농 유아용 조제분유 (사진: 보비(Bobbie) 공식) · 출처 보기

2022년 분유 대란, 그리고 법안

2022년 미국은 유아용 조제분유 대란을 겪습니다. 대형 공장 한 곳이 멈추자 전국 마트 진열대가 텅 비었고, 수백만 가정이 아이 먹일 것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어요.

로라는 이 사태를 제품 판매 기회로만 두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활동 조직인 보비 포 체인지(Bobbie for Change)를 통해, 미국 내 분유 제조 기반을 튼튼히 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데 힘을 보탰어요.

“저는 분유 만드는 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에요. 부모가 되면 누구나 활동가가 됩니다.”

보비 포 체인지는 그 밖에도 유급 육아휴직을 지지하고, 유방 절제술을 받은 산모에게 분유를 무상 제공하며, 2025년 로스앤젤레스 산불 피해 가정에도 분유를 보냈습니다. 로라는 이런 활동이 결국 고객의 신뢰로 돌아온다고 말해요.

네 아이의 엄마가 만든 회사

로라 모디는 워싱턴 D.C.에서 남편과 네 아이과 함께 삽니다. 아이들의 이름은 메리, 콜린, 오웬, 에타예요. 회사를 키우는 동안에도 그의 집은 늘 수유와 이유식과 밤중 수유의 한복판이었던 셈입니다.

2025년 그는 TIME 올해의 여성에 선정되며, ‘분유 회사 대표’가 아니라 미국의 수유 문화를 바꾸고 있는 사람으로 소개됐습니다.

TIME이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한 이유

TIME은 2025년 2월, ‘올해의 여성’ 13인을 발표했습니다. 더 평등한 미래를 위해 싸우는 인물들을 조명하는 연례 기획이에요.

TIME이 로라 모디의 프로필에 붙인 제목은 ‘부모가 다시는 분유 대란을 겪지 않게 하려는 CEO’였습니다. 2022년 미국 분유 대란 당시 수백만 가정이 아이 먹일 것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법안 발의까지 밀어붙인 점이 선정의 핵심이었어요. 유급 육아휴직 지지, 유방 절제술을 받은 산모에게 분유 무상 제공 같은 활동도 함께 평가됐습니다.

어떻게 먹이든, 잘 먹이면 되는 일

로라 모디의 이야기가 반가운 건, 그가 모유와 분유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이렇게 물었어요. 왜 분유를 고르는 부모는 죄책감을 함께 사야 하는가. 왜 그 성분표는 이렇게 불친절한가. 왜 나라는 몇 개 공장에 아이들의 먹거리를 전부 맡겨 두었는가.

‘어떻게 먹이느냐’보다 ‘잘 먹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그 단순한 말이, 오늘 밤 수유 때문에 마음 졸이는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합니다.

참고 자료
· TIME – 2025 올해의 여성, Laura Modi
· TechCrunch – Bobbie, 영아용 분유로 $50M 투자 유치
· Bobbie 공식 브랜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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