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명 이상 쓰는 회사를 창업한 세 아이 엄마, 니콜 머스터드
신용점수를 확인하는 데 돈을 내야 하고, 그마저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앱을 열면 무료로 내 신용점수가 뜨는 게 당연하지만, 이 ‘당연함’을 만든 사람 중에는 세 아이를 키우던 한 엄마가 있었습니다. 미국 개인 금융 플랫폼 크레딧 카르마(Credit Karma)의 공동창업자 니콜 머스터드(Nichole Mustard)예요.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 콜드워터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 전공을 몇 번이나 바꾸고, 피자헛 매장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세 명의 공동창업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무료 신용점수 서비스에서 1억 명 이상이 쓰는 플랫폼으로 키워, 결국 인튜이트(Intuit)에 약 71억 달러(최종 약 81억 달러)에 매각되는 회사를 일궈냈어요. 포브스가 꼽은 미국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린, 말 그대로 맨손으로 시작한 사람입니다.

편도 티켓 한 장, 그리고 피자헛에서 시작한 커리어
니콜은 오하이오주 콜드워터에서 자랐고, 마이애미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처음엔 동물학(zoology)을 공부하려 했지만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는 걸 금방 알아챘어요. 대학 학비는 스스로 벌어 감당했고, 신시내티의 워터파크에서 여러 여름을 안전요원으로 일하기도 했죠.
졸업 후 그는 오하이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편도 티켓 한 장을 샀습니다. LA에서는 값싼 아파트에 살며 피자헛의 매니저 트레이니로 하루하루를 버텼어요. 화려한 출발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 니콜은 금융으로 방향을 틀어 공인 재무설계사(CFP) 자격을 따고 자기 고객을 둔 탄탄한 재무설계 실무를 꾸렸습니다. 그다음엔 보스턴으로 옮겨 웹 분석 스타트업 컴피트(Compete)에서 금융 서비스 영업 총괄을 맡았죠. 피자헛 트레이니에서 스타트업 임원까지, 그는 한 계단씩 자기 힘으로 올라갔습니다.
집을 팔고, 연봉을 깎고, 창업에 걸다
2007년, 니콜은 케네스 린(Kenneth Lin), 라이언 그라시아노(Ryan Graciano)와 함께 크레딧 카르마를 공동창업합니다. 소비자에게 신용점수를 무료로 보여주자는, 당시로선 낯선 아이디어였어요. 그것도 2008년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도전을 위해 니콜이 감수한 것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그는 살던 집을 팔았고, 연봉을 60% 깎았으며,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설득해 온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삶의 터전을 옮겼어요. 안정된 커리어를 뒤로하고, 가족의 집까지 정리해 회사에 건 선택이었습니다.
위기는 곧바로 찾아왔습니다. 초기에 신용평가사 트랜스유니온(TransUnion)이 신용점수 데이터 접근을 끊어버린 거예요. 무료 신용점수가 서비스의 전부인 회사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정말 무서웠어요.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고, 속이 다 뒤집힐 것 같았죠.”
그럼에도 팀은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30일이라는 시한 안에 트랜스유니온 대표와의 미팅을 성사시켰고, 결국 데이터 공급을 되살려냈어요. 샌드힐로드의 벤처캐피털들이 이 낯선 핀테크 모델을 이해하지 못해 번번이 거절할 때도, 이들은 핀테크를 이해하는 투자자 QED Investors 같은 곳으로 방향을 돌려 끝내 3억 7천만 달러 이상을 유치했습니다.

1억 명이 쓰는 플랫폼으로, 그리고 ‘속임수 없는’ 성공
버텨낸 회사는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크레딧 카르마는 무료 신용점수 하나로 시작해 1억 명 이상의 회원과 100곳이 넘는 금융 서비스가 모인 마켓플레이스로 자랐어요. 2018년 무렵엔 직원 800명, 기업가치 40억 달러 규모가 되었습니다.
니콜은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에서 2014년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올라, 회사의 수익 구조 전체를 책임졌습니다. 그가 특히 자부심을 느낀 건 매출 숫자가 아니라 그 방식이었어요. 소비자를 속이는 ‘낚시(gotcha)’ 없이도 투명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는 점입니다.
리더로서의 철학도 분명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팀 앞에서 기꺼이 약한 모습으로 드러내고, 잘못하면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어요.
“사람을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대접받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대하세요.”
“저는 늘 제 일을 없애려고 노력해요... 거의요!”라는 그의 말처럼, 니콜은 권한을 나누고 팀이 스스로 커지도록 만드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소리치는 대신 코칭하는 리더, 그게 그가 지향한 모습이었어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있는 그대로의 리더
니콜은 아내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창업 초기 온 가족이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할 때도, 그 결정의 무게는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이 걸린 것이었어요. 그는 성소수자 리더로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다양성을 옹호해 온 인물로도 꼽힙니다.
일과 가정, 그리고 자기 자신. 니콜은 그 어느 것도 감추거나 미루지 않고 함께 끌고 갔습니다. 큰 위험을 감수하되, 무엇보다 스스로가 행복한 일을 우선했다고 그는 말해요. 이익만 좇기보다 소비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충만함을 느꼈다는 겁니다.
포브스가 주목한 자수성가 여성
2020년, 크레딧 카르마는 인튜이트에 인수됩니다. 처음 발표된 금액은 약 71억 달러였고, 그해 12월 현금과 주식을 합쳐 약 81억 달러 규모로 거래가 마무리됐어요. 세 명의 공동창업자는 인수 이후에도 회사에 남았습니다. 니콜은 2023년 12월 크레딧 카르마에서의 역할을 마무리했고, 2024년에는 신용 인프라 스타트업 노바 크레딧(Nova Credit)의 이사회에 합류해 ‘더 많은 사람이 공정하게 신용에 접근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이어가고 있어요.
포브스는 그를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100인에 올렸습니다. 2025년 기준 순자산은 약 5억 2천만 달러로 이 리스트 67위에 이름을 올렸고, 자수성가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이었어요. 물려받은 부가 아니라 스스로 일군 재산이라는 뜻입니다. 피자헛 트레이니로 시작한 사람이 도달한 자리치고는, 꽤나 먼 길이었습니다.
내가 될 수 있는 이야기
니콜 머스터드의 이야기는 ‘원래 대단했던 사람’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전공을 헤매고, 피자헛에서 버티고, 집을 팔아 가족을 데리고 낯선 도시로 옮겨간 사람의 이야기예요. 그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그는 두려웠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세상이 바뀌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도전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니콜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아니 그 삶을 짊어진 채로 자기만의 큰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무섭지만 걸어볼 만한 판을 알아보고, 사람을 그 사람답게 대하며, 스스로 행복한 일을 향해 나아간 한 엄마의 이야기.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 자료
· Forbes – Nichole Mustard 프로필(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 Wikipedia – Nichole Mustard
· Nova Credit – 니콜 머스터드 이사회 합류 발표
· Fast Company – Queer 50: Nichole Must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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