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에 갇힌 집에서 소설 250권을 써낸 두 아들의 엄마 노라 로버츠
1979년 2월, 미국 메릴랜드의 한 집에 3피트 넘는 눈이 쏟아졌어요. 유치원도 학교도 문을 닫았고, 세 살과 여섯 살 두 아들은 온종일 엄마 곁을 맴돌았죠. 초콜릿마저 바닥나던 그날, 한 전업맘은 연필과 공책을 꺼내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서 끝없이 지어내던 이야기 하나를, 처음으로 종이에 옮겨 적기 시작한 거예요.
그 공책의 주인공이 바로 노라 로버츠(Nora Roberts)예요. 폭설에 갇힌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시작한 그 글쓰기는, 훗날 250권이 넘는 소설과 수억 부의 판매고로 이어졌어요. 오늘은 "엄마가 된 뒤에야 비로소 작가가 되었다"고 말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로맨스 소설가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볼게요.

폭설이 열어준 문
노라 로버츠는 1950년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서 다섯 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어요. 본명은 엘리너 마리 로버트슨(Eleanor Marie Robertson). 책을 사랑하는 아일랜드계 가정에서 자란 그는 "책을 읽지 않거나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고 회상해요. 결혼 후에는 법률 사무소 비서로 일하다, 두 아들을 낳으면서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죠.
1979년 2월의 그 눈보라는, 반복되는 육아의 하루하루 속에서 뜻밖의 문을 열어주었어요. 아이들과 갇힌 집 안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그는, 오래 미뤄두었던 이야기를 마침내 글로 옮기기 시작했거든요. 노라 로버츠에게 첫 소설의 출발점은 화려한 데뷔 무대가 아니라, 눈에 갇힌 집과 두 아이, 그리고 공책 한 권이었던 셈이에요.
거절 편지를 넘어, 첫 책이 나오기까지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어요. 노라 로버츠는 원고 여러 편을 완성해 출판사에 보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어요. 당시 최대 로맨스 출판사였던 할리퀸은 "이미 우리 미국 작가가 있다"며 그의 원고를 돌려보냈죠. 그럼에도 그는 쓰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마침내 1981년, 첫 소설 아이리시 서러브레드(Irish Thoroughbred)가 실루엣 출판사에서 세상에 나왔어요.
그 뒤로 노라 로버츠는 거의 매년 네 권 이상을 꾸준히 써냈어요.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은 250권 이상, 그중 124편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죠. 1991년 처음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후, 그는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어요.

두 아들의 이름을, 또 다른 나에게 붙이다
노라 로버츠에게는 잘 알려진 또 하나의 이름이 있어요. 미래 도시의 여형사 이브 댈러스가 활약하는 범죄 스릴러 인 데스(in Death) 시리즈를 쓸 때 사용하는 필명, J.D. 롭(J.D. Robb)이에요. 로맨스와는 결이 다른 이 시리즈로 그는 작가로서의 세계를 한 번 더 넓혔죠.
그런데 이 필명의 이니셜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J와 D는 두 아들 제이슨(Jason)과 댄(Dan)의 이름 첫 글자거든요. 폭설 속에서 함께 갇혀 있던 그 두 아이가, 훗날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 시리즈에 이름을 남긴 셈이에요. 육아와 글쓰기가 그의 삶에서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분스보로에 세운 작은 왕국
노라 로버츠는 지금도 메릴랜드의 작은 마을 분스보로(Boonsboro)에 살고 있어요. 목수인 남편 브루스 와일더는 이 마을에서 '턴 더 페이지(Turn the Page)' 서점을 운영하고, 부부는 2009년 낡은 옛 호텔을 정성껏 되살려 부티크 여관 '인 분스보로(Inn BoonsBoro)'로 다시 열었어요.
서점과 여관뿐 아니라 선물 가게, 피트니스 센터, 레스토랑까지. 노라 로버츠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 작은 마을에 하나씩 공간을 더해가며, 소설 밖에서도 이야기가 흐르는 동네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폭설에 갇혀 글을 쓰기 시작한 그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요.
포브스가 기록한 이름, 그리고 그가 남긴 말
노라 로버츠는 오랫동안 포브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100인 목록에 이름을 올려왔어요(2023년 포함).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순자산은 약 5억 달러에 이르고, 부의 원천은 오롯이 '책(Books)'으로 기록돼 있죠. 물려받은 재산이나 배경이 아니라, 40여 년간 공책과 키보드 앞에 앉아 쌓아 올린 결과예요.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세운 노라 로버츠 재단을 통해 문해력·예술·아동 지원 사업에 5,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해왔어요. 자신이 책으로 열어낸 세계를,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있는 거예요.
영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느냐는 질문에, 노라 로버츠의 대답은 늘 단호했어요. 그는 '뮤즈'를 믿지 않는다고, 글쓰기의 비결은 그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죠.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의 틈을 쪼개 글을 쓰던 그 태도가, 250권의 밑바탕이었던 거예요.
“작가는 글 쓸 시간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눈보라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
노라 로버츠의 출발점은 특별한 환경도, 준비된 무대도 아니었어요. 폭설에 갇힌 평범한 집, 엄마를 찾는 두 아이, 그리고 "그래도 뭔가 써보자"는 마음 하나였죠. 그는 엄마가 되면서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어요.
육아하는 하루가 나를 멈춰 세우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에도,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 노라 로버츠의 삶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조용히, 그리고 씩씩하게 건네주고 있어요. 지금 당신의 하루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첫 페이지가 될지 몰라요.
참고 자료
· Forbes, "Nora Roberts" 프로필
· Wikipedia, "Nora Roberts"
· Nora Roberts 공식 홈페이지
· Encyclopaedia Britannica, "Nora Robe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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