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시간만 자며 밤에 소설을 썼어요” 아홉 아이를 키운 세계 최다 판매 작가, 다니엘 스틸
아이가 잠든 밤, 겨우 한숨 돌리고 나면 그제야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죠. 누군가는 그 시간에 밀린 집안일을 하고, 누군가는 다음 날을 위해 얼른 눈을 붙입니다. 그런데 그 늦은 밤, 낡은 타자기 앞에 앉아 하루도 빠짐없이 소설을 써 내려간 엄마가 있었어요. 그렇게 쓴 책이 지금까지 8억 부 넘게 팔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명, 다니엘 스틸(Danielle Steel)의 이야기예요. 1947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까지 210권이 넘는 책을 펴냈고, 그중 소설만 180권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다작의 비밀은 화려한 서재도, 한가로운 오후도 아니었어요. 아홉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가장 조용한 시간이었습니다.

스무 살의 엄마, 서른 살의 작가
다니엘 스틸은 열아홉 살에 첫아이 베아트릭스를 낳았습니다. 작가가 되기 훨씬 전, 그는 뉴욕의 한 홍보 대행사와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젊은 엄마였어요. 글 쓰는 재능을 눈여겨본 한 상사가 "책을 써 보라"고 권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작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어요. 그의 첫 소설 『고잉 홈(Going Home)』은 다섯 번이나 거절당한 끝에 1973년에야 세상에 나왔습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꾸리며, 거절 편지를 받으면서도 그는 계속 썼어요. 지금의 다니엘 스틸을 만든 건 재능만큼이나 그 지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그냥 앉아서, 아무리 더디게 나아가도 멈추지 말고 계속 쓰세요.”
아홉 아이와 낡은 타자기
다니엘 스틸은 다섯 번의 결혼을 거치며 아홉 명의 아이를 키웠어요. 그중 일곱은 그가 낳은 아이였고, 둘은 전남편의 아들이었습니다. 막내 딸 자라를 낳은 건 마흔이 되던 해였죠. 집은 늘 북적였고, 발레 수업과 축구 연습과 치과 예약이 하루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가 남긴 말은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릴 땐 발레 수업에, 축구 연습에, 치과에 데려다주느라 도무지 시간이 모자라요.”
그래서 그는 밤을 자신의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뒤 책상 앞에 앉아, 때로는 하루 스무 시간 넘게 원고를 붙들었다고 해요. 잠은 네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각오로요. 낮은 온전히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글은 세상이 잠든 시간에 썼던 겁니다.
재미있는 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여전히 컴퓨터가 아니라 1950년대 올림피아 타자기로 글을 쓴다는 사실이에요. 작가 생활 초창기에 중고 가게에서 단돈 20달러에 산 그 타자기로, 그는 지금도 여러 편의 소설을 동시에 써 나갑니다. 화려한 도구가 아니라, 매일 그 앞에 앉는 성실함이 그를 만든 셈이죠.
가장 아픈 이야기, 그리고 남긴 빛
다니엘 스틸의 삶에는 어떤 성공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있습니다. 그의 아들 닉 트라이나(Nick Traina)는 재능 넘치는 뮤지션이자 밴드의 보컬이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양극성 장애(조울증)로 힘겨워했고, 1997년 열아홉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들을 잃은 뒤, 그는 슬픔 속에 머무는 대신 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로 했어요. 닉의 일기와 편지, 함께한 시간을 담아 회고록 『빛나던 그 아이(His Bright Light)』를 펴낸 거죠. 정신질환을 앓는 아이와 그 곁을 지킨 가족의 이야기를, 그는 가장 솔직한 언어로 기록했습니다. 같은 아픔을 지나는 수많은 부모에게 이 책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는 아들의 이름을 딴 닉 트라이나 재단(Nick Traina Foundation)을 세웁니다.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을 위해 애쓰는 단체들을 돕는 재단이에요. 책에서 나오는 인세는 지금도 재단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는 관련 법안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상실을,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한 일로 바꾸어 낸 거예요.
“옳은 길을 찾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아이가 스스로 옳다고 느끼는 길을 가도록 놓아주는 데는 크나큰 사랑이 필요합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다니엘 스틸은 2025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2025년 6월 기준 추정 순자산은 약 5억 2,000만 달러에 이릅니다. 40여 년의 집필 인생 동안 180권이 넘는 책을 펴냈고, 전 세계 43개 언어로 번역돼 10억 부 넘게 팔려 나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예요. 화려한 성공에도 그의 집필 방식은 놀라우리만치 아날로그인데, 포브스는 스틸이 지금도 1946년산 올림피아(Olympia) 타자기 한 대로 소설을 쓴다고 전합니다.
“1946년산 타자기 한 대로 40여 년, 180권, 10억 부 — 다니엘 스틸의 성실함이 만든 기록이에요.”
포브스 참고: 기사 보기
슬픔을 일로 바꾸는 힘
다니엘 스틸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그가 완벽한 삶을 살아서가 아니에요. 다섯 번의 결혼과 이혼,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까지 그의 삶은 그가 쓴 어떤 소설보다 굴곡졌습니다. 물론 그가 넉넉한 환경에서 여러 도움을 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는 점도 솔직히 짚어 둘게요. 그럼에도 우리가 그에게서 배우는 건, 무너질 수 있는 순간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자기 일을 놓지 않는다는 건, 화려한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이에요. 오늘 밤 십 분이라도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 힘든 일을 겪고도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것. 다니엘 스틸이 낡은 타자기 앞에서 보여 준 건 바로 그 꾸준함의 힘이었습니다.
지금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겨우 나만의 시간을 마주하는 엄마라면, 그 조용한 밤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도, 바로 그 시간에서 시작했으니까요.
다니엘 스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공식 웹사이트에서 그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어요.
📚 참고: Wikipedia 'Danielle Steel', daniellesteel.com 공식 소개, Harvard Business Review 'Life's Work: An Interview with Danielle Steel'(2021), Britannica 'His Bright Light', Nick Traina Foundation 공식 사이트.
대단한 엄마들의 이야기, 더 읽어볼까요?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해고와 산후우울증에서 시작된 바디케어 브랜드, 살테어 - CEO 이스크라 로렌스

"내 딸이 보고 자라는 여성상은?" 9억 달러 미디어 회사 Hello Sunshine 창업자, 리즈 위더스푼

두 아이 워킹맘이 1,000억 브랜드를 만들다! Bogg Bag 창업 이야기, 킴 바카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