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열기
캐린 사이드맨베커 커버

파산한 공항 보안기업을 인수해 억만장자가 된 세 아이의 엄마, 캐린 사이드맨베커

공룡언니

·

공항 보안 검색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아이 손을 잡고, 유아차와 기저귀 가방까지 챙긴 채 그 줄 끝에 서 본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예요. “이 시간, 조금만 줄일 수 없을까?”

미국 200여 개 공항에서 홍채와 지문만으로 검색대를 통과하게 해주는 생체인증 서비스 클리어(CLEAR). 이 회사의 회장이자 CEO인 캐린 사이드맨베커(Caryn Seidman-Becker)는, 9·11 테러 이후 파산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이 회사를 자기 돈까지 털어 사들인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회사를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상장사로 키워, 미국에서 손에 꼽는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가 되었죠. 그가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심하던 무렵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습니다.

캐린 사이드맨베커
캐린 사이드맨베커 (사진: World Travel & Tourism Council (Julienne Schaer, CC BY 2.0), Wikimedia Commons) · 출처 보기

워싱턴 공무원의 딸에서 월스트리트로

캐린은 미국 메릴랜드에서 두 명의 공무원 부모 아래 태어났어요. 화려한 배경은 아니었죠. 미시간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그는 월스트리트로 향했습니다. 아른홀드앤드S.블라이흐뢰더, 이리디언 자산운용 같은 곳을 거치며 주식을 고르는 눈을 키웠어요.

그리고 2002년, 스물아홉 살이던 그는 첫딸 올리비아를 임신한 몸으로 인생의 첫 번째 큰 도박을 합니다. 직접 투자자들을 설득해 6천만 달러를 모아 자신의 헤지펀드 아리언스 캐피털(Arience Capital)을 차린 거예요. 만삭의 몸으로 창업이라니,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죠.

1조 원 펀드를 스스로 닫은 결단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아리언스는 2007년 운용자산 15억 달러, 연평균 약 12%의 순수익률을 기록하는 펀드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세상을 덮쳤어요. 펀드가 18% 손실을 보며 흔들리자, 캐린은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합니다. 시장의 앞날을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대부분의 자산을 정리해 투자자들의 돈을 돌려주고, 그해 말 펀드 자체를 닫아버렸어요.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굴리던 회사를, 헤지펀드 역사상 최악이라던 그 해에 스스로 정리한 겁니다.

많은 사람이 아까워했지만, 캐린의 생각은 달랐어요. 그는 훗날 이 시기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주식을 잘 골랐던 사람’으로 기억되며 죽고 싶지 않았어요.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무언가를 짓고 싶었습니다.”

파산 경매에서 190,000개의 지문을 사다

그 ‘무언가’가 바로 클리어였어요. 클리어는 원래 코트TV 창업자 스티븐 브릴이 9·11 테러 직후 “공항을 더 안전하고 빠르게”라는 아이디어로 만든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고, 창업자마저 밀려난 상태였죠.

캐린은 이 회사의 가능성을 봤어요. 2010년 2월, 그는 파산 경매장에 직접 나타나 회사의 자산과 이미 가입해 있던 19만 명의 지문 데이터까지, 약 587만 달러에 사들입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은 그가 헤지펀드로 일군 자기 자신의 재산이었어요. 회사를 사겠다고 나선 전(前) 직원 그룹과의 경쟁에서 이긴 결과이기도 했죠. 큰 부를 이미 쌓은 사람이 그 부를 다시 위험에 거는 선택. 여기서 우리가 배울 것은 ‘돈이 많았다’가 아니라, 편안함 대신 다시 도전을 택한 태도일 거예요.

캐린 사이드맨베커
캐린 사이드맨베커 (사진: Forbes (공식 프로필 사진)) · 출처 보기

“1년에 12번이 아니라, 하루에 12번”

인수 후 캐린은 클리어를 올랜도와 덴버 공항에서 다시 시작했어요. 델타·유나이티드 같은 항공사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며 서비스를 전국으로 넓혀갔죠. 그가 그린 그림은 단순히 공항을 넘어선 것이었어요.

“사람들은 클리어를 1년에 12번 쓰죠. 우리는 그걸 하루에 12번 쓰게 만들고 싶어요.”

공항에서 시작한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술을, 경기장·병원·일상 곳곳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이었어요. 그리고 2021년 6월 30일, 클리어는 주당 40.43달러에 뉴욕증시에 상장했습니다. 파산한 회사를 사들인 지 11년 만이었죠.

포브스가 주목한 숫자, 그리고 그 뒤의 사람

포브스에 따르면 클리어는 최근 연 매출 약 9억 달러, 순이익 1억 6,800만 달러를 내는 회사로 성장했고, 공항 회원만 820만 명, 기업 서비스를 포함하면 약 4,100만 명이 쓰는 플랫폼이 되었어요. 시가총액은 76억 달러 규모. 캐린이 보유한 14.5%의 지분 가치는 약 11억 달러로, 그는 포브스가 꼽은 미국의 자수성가 여성(America’s Self-Made Women)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포브스 ‘50 오버 50(50 Over 50)’에도 선정됐죠.

하지만 캐린이 걸어온 길은 숫자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아요. 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이사회, 9·11 기념관·박물관 이사로도 활동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커리어의 한복판에서, 그는 세 아이(첫딸 올리비아를 포함한)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했어요. 남편 마크 베커를 췌장암으로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그는 일과 삶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균형’이 아니라 ‘통합’

캐린은 흔히 말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라는 말을 별로 믿지 않는다고 해요.

“균형이 아니라, 그냥 다 하나의 삶이에요. 서로 얽혀 있죠. 나는 내 가족도 사랑하고, 내 일도 사랑합니다.”

일하는 나와 엄마인 나를 저울에 올려 어느 한쪽을 덜어내는 게 아니라, 그 둘이 원래 한 사람의 삶이라는 태도. 첫딸을 임신한 채로 펀드를 창업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파산한 회사를 되살린 그의 이력이 바로 그 증거예요.

“내가 아니면, 누가?”

캐린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내가 아니면 누가?(If not me, then who?)” 파산한 회사를, 아무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던 그 회사를 자기 돈까지 걸어 사들일 때 그를 움직인 질문이죠. 그는 실패조차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자유”라고 말합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세상이 바뀌는 일이에요. 하지만 캐린의 이야기는, 그 바뀐 세상 앞에서 “그래서 이제 내 차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오늘 공항 검색대의 긴 줄 앞에 서 있는 엄마도, 언젠가 그 줄을 바꾸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대단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결국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되는 이유입니다.

참고 자료

· Forbes, “Caryn Seidman Becker Bought Clear Out Of Bankruptcy. Now She’s A Billionaire.” 기사 보기
· Forbes 프로필, Caryn Seidman-Becker 프로필 보기
· 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 Board of Trustees 소개 보기
·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Board of Directors 소개 보기

대단한 엄마들의 이야기, 더 읽어볼까요?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나에겐 아이가 잠든 밤과 주방 식탁이 있어." 1조 브랜드를 만든 사업가, 켄드라 스콧

“모든 걸 가질 수 있어도 동시에는 안 돼요” 세계적인 패션기업을 이끄는 네 아이 엄마, 엠마 그레데

“모든 걸 가질 수 있어도 동시에는 안 돼요” 세계적인 패션기업을 이끄는 네 아이 엄마, 엠마 그레데

아들 안고 나스닥 종을 울린 범블 창업자, 휘트니 울프 허드

아들 안고 나스닥 종을 울린 범블 창업자, 휘트니 울프 허드

돌쟁이 아기를 홀로 키우며 핀테크 제국을 세운 싱글맘, 제니 저스트

돌쟁이 아기를 홀로 키우며 핀테크 제국을 세운 싱글맘, 제니 저스트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펩시코 최초 이민자 여성 CEO, 두 딸의 엄마 인드라 누이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펩시코 최초 이민자 여성 CEO, 두 딸의 엄마 인드라 누이

#맘라이프#대단한 엄마들

육아크루 앱 설치하고

동네 육아친구를 찾아요!

육아크루 앱 설치 배너 QR코드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육아크루> 앱 다운로드 받으세요!

육아크루 앱 설치 배너 이미지

“그거 아세요?”
동네 육아친구들끼리 진짜 정보 공유하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