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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리스 커버

은행을 사들인 세 아이 엄마 재클린 리스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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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여름, 저지 쇼어 보드워크의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카니발 게임 부스를 지키던 한 소녀가 있었어요. 손님을 부르고, 잔돈을 세고, 오빠와 함께 하루치 매상을 맞추던 그 아이는 열네 살에 이미 자기 삶을 스스로 꾸리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30여 년 뒤, 그 소녀는 95년 된 지역 은행을 통째로 사들여 미국 핀테크의 정상에 오른 CEO가 되었죠.

골드만삭스, 야후, 스퀘어 캐피털을 거쳐 지금은 리드뱅크(Lead Bank)의 회장이자 CEO로 소상공인 금융을 혁신하고 있는 재클린 리스(Jacqueline ‘Jackie’ Reses). 포브스가 꼽은 미국 자수성가 여성이자, 세 아이를 키운 엄마이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볼까요?

재클린 리스
재클린 리스 (사진: Lead Bank 공식) · 출처 보기

보드워크의 카니발 게임에서 시작된 ‘그릿’

재클린 리스는 1969년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에서 태어났어요. 본인 표현으로도 “꽤나 거친(pretty gritty)” 어린 시절이었다고 해요. 오빠와 함께 저지 쇼어 보드워크에서 ‘플루키볼’ 같은 카니발 게임을 운영했는데, 리스는 그 게임이 “지금은 아마 불법일 것”이라며 웃곤 하죠.

아버지는 인근 마게이트에서 약국을 운영했어요. 리스가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의 뿌리로 늘 꼽는 것이 바로 아버지 약국 카운터 뒤에서 보낸 첫 일자리예요. 손님 한 명 한 명이 곧 매출이고,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이 곧 사업이라는 감각을 그녀는 어릴 때 몸으로 익혔습니다.

열네 살에 기숙학교(페디 스쿨)로 보내진 뒤로는 사실상 독립적인 삶을 살았어요.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안정에 대한 갈망이 그녀를 움직였고, 그 힘으로 명문 페디 스쿨을 조기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학사를 우등으로 마쳤습니다.

골드만삭스, 그리고 야후에서의 40조 원짜리 협상

졸업 후 리스는 골드만삭스에서 7년간 M&A와 자기자본 투자를 담당했어요. 그녀는 “나의 리더십 원칙 상당수가 이곳에서 세워졌다”고 말합니다. 이후 사모펀드 아팍스 파트너스(Apax Partners)에서 미국 미디어 그룹을 이끌며 센게이지, 인텔샛 같은 기업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죠.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야후의 최고개발책임자(CDO)로 일했어요. 이 시기 그녀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알리바바와의 “불신으로 가득 찬 독성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었습니다. 알리바바 이사회에 합류해 관계를 다시 쌓아 올린 결과, 야후는 알리바바 상장 이후 약 400억 달러(약 55조 원) 가치의 지분 15%를 확보하게 됩니다.

물론 야후 시절 그녀가 관여한 재택근무 폐지 정책처럼 논란을 부른 결정도 있었어요. 세계를 바꾼 엄마들의 이야기가 늘 매끈한 성공담만은 아니라는 점, 리스의 커리어 역시 갈등과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점은 솔직히 짚어둘 만하죠.

재클린 리스
재클린 리스 (사진: Forbes (imageio.forbes.com)) · 출처 보기

스퀘어 캐피털: ‘첫 줄의 코드’부터 만든 소상공인 은행

2015년, 리스는 잭 도시가 이끄는 스퀘어(현 블록, Block)에 합류합니다. 이곳에서 그녀는 소상공인 대출 사업인 스퀘어 캐피털을 이끌고, 산업은행 인가를 받은 스퀘어 파이낸셜 서비스의 회장을 맡았어요. 동시에 회사의 인사(People Lead)까지 총괄했죠.

그녀는 스퀘어의 금융 사업을 “맨 처음의 코드 한 줄, 첫 번째 정책부터” 하나씩 쌓아 올렸다고 회고해요. 은행이 거들떠보지 않던 작은 가게와 자영업자에게,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은 소상공인 금융의 판을 바꿨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그녀는 재무부와 직접 협의해 핀테크 기업이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자금을 소상공인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어요. 단 2주 만에 상품을 만들어야 했던 이 과정을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 중 하나”라고 표현합니다.

이 여정은 그녀를 ‘억만장자’로 만들기도 했어요. 2021년 스퀘어 주가가 치솟으며 리스는 보유 지분 가치로 10억 달러를 넘어선 자수성가 여성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포브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명단에 오른 그녀의 재산은 2025년 기준 약 5억 9천만 달러로 집계됐고, 재산의 원천은 온전히 ‘결제 소프트웨어’로 분류돼요.

95년 된 지역 은행을 사서, 핀테크의 심장으로

2020년 스퀘어를 떠난 리스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화려한 앱 뒤에서 실제 돈이 오가는 은행의 ‘배관(backend)’이 형편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녀는, 2022년 캔자스시티의 95년 된 지역 은행 리드뱅크를 인수합니다. 인수 당시 자산 7억 7,890만 달러 규모의 작은 은행이었죠.

리스는 여기에 1억 달러의 자본을 모으고 기술을 입혀,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올라탈 수 있는 인프라(뱅킹 서비스형 플랫폼)로 리드뱅크를 키워냈어요. 리드뱅크는 CNBC 디스럽터 50(2024), 포브스 핀테크 50(2025)에 이름을 올렸고, 2025년에는 비자·스트라이프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연동 결제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 뱅커의 옷을 입은 핀테크 거물”. 포브스가 그녀를 부른 표현이에요. 소상공인의 하루를 카운터 뒤에서 지켜본 소녀가, 이제는 그 소상공인들이 딛고 설 금융의 토대를 직접 짓고 있는 셈이죠.

“소상공인들에게는 다른 사업가에게 도움이 될 흥미로운 통찰과 지혜가 있어요.”

그녀는 소상공인 수십 명을 직접 인터뷰해 창업 자금 마련부터 채용, 성장 계획, 매일의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까지 담은 책 『셀프메이드 보스(Self-Made Boss)』를 펴내기도 했어요. 사장님들의 진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저는 균형을 찾으려 하지 않아요”

재클린 리스는 세 아이를 키운 엄마이기도 해요. 골드만삭스, 야후, 스퀘어, 그리고 은행 인수까지 쉼 없이 달려온 커리어 속에서 세 아이를 길러낸 그녀는, 일과 육아의 ‘균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균형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요(I don’t try to find balance).”

완벽한 저울질을 목표로 삼는 대신,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것에 온전히 힘을 싣는 태도예요. 여기에 그녀가 즐겨 하는 또 다른 말이 겹쳐지죠.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Hope isn’t a strategy).” 그리고 “자신에게 솔직하라(Be true to who you are)”. 막연히 잘 되길 바라기보다 계획하고 실행하되, 그 모든 선택을 ‘나다움’ 위에서 하라는 이야기예요.

물론 리스에게는 조기 유학과 명문 학벌, 월가라는 출발선의 이점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카니발 게임 부스에서 시작해 스스로를 ‘셀프메이드 보스’라 부를 수 있게 되기까지, 그녀가 보여준 것은 ‘완벽한 균형’이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과 실행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쥔 카드로, 오늘의 게임을 하기

엄마가 된다는 건 저울 위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맞추는 일이 아닐지도 몰라요. 재클린 리스처럼,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에 힘을 싣고 “희망 말고 계획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에 가까울 거예요.

보드워크의 소녀가 소상공인의 은행을 짓기까지, 그 긴 여정을 관통한 건 거창한 균형이 아니라 ‘나답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단단함이었어요. 오늘 내 손에 쥔 카드로 나만의 게임을 씩씩하게 이어가는 모든 엄마들에게, 그녀의 이야기가 작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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