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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그 휘트먼 커버

이베이(eBay)와 HP를 이끈 두 아들의 엄마 메그 휘트먼

공룡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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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자리 제안을 받았는데, 그 자리를 잡으려면 온 가족이 사는 곳을 반대편 해안으로 옮겨야 한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남편에게는 병원이 있고, 아직 어린 두 아들은 지금 다니는 학교와 친구들이 있는데 말이죠. 1997년 겨울, 마흔한 살의 한 워킹맘이 바로 이 고민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안 되겠다"며 거절했다가, 결국 마음을 바꿔 서부로 짐을 쌌어요.

그 워킹맘이 바로 메그 휘트먼(Meg Whitman)입니다. 이름도 낯설던 작은 인터넷 경매 스타트업 eBay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고, 이후 HP의 CEO, 그리고 주케냐 미국 대사까지 지낸 사람.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볼게요.

메그 휘트먼
메그 휘트먼 (사진: eBay Live 2005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2.0)) · 출처 보기

롱아일랜드의 막내딸,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해라"

메그 휘트먼은 1956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삼 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여기서 솔직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어요. 그는 넉넉한 가정에서 자랐고,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친 엘리트였습니다. 출발선 자체가 많은 이들과 달랐다는 점은 인정하고 시작하는 게 맞겠죠.

다만 그가 자주 이야기하는 건 어머니에게 배운 태도였습니다. 여성의 자리에 대한 통념이 지금보다 훨씬 강하던 시절, 어머니는 딸에게 "가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걸 하라"고 말했다고 해요.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길을 고르라는 이 말은, 훗날 그가 커리어의 갈림길마다 꺼내 든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기저귀부터 감자 인형까지, 브랜드를 키운 20년

휘트먼의 커리어 전반부는 화려한 창업 신화가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브랜드 관리자'의 시간이었습니다. 프린스턴 졸업 후 프록터앤갬블(P&G)에서 브랜드 관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부사장까지 올랐어요. 이후 월트디즈니, 신발 회사 스트라이드 라이트, 꽃 배달 기업 FTD를 거쳤습니다.

1997년에는 장난감 기업 하스브로의 플레이스쿨 부문 총괄을 맡았는데요.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와 텔레토비 같은 히트 상품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아이들 장난감 브랜드를 책임졌으니, 두 아들이 자연스럽게 '테스터'가 되어 주었다고 그는 즐겁게 회고하곤 했어요.

"가족을 옮길 순 없어요"에서 "가 볼게요"로

1997년 11월, 한 헤드헌터가 실리콘밸리의 작은 인터넷 스타트업 자리를 제안합니다. 직원이 서른 명 남짓, 매출은 400만 달러 수준이던 회사, eBay였어요. 휘트먼은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동부에서 서부로 삶의 터전을 통째로 옮겨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산호세의 사무실을 둘러본 뒤, 그는 마음을 바꿉니다. 1998년 2월, 온 가족이 캘리포니아로 이사했어요. 커리어에서 가장 큰 도약이, 사실은 가족 전체의 삶을 건 결정과 맞물려 있었던 셈입니다. 안정된 대기업 임원 자리를 놓고, 이름도 생소하던 스타트업과 낯선 도시를 택한 용기였죠.

메그 휘트먼
메그 휘트먼 (사진: 미국 국무부 공식 대사 초상 (위키미디어 공용, Public Domain)) · 출처 보기

이베이를 세계로, 400만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입니다. 휘트먼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eBay CEO로 일하며, 회사를 직원 30명 · 매출 400만 달러에서 직원 1만 5천 명 · 매출 80억 달러규모로 키워냈어요. 취임 몇 달 만에 상장을 이끌었고, 페이팔 인수 같은 굵직한 승부수도 성공시켰습니다.

그의 경영에서 자주 언급되는 건 '커뮤니티를 존중하는 리더십'이었습니다. eBay는 결국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드는 장터였기에, 그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신뢰를 쌓는 쪽을 택했어요. 규칙을 만들되 공동체가 스스로 굴러가게 하는 방식이었죠.

HP, 퀴비, 그리고 계속되는 도전

eBay 이후에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사재를 무려 약 1억 4천만 달러나 쏟아부었지만 낙선했어요. 막대한 개인 재산을 동원한 선거였다는 점 역시 그가 가진 자원의 크기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2011년에는 위기의 IT 공룡 HP(휴렛팩커드)의 CEO로 취임했습니다. 2015년 회사를 PC·프린터를 맡는 HP Inc.와 기업 사업을 맡는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로 분할하는 큰 수술을 집도했죠. 이후 도전한 숏폼 동영상 플랫폼 퀴비(Quibi)는 출시 7개월 만에 문을 닫는 쓴맛도 봤습니다. 늘 성공만 한 건 아니었다는 점이, 오히려 그의 이력을 더 사람 냄새 나게 합니다.

기업가에서 외교관으로, 주케냐 대사가 되다

2022년, 휘트먼은 완전히 새로운 무대에 섭니다. 상원의 만장일치 인준을 거쳐 제18대 주케냐 미국 대사로 부임한 거예요. 기업 경영으로 다져진 감각을 외교와 통상에 쏟아부었습니다.

  • 재임 중 케냐와 미국의 교역액이 2023년 14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크게 늘었어요.
  • 2024년에는 케냐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성사시켰습니다. 아프리카 정상의 국빈 방문으로는 16년 만이었죠.
  • 기후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보건·인도적 지원에도 힘을 쏟았고, 2024년 모범 외교 공로를 인정받아 수 M. 콥 상을 받았습니다.

2024년 말, 미국 행정부 교체와 함께 그는 대사직을 내려놓고 귀국했습니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도전을 택한 셈이에요.

포브스가 기록한 자수성가 여성, 그리고 그가 남긴 말

이런 이력 덕분에 메그 휘트먼은 포브스가 꼽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의 단골 이름이 되었습니다. 포브스 집계 기준 그의 순자산은 약 43억 달러에 이르러요. 물려받은 부가 아니라 스스로 일군 자산으로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가 자주 인용되는 말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완벽함이 아니라 용기를 강조하는, 그다운 한마디예요.

“리더가 되기 위해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소심해서는 안 됩니다.”

돌아보면 그의 커리어 곳곳에는 '소심하지 않은 선택'이 있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낯선 도시로 떠났던 이사, 안정 대신 스타트업을 택한 결단, 그리고 나이와 분야를 뛰어넘어 외교 무대에 선 도전까지요.

엄마의 도전은 멈추지 않아요

메그 휘트먼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건, 수십억 달러라는 숫자가 아니라 선택 앞에서의 태도인 것 같아요.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그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자신을 작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좋은 교육과 든든한 배경이라는 유리한 조건이 있었죠. 그럼에도 매 순간 '더 안전한 길' 대신 '더 나를 성장시키는 길'을 골라 온 태도만큼은, 배경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울림을 줍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를 매일 해내는 일이에요. 그 경험은 결코 공백이 아니라, 다음 도전을 위한 근육이 됩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 내는 엄마들에게, 휘트먼의 이야기가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Forbes, Meg Whitman 프로필
· Wikipedia, Meg Whitman
· Britannica Money, Meg Whitman
· U.S. Embassy in Kenya, Ambassador Margaret "Meg" Whi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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