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A 요원에서 방산기업 CEO가 된 세 아이 엄마 피비 노바코비치
회의실 문이 열리기 전, 잠깐 숨을 고르는 순간이 있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워킹맘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거예요.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방위·항공우주 기업 중 하나를 이끄는 CEO도 매일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고 합니다.
바로 피비 노바코비치(Phebe Novakovic)예요. CIA 정보요원과 국방부를 거쳐, 지금은 미국 방위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의 회장 겸 CEO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죠. 그리고 그는 세 딸을 키워낸 엄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절대 멈추지 말라"는 말을 삶으로 증명해 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게요.

냉전의 유럽에서 자란 소녀
피비 노바코비치는 195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 마이클 노바코비치는 세르비아에서 10대 시절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였고, 미 공군 정보 장교로 복무했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아버지가 서독에 오래 주둔한 덕분에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죠.
군인 가정에서 자란 경험, 그리고 이민자 아버지의 성실함은 훗날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규율과 원칙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집니다. 그는 스미스 칼리지(Smith College)에서 정치학과 독일어를 전공하며 1979년 학사 학위를 받았어요. 방위·정보 분야로 향하기엔 다소 의외의 출발점이었지만, 훗날 그는 "인문학을 전공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CIA 요원,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
졸업 후 노바코비치는 국방부 무기체계를 분석하는 연구기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1983년부터 1986년까지는 CIA의 작전 담당관(operations officer)으로 일했습니다. CIA 시절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도 거의 입을 열지 않아요. 정보요원 출신답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아끼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죠.
더 놀라운 건 이 시기의 그의 일상이에요. 노바코비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셋째를 임신한 상태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쳤습니다. 1988년의 일이었어요. 아이 셋을 돌보고, 커리어를 이어가고, 그 와중에 최고 수준의 경영대학원 학위까지 손에 넣은 거죠. "일과 육아,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 본 엄마라면, 이 대목에서 잠시 멈칫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이후 그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거쳐,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국방장관·국방부장관 특별보좌관을 지냈습니다. 정보기관에서 정부 최고위 정책 현장까지, 그는 미국 안보의 안쪽을 두루 경험한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제너럴 다이내믹스,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2001년, 노바코비치는 방위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에 합류합니다. 처음부터 CEO 자리를 노린 건 아니었어요.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팀의 일원이 되어, 눈앞에 놓인 일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세요. 건강한 조직이라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옵니다.”
그의 커리어 조언은 언제나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눈앞의 일을 제대로 해내는 태도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그리고 그는 이 조언을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똑같이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회사 안에서 재무, 문제 해결, 전략적 사고를 하나씩 익혀가며 착실히 올라섰고, 2012년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3년 1월, 회장 겸 CEO에 올랐습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잠수함, 전투 차량, 걸프스트림 비즈니스 제트기, 국방 IT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이에요. 노바코비치가 이끄는 동안 회사는 운영 효율과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고, 2018년에는 IT 기업 CSRA를 약 98억 달러에 인수하는 대형 딜을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국제 정세와 맞닿아 있어 늘 무거운 책임과 논쟁이 따르는 분야죠. 그 한복판에서 그는 특유의 절제된 원칙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습니다.

포브스가 주목한 자수성가 여성
노바코비치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자수성가 여성(America's Richest Self-Made Women)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에요. 그의 재산은 물려받은 유산이 아니라, 오랜 공직과 기업 경영을 통해 스스로 일군 것입니다. 포브스는 그의 '자수성가 점수'를 10점 만점에 8점으로 매겼고, 순자산은 약 4억 5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2024년 기준 추정치). 포브스는 그를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9위에 올리기도 했어요.
그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경영뿐 아니라 JP모건 체이스, 애벗 래버러토리스 같은 대기업 이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화려한 조명은 좀처럼 즐기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고, 개인사도 웬만해선 드러내지 않죠. 그런 그가 드물게 리더십에 대해 남긴 말들은, 그래서 더 곱씹어 볼 만합니다.
“좋은 리더에게는 좋은 인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끈기가 필요해요. 때로는 그저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는 조직의 문화를 특히 강조해요. "문화는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의 밑바탕이 된다"며, 그 핵심으로 일관성, 투명함, 정직, 신뢰를 꼽았죠. 또 "진짜 문제 해결에는 혁신과 엄격함, 그리고 지적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나는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 습관도 그의 리더십을 이루는 한 축이에요.
멈추지 않는 사람의 뒷모습
피비 노바코비치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단지 그가 어려운 분야의 정상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아이 셋을 키우며 학위를 마치고, 정보기관과 정부와 기업을 차례로 통과하는 긴 여정 동안, 그는 눈앞의 일을 성실히 해내는 태도 하나를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하지만 노바코비치의 말처럼, 지금 내 앞에 놓인 일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그 하루하루가 쌓여 결국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절대 멈추지 말라는 그의 말이,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버텨낸 당신에게 작은 응원이 되면 좋겠어요.
참고 자료
· Wikipedia, Phebe Novakovic
· Britannica Money, Phebe Novakovic
· Forbes, Phebe Novakovic Profile
· Washington Technology, Phebe Novakovic offers career, leadership advice in rare interview (2021)
· Fortune, Phebe Novakovic: The Spy in General Dynamics' Corner Offic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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